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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5 호 전화가 무서운 나, 콜 포비아인가?

  • 작성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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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592
이선민

수습기자 이선민 202115029@sangmyung.kr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연락이 오는 상황이 어찌나 긴장되고 무서운지, 전화를 받기까지 많은 심호흡과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 구인 당시, 문자로 지원하면 상대방 쪽에서 전화를 주시는 방식이었다. 전화가 무서웠던 나는 전화를 받지 못하고 끊길 때까지 기다린 뒤에 할 말을 정리해서 문자로 연락을 드렸다. 전화해야 할 상황이 오면, 할 말과 예상되는 답변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리고 나서야 조금은 안심한 상태로 전화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잘 대변해 주는 단어가 생겼다. 바로 “콜 포비아”이다. 콜포비아는 Call(전화) + phobia(공포증)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전화하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하고 공포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콜포비아는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전화를 두려워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하나의 장애 요인이라고 정의하는 사회적 용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콜포비아 현상은 왜 생겨났고, 우리 삶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Call(전화)의 시작]

  전화가 처음 특허 신청이 된 해는 1876년이고, 1993년 스마트폰은 당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 업체 ‘IBM’이 박람회에 처음 선보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00년은 훌쩍 넘긴 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전화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먼 거리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여론 조사나 텔레뱅킹 등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전화를 활용한 다양한 영역의 확장은 우리에게 더욱 편리하고 영위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던가, 이러한 과도한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난관을 주었다. 편리한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전화를 편리한 존재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불편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즉 과거 영광의 전화는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아닌, 애물단지처럼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 1] MZ세대가 선호하는 소통 수단


[콜포비아에 대한 생각]

  콜포비아라는 현상은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0대, 20대 층에서 전화에 대한 높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처음 사회로 발을 내딛는 2-30대, 일명 MZ세대는 SNS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비대면 소통에 익숙하다. 이러한 그들의 사회진출 시기가 우연찮게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환경요소가 겹치게 되면서 더욱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주변에만 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콜포비아 현상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에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서, 단순히 젊은 세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대부분 사람이 콜포비아를 느끼는 이유는 낯선 누군가와 대화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즉각적인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문자와 달리 생각할 시간이 없이 즉각적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전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더듬증과 지나치게 긴 침묵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을 못 했다는 자책감과 나를 곤란하게 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문자, 메신저로 소통하는 비대면 환경은 기술 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서,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비대면 환경이 활성화되면서 개인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것 대신, 내가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부분을 한 번 더 다듬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음에 더욱 깊이 있는 답과 표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사용하여, 더 넓은 범위의 의견 표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전보다 심도 있는 대화와 누군가의 의견을 좀 더 깊이 생각할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콜포비아에 대한 부정적인 현상과 해결에 가고자 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콜포비아는 ‘face to face 소통’에 약해서 글의 문맥만을 가지고 파악하던 부분이 오히려 직접 대면했을 때, 상대방의 감정과 뉘앙스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역지사지의 마음보다는 현재 상황에 놓인 나에 대한 이해를 먼저 요구하게 되면서, 점차 사회적 도태가 이뤄질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인간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와의 소통과 교류를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야 하고, 끊임없이 행해야 하기에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콜포비아 현상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와의 대인관계를 약화하고, 결국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점이다. 문자와 같은 비대면적 요소를 통해 소통은 가능하지만, 결국 직접 목소리를 듣고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결국 사회로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생각해 보면 현재 21세기 우리는 IT 발달로 인해 전자기기 및 미디어에 많은 노출이 되어있고, 대면해서 대화하기보다는 메신저나 문자를 통한 대화의 빈도가 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콜포비아가 해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과 대책을 제시하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다루고 있다. 실제로 스피치 학원에서는 콜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을 만들어 실전처럼 가장하여 상황극을 벌리기도 하고, 원활한 대화를 이뤄지게 하려고 10분 대본 작성이라는 수업도 있다고 한다. 또한 병원에서도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전화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 현상은 새로운 사회적 풍조로 자리를 잡았다라는 방증이라고 여긴다.


[콜포비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

  콜포비아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대표적으로 전문가들은 '단계적 노출 요법'을 제안한다. 단계적 노출 요법이란 불안을 느끼는 대상이나 환경에 점진적 혹은 단계적으로 노출되면서 불안과 공포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즉 예를 들어, 혼자 말하거나 편안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긴장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 단계 나아가 가게에 가서 직접 주문해 보기, 내 생각을 남한테 전달해 보기 등의 방안으로 근본적인 두려움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면서 콜포비아의 모습과 공통되는 부분도 있고,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들도 많았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걱정이 앞서는 사람에게 상대방도 나처럼 전화하는 순간이 어렵고 힘들 수 있음을 인지해 보자. 처음부터 완벽해지고자 하기보다는 하나씩 순서를 밟아 풀어나간다는 마음으로 극복의 과정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스스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안부 인사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 본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점점 비대면화되는 사회에서 꼭 콜포비아는 누군가가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문제로만 여겨져야 하겠냐는 부분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따라 우리의 대화하는 형태는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 가게에 전화를 직접 걸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배달 앱에서 손가락으로 몇 번 움직이기만 하면 부수적인 행위 없이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무언가를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은 스스로 성취하고자 하는 모습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이상적인 사회의 기조와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극복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모순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문헌]

1. 통화가 두려운 불안장애, 당신도 ‘콜 포비아’ 인가요?/
서울성모병원 블로그, https://naver.me/5mr5K68T, 21년 06월 04일.

2. 코로나 종식, Z세대에 남긴 불편한 유산 '콜포비아' 극복법은? [이슈 산책],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601446635607936&mediaCodeNo=257&OutLnkChk=Y
,  23년 05월 11일.

3. 전화벨 울리면 가슴 쿵쾅쿵쾅, 신종 유행병을 아십니까, 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05/13/PVVU3IFBCRGM3BY3XTBGJU6ZIE/
, 23년 05월 14일.

4. “전화벨이 울리면 두려워요”...젊은층 통화에 대한 부담감 느끼는 ‘콜 포비아’ 현상 나타나, 시빅뉴스, 윤유정 기자,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196, 23년 04월 19일.

5. ‘콜포비아’에 떠는 MZ세대… “학원서 대면 스피치 배워요”, 동아일보, 이소연 기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203/117729151/1, 23년 02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