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호 떠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송지민 정기자 입학식 날, 아니 입학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 이 대학이 두 번째 입학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들뜬 기분으로 인사를 나누고 약속을 잡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학교가 불만족스럽다거나 동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인연이라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어질 것이고, 벌어질 일들이라면 내가 부정해도 어떻게든 나에게 올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고요하게 나의 1학년의 3월이 지나갔다. 4월, 각 단대별 학생회 및 동아리들이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에게 열렬히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저들은 왜 저렇게까지 할까?’싶은 마음이 들어 한 2-3분 정도 멀찍이 지켜보았다.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정체성을 밝히며, 그들의 목표와 그에 다가가기 위하여 하고 있는 활동들을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들의 발자국으로 인해 향후의 기대효과와 확실한 변화 같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혹할 만한 것들은 없었다. 정말 그게 전부였다. 헌데, 처음엔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에 시선을 빼앗겼고, 그 다음엔 집에 가는 버스에서 그들의 모습을 곱씹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에 빠져 저토록 반짝이고 아름다운 눈빛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남들은 모르는, 혹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로 향하는 저 열정 자체가 과연 청춘이라는 것일까. 나의 부모님도 사실은 나에게 그런 모습을 바라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생각들로 뒤덮인 채 나는 집에 도착했다. 사실 부모님이 나에 대한 걱정을 하고 계신 것은 알고 있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 한창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닐 시기에 나는 온종일 집 안 침대에서만 1년 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도 무언가 변화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설령 그것이 표면적인 변화일 뿐일지라도. 그래서 나는 그날 저녁 학생회와 동아리 하나씩 지원서를 작성했고, 바로 다음 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은 별 어려움 없이 순조로웠고, 나는 그렇게 학생회와 동아리의 부원으로 속하게 되었다. 1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소속감을 좇는지 그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학교 활동들이 중단되면서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목적은 이루지 못한 채 2학년이 되었고, ‘지금까지 한 김에 더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다만, 1학년 때와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내가 무언가 자리를 맡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단체의 활동에 있어서 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되었고, 나를 따라주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대가성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이 세 가지 요인으로 나는 나름의 책임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책임감은 꽤 크게 작용했다. 돌아보면, 언제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어딘가 소속됨에 가치를 두는 것에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좁고 깊은 관계의 친구들만 있었던 반면, 넓은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며 얕더라도 형성해 나가는 친분이 신선하기도 하고, 가끔 환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를 따라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실망시키지 않고자 노력하는 내 모습도 좋았고, 좋은 피드백이 돌아올 때면 그간의 힘듦은 잊은 채 그저 뿌듯했다.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며 유쾌한 순간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성향과 내가 선호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후의 관계에서 분명 도움이 되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아서인지, 혹은 ‘또 다른 나’로 살았던 시간에 지쳤는지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나의 인간관계와 앞으로의 미래였다. 졸업을 앞둔 학년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가서도 나의 곁에 남을 사람들은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동안 내가 쌓아온 관계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친했던 친구들은 아직도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대학교에 입학한 뒤, 각 학년마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는 어느 깊이까지 내려갔을까. 교외에서 만난 이들은 또 어떠한가. 대충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한 명 한 명 떠올려보니,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연속된 사진처럼 흘러갔다. 그리고 이내 약간의 쓸쓸함을 느꼈다. 아무리 잘 맞았던 사람일지라도 하나의 언행이나 당시의 상황, 주변 환경이 우리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이미 느슨해진 줄은 양쪽이 동일한 타이밍에 팽팽하게 당기지 않는 이상 돌아가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서 말한 쓸쓸함을 느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과거를 후회한다거나 마음이 슬픈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전보다는 서로에 대한 온도가 식었을 지라도 여전히 미지근하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남아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주변을 관찰한 뒤에는 최대한 미뤄두고 싶었던 일의 차례가 왔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나는 아직 준비된 것이 없다. 모두 나와 같을까 아니면 나만 흘려보낸 걸까.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는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계속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앞으로의 1년 정도만 그려 보기로 했다. 1년 뒤에 나는 이 정도의 결과를 내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동안 하기 싫었던 것들도 어느 정도는 해 볼 의향이 생겼다. 누군가는 나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냐며, 몇 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지 않겠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실패가 잇따르는 이들에겐 각자의 성공 속도는 다른 법이라며 위로를 한다. 하지만 시작하는 데에 망설이는 이들에겐 어서 서두르길 바라는 가시 돋친 말들을 쉽게 뱉는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충분히 망설이고 시작하길 바란다. 자신조차도 과한가 싶을 정도의 걱정을 해도 그것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걱정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서의 자갈들을 치워주고 더 정돈될 길을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이제 학교를 떠나는 우리 모두 고생 많았고, 그간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추억으로, 쓰고 아팠던 기억들은 경험으로 남겨둔 채 딱 한 발짝만 앞으로 나아가자.
제 8 호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 최도은 선생님, 김동화 점장님, 문현호 실장님의 이야기
정지은 정기자 교지부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4년을 앞둔 시점에서, 꼭 써보고 싶던 글이 있다. 바로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당연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우리들의 학교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인터뷰를 통해 캠퍼스 곳곳에 숨겨진 주역들을 조명하며, 학교가 단순히 학생과 교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맡은 분들의 노력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사실 직업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그저 함께 학교를 이루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추운 날씨, 지금부터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따뜻한 마음을 채우고자 한다. Part1. 우리들의 안전 지킴이 - 방호실 최도은 선생님 이야기 - 방호실과 최도은 선생님의 모습 버스를 타고 캠퍼스를 향할 때, 혹은 힘겹게 언덕길을 걸어오르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친구들도 교수님도 아닌, 바로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호실 선생님이다. 우리 캠퍼스 안팎의 복잡한 회전 교차로 위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보고 안전을 지키신다. 학생들의 바쁜 발걸음과 택시, 버스 등의 분주한 차량 사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계신 모습은 어느새 우리들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현장의 이야기를 넘어, 그분들의 하루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고자 한다. 교통정리를 넘어, 캠퍼스의 첫 인상을 만들어주는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정지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도은: 2011년도에 ADT캡스라는 회사에서 일을 먼저 했고요. 그러다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여러 학교 옮겨다니고는 교직원 지원을 하다 보니까 상명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정지은: 아, 그렇군요. 방호실분들이 이제 교대근무를 진행하면서 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최도은: 저희는 사실 교통경찰도 경비도 아닙니다, '방호'라고 학교의 방어와 보호의 목적을 두며 방호 업무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교통업무로는 저희가 보통은 30분씩 교대로 하는데, 이번 7016 미끄러짐 사고 때문에 1시간 반, 그다음 타임은 1시간 이런 식으로 교대가 되고 있습니다. 정지은: 네, 그러면 이제 방호실 선생님으로서의 하루가 궁금해지는데요. 최도은: 우선 오전 근무는 5시 반에 출근을 해서 14시까지 근무를 하고요. 오후 근무는 14시에 출근을 해서 22시까지 근무합니다. 이제 학교에 차량이 통행하는 시간인 5시 반부터 18시까지 교통 업무를 하고, 그 다음에는 학교 순찰 업무를 진행하게 돼요. 정지은: 오전 근무를 하면 정말 일찍 일어나셔야겠어요... 그럼 혹시 캠퍼스 내에서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일화가 있으실까요? 최도은: 말하자고 하면 정말 많지만 아무래도 교통에 관련된 사고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7016 사고가 나기 전에 마을버스 13번과 8번이 한 번씩 사고가 났었어요. 학교가 아무래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사람들이 많이 탑승하여 사고가 일어난 거기도 하지만 이제 운전자 부주의 때문에 나는 사고들이 좀 있어서 그런 사고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지은: 아무리 크고 작은 사고이더라도, 교통과 관련되면 신경 써야할 것들이 정말 많겠어요. 그러면 혹시 어떤 순간에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시는지, 힘든 순간은 언제신지 궁금합니다. 최도은: 보람을 느낄 때는 당연히, 사고가 안 나게끔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고요. 힘든 순간은 이제 택시 관련이에요. 학생이 세워달라고 하는 지점에 택시기사분들이 아무렇게나 바로 세워주시는데 그게 도로 한 가운데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아무래도 학생분들은 편의점이나 커피숍을 이용하려고 하시는 거겠죠. 근데 원래 운전자는 승객이 하차할 때의 안전성도 어느정도 보장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이루어 지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니, 그럴 때 택시기사분들과의 언쟁도 오가게 되는 게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정지은: 맞아요. 택시는 보통 지각을 하게 될 때 타는 거라 학생들도 급하고, 택시기사분들도 그 모든 니즈를 맞추려고 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러한 안전수칙을 좀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네요. 최도은: 참, 요새 기술의 발전 때문에 학생들이 노이즈캔슬링으로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외부 소리가 안 들리기 떄문에 차가 오는지도 모르겠고, 차도 발전돼서 전기차인 경우가 많아 소리가 안 나니까. 차는 소리가 안 나고, 학생들은 소리를 못 듣는 그런 상황으로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이러한 사고를 발생하고자 저희가 호각을 불면서 막는데, 사실 일부러 막는 게 아니라 안전한 통행을 위함이거든요. 이럴 때 한 번씩 싫은 눈치를 받는 게 조금은 힘들더라고요. 정지은: 그러게요. 노캔이 문제네요. 저도 간혹가다 버스에서 낀 채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조심하겠습니다. 그러면 혹시 학생들이 자주 어기는 교통위반이나 주의해야 할 교통위반이 있을까요? 방금 말씀해 주신 것과 연관지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도은: 네, 거의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여기가 교내이기 때문에 자유분방하게 걸어 다니시는 건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여기는 그래도 엄연하게 도로이기 때문에 휴대폰이 제일 문제이긴 합니다. 또한, 역주행하는 차들도 생각보다 많아서, 꼭 노이즈캔슬링 끄고 조심해서 이동해 주길 바랍니다. 정지은: 그럼 혹시 마지막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이거는 조심해라! 라거나 그냥 이야기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최도은: 사실 저희 구성원들은 다 국가 유공자예요. 나라를 지키다가 다쳐서 온 사람들이기에, 다치면 누구보다 힘들다는 걸 잘 알아요. 근데 자동차나 가드레일 이런 거는 부서지면 그냥 다 교체를 하면 되지만, 학생들 몸은 재생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재생이 된단 말이죠. 이제 괜히 좋은 하루를 만드려다가 잘못해서 불가피하게 사고가 나버리면 인생이 또 바뀌게 될 수 있어요. 지금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와가지고 지금 공부를 하는 도중에도, 사고는 항상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했으면 좋겠어요. 정지은: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학생이 이 기사를 읽어서 이런 안전규칙을 꼭 숙지했으면 좋겠어요. Part2. 우리들의 에너지 지킴이 - 블루포트 김동화 점장님 이야기 - 블루포트 (매일 새벽 4시 반에 저 뒤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빵이 만들어진다.) 바쁜 하루 속, 피곤함에 지쳐 여유가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빵의 향기로 우리를 맞이해 주는 카페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는 늘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시는 캠퍼스의 에너지 지킴이 점장님이 계신다. 새벽부터 학생들을 위한 음료와 빵을 정성껏 준비하며, 단순 피로 회복 이상의 따뜻함과 위로를 전하고자 애쓰시는 점장님. “맛있게 드세요.”라는 한 마디에 숨겨 있는 '오늘도 힘내.'라는 듯한 활기찬 응원의 목소리는 차가운 날씨에도 마음 한 구석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점장님의 이야기와, 매일의 커피 한 잔과 빵 속에 담긴 정성과 진심을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우리들의 피곤한 아침, 에너지를 채워주시는 점장님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김동화: 안녕하세요. 저는 블루포트 상명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장 김동화라고 합니다. 정지은: 혹시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동화: 저는 아침 3시 반에 일어나서요. 씻고 부지런히 출발해서 오면 집이 근처라 4시에 도착하거든요. 그때부터 이제 가지고 온 빵을 오픈 시간인 8시까지 만들기 시작합니다. 정지은: 블루포트 보면 빵 종류가 엄청 많던데 그걸 다 직접 만드시는 거였군요. 김동화: 생지로 들어오는 것도 있고, 소시지빵이나 에그타르트 같은 건 제가 계란도 사고 재단해서 만들기도 하거든요. 학생들이 아침 일찍 등교하면 밥을 못 먹으니까, 아침에 따뜻하게 만든 빵에다가 커피 한 잔씩 하라고 일찍 나와서 하고 있어요. 퇴근은 19시에 하고, 그 다음 날 또 3시 반에 일어나고 이런 식으로 일과가 이루어져요. 정지은: 3시 반이라니, 해도 안 뜰 시간이라 눈 뜨기가 힘드실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동화: 다른 업종에 있다가 카페는 2014년부터 시작했어요. 용인에 있는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여기 지점이 당시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괜찮은 사람들을 찾다보니 저희가 갑자기 일주일만에 상명대로 오게 된 거예요. 저희 팀이 와서 서비스도 많이 좋아지고, 청결 문제도 없어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2017년도부터 여기서 일하기 시작하다가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네요. 정지은: 2017년부터라니. 이제 얼마 후면 9년째가 되겠네요. 그럼 이렇게 지금까지 오랜 시간 근무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신 순간이 언제인지, 학생들과 관련된 일화가 있으실까요? 김동화: 2015년에 미래백년관 건물을 지으면서 군대 간 학생이 있었어요. 어느날 마감하려고 하는 찰나, 그 학생이 9월에 복학을 하고는 찾아와서 자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학생 입장에서는 낯설었겠죠. 건물이 새로 지어지기도 했고, 동년배들은 제대를 해서 떠났거나 후배들만 남아있거나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저랑 한 시간을 인생, 취직, 연애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지금은 엄마 아들하면서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 학생도 지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서른이 넘었죠. 졸업한지도 꽤 됐고, 취직도 잘했고요. 결혼해서 연락오고, 취직해서 떡 사들고 와서 인사하고 이런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졸업식날은 부모님들까지 모시고 와서 여기가 우리 카페 엄마다 하면서 인사시키고, 이럴 때마다 정말 자식 키운 느낌이 나더라고요. 아이들이 잘 될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웃음) 정지은: 와, 다 점장님이 너무 친절하시고 좋으셔서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소중한 듯해요. 김동화: 대학생 자식들을 둔 엄마다 보니, 말 한 마디 주고 받고 눈빛을 한 번 보면 쟤가 오늘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보게 돼요. 그럴 때마다 토닥거려보면 울면서 이야기하고 이런 경우가 있어요. 그때 꼭 안아주면 다 되더라고요. 일이 좀 바쁠 때도 구석으로 가서 꼭 안아줘요. 애들한테 여기가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정지은: 뭔가 이렇게 깊이 정이 들기가 어려운 관계인데도 워낙 친절하시다 보니 학생들에게 안식처로 다가오나봐요. 김동화: 학생들이 편안해 하는 게 저는 더 고마워요. 거꾸로 애들이 서스럼없이 다가와주고, 자기 얘기를 터놓아 주니까, 내가 조금 부족한데도 나한테 위로를 받고 이야기 듣고 싶어 하는 애들이 있다는 게 고맙지. 학생들이 그냥 다 너무 예뻐요. (웃음) 정지은: 학생들이 자식 같아서 근무를 지금까지도 이렇게 오래하신 거잖아요. 그럼 혹시 어려움을 느낀 적도 있으실까요? 김동화: 학생들이 예쁘고 다 좋긴 하죠. 다만, 학생들이 외부 음료를 들고 올 때가 많이 힘들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와서 마시는 친구들이 있는데, 몇 번을 말해도 반복되니까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은 별개로 힘들 때가 있죠. 그래서 제가 종이를 써서 이번에 새로 붙였어요. 사일일이 말하기도 내가 너무 구차하고 에너지가 빨리니까, 이런 점이 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정지은: 이런 점은 블루포트 뿐만 아니라 모든 카페에도 적용이 되는 내용일 테니, 홍보를 잘해서, 학생들이 잘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네요. 그 다음 질문은 점장님의 '에너지 지킴이'이라는 별명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점장님은 학생들한테 이 블루포트가 어떤 존재이길 바라시나요. 김동화: 제가 대학생인 아들한테 물어봤어요. “너는 학교에서 카페 자주 가니.” 물었더니 가끔 간대요. 그래서 어떤 때가 제일 기분이 좋냐고 하니까 밥은 먹었는지 이런 식으로 아는 척해줄 때가 너무 좋대요. 꼭 엄마가 자기한테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말 한 마디가 너무 좋다더라고요. 저도 옛날부터 애들한테 밥은 먹었는지, 오늘 하루는 어떤지 얘기 건네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탁 들어와서 편안하게 그냥 잠깐 앉아 있다가 가도 돼요. '편안한 장소', '엄마 집'처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정지은: 너무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아요. 엄마 집. 그럼 혹시 저도 찾아와도 될까요? 저도 고민이 한창 많아지고 있어서. (웃음) 김동화: 그럼요. 얼마든지, 언제든지 찾아오면 반겨줄게요. 정지은: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카페 알바생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알바생이다 보니까 손님이 몰려오면 어지럽더라고요. 이럴 때마다 혹시 점장님의 마음가짐이나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팁이 있으실까요? 김동화: 그럴 때는 저희도 진짜 정신이 없죠. 재촉하는 학생들도 있고, 수업 시간이라고 빨리 달려가는 학생들도 있고.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요. 급한 친구들, 수업 늦는 학생은 빨리 오라고요. 음료를 줄 때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요. 그럼 학생들이 언짢해 하다가도 이해해 주고, 밝게 인사하면서 가더라고요. 너무 고맙죠. 정지은: 역시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면 뭐든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블루포트에서 근무하신 이후로, 생긴 변화나 점장님의 새로운 목표가 있으실까요? 김동화: 음, 제가 더 젊어진 것 같아요. 제가 상명대에 오래 있어서 그런가, 여기 학생들이 유난히 잘 웃어주고, 환하게 인사도 잘 받아줘요.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조금 특별나요. 그래서 우리 직원들하고도 “여기가 참 특이하다. 학생들이 인사를 잘 해줘서 우리도 같이 밝아지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정말 에너지도 생기도 젊어진 것 같아요. 정지은: 그렇군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점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정말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해요. 김동화: 목표가 있다면, 여기서 오래 오래 근무하고 싶어요. 밖에서 친구들이 너무 늙은 사람이 왜 커피하나 이렇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 관리를 좀 잘하고, 말도 더 예쁘게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지식도 쌓고, 피부 관리도 잘해서 10년은 넘게 근무하고 싶어요. 정지은: 이미 피부도 너무 좋으시고, 에너지도 넘치셔서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음료와 빵도 너무 맛있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찾게 되는 곳이니까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핫도그 말고도 다른 빵 종류가 많이 늘어났는데, 음료와 빵 하나씩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동화: 르뱅쿠키라고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직접 밀가루로 반죽하고, 새벽 4시 반에 와서 다 속까지 만들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만들다 보니까 더 맛있는 걸 주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거야. 그래서 생지가 오면 제가 하나하나 다 성형을 해서 모양 잡아 굽기 시작했어요.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한 종류만 고르기가 어려운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치즈빵이랑 아메리카노예요. 아메리카노도 늘 최상의 맛을 찾으려고 하루에도 10번은 더 확인하고 원두를 뽑아요. 그래서 아메리카노와 갓구운 모든 빵을 추천하고 싶어요. 정지은: 이렇게나 정성이 가득 들어가는 빵인지 몰랐어요. 앞으로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우리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동화: 일단은 건강이 최고예요. 정말 건강을 해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고요. 학생이 직업이 공부니까 공부도 물론 열심히 해야하지만, 즐기는 것도 많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지나고 보니까 추억이 그때 밖에 없어요. 지금 친구들하고 수다 떨고, 술 마시고, 공부하고, 이 시간이 지나면 정말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야 하니까, 많이 사랑하고 많이 즐기시고, 많이 먹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Part.3. 우리들의 진로 지킴이 - 문현호 실장님 이야기 - 문현호 실장님과 대학생일자리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취업에 관한 고민이 있다면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익숙해지기 시작한 반가운 문자가 있다. 바로 “상명 취업 문현호 실장이에요...”라는 인삿말과 함께 오는 문현호 실장님의 문자이다. 이 문자는 단순한 알림을 넘어, 우리들의 진로와 관련된 필요한 정보들을 챙겨주는 지침서로 느껴지기도 한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취업 설명회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진로 관련 지원 소식까지 실장님이 전해주시는 내용은 진로를 헤매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문현호 실장님이 들려주는 진로 지도 비하인드 스토리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함께 들어보려고 한다. 우리들의 진로를 지켜주는 실장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정지은: 안녕하세요, 인사 및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문현호: 저는 2015년부터 상명대학교 취업진로지원팀에서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청년들을 위한 진로취업지원 정책인 대학일자리사업의 시범 대학(전국에 10개)으로 선정된 시점부터 올해로 11년째 상명대에서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취업 지원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중견그룹사에서 인사채용교육, 인력관련 사업 등 사회생활을 오로지 사람에 대한 일만 20여년 했었습니다. 사람을 채용하는 입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해, 진로를 설정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기존에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시켰던 경험이 제대로 활용되는 것 같아요. 당시 제 딸도 대학생이라 제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는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보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재미도 있고 행복합니다. 그러면 된거죠. 정지은: 가장 어려운 게 인간관계라는데, 사람에 대한 일만 20년이라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실장님의 이러한 경력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군요. 그럼 혹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문현호: 학생들 진로/취업/관련은 기본이고, 개인적인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진로와 취업에 관련된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련이 있는 학생 중심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서 모집을 전담해요. 그후 프로그램별로 컨설턴트를 배정하여 진행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Job Path를 추적하여 DB화하는 작업입니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업무를 보기 때문에 연락이 쉽지 않아,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취업한 선배들에게 연락을 하게 돼요. 후배들을 위해서 직무 멘토로 다양한 직무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부탁하죠. 전국에서 학교 직무프로그램을 본교 졸업선배들로 100% 운영하는 대학은 저희 상명대 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세상에 없던 길은 없다”는 말을 믿어요. 그래서 취업한 선배의 Job Path를 통해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덜하게 해서 취업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지은: 말씀하신 것처럼 학생들 상담도 굉장히 많이 하시는데, 진로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들리는 고민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문현호: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인에 대한 신뢰가 적고 정보가 부족하다 많이 불안해요. 한 명 한 명 상담을 하다 보면 분명히 강점도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부분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시작하면 학년, 남녀, 전공, 성적 그리고 경험의 유무를 떠나서 시작하는 진로 고민은 거의 동일합니다. “저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저는 그럴 때 마다 공통적으로 이런 얘기로 상담을 풀어갑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들었던 본인에 대한 평판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 구요. 좋은 평판은 무엇이었고 지적을 받았던 나쁜 평판은 무엇이었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상담을 시작합니다. 본인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시간 낭비이기에, 주위와 본인을 비교하지 말고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졸업 전에 가질 수 있는 능력 중에 최선의 경쟁력을 찾으라고 얘기해 줍니다. 거기에 본인의 진로가 있다는 것이지요. 취업이라는 것은 100%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시험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일부 직업을 제외하고는 00명 중에 1명이 내가 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비교 시스템이기 때문에 본인만의 취업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저는 그것을 Job Item이라고 합니다. 게임에만 Item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진로의 고민은 철저하게 본인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정지은: 저도 늘 머릿속에 맴도는 게 '막막함'인 것 같아요. 저도 한 번 실장님 말씀대로 제 고민이 무엇인지 제 Job Item이 무엇인지 찾아보겠습니다. (웃음) 혹시 근무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취업프로그램 성과가 있을까요? 문현호: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 학생들이 보내주는 답신 문자를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보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보내는 문자를 통해 “누군가에게 Care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런 류의 문자들이 저를 지탱해 주고 있어요. 취업 관련 프로그램의 성과 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3년전부터 외교부 해외동포청에서 진행하는 재외동포기업 해외인턴십이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20여명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6개월에서 평균 1년 정도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죠. 인턴기간 실제 급여를 수령하며 해외 현지기업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램인데,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해외취업아카데미라는 교육을 기획하여 운영하게 되었어요. 그 운영사가 재외동포기업 해외인턴십 주관을 하고 있어서 저희 상명대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해외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해외 인턴십은 위험성이 있어서 망설여 지지만 외교부에서 검수한 동포기업이기에 큰 문제없이 지금도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미국에선 인턴십 1년을 끝마치고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선배도 있고, UN기구 소속으로 세네갈에서 근무하는 선배도 있는데 매월 1,2회 제가 출근을 7시정도에 하다 보니 현지와 실시간 Zoom으로 근무 상황도 파악하고 생활하는 얘기 등에 대해서 얘기하곤 합니다. 정지은: 오, 그러면 졸업을 한 이후까지도 학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주시는 거군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실장님이 정말 든든한 존재일 것 같아요. '문현호 실장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문자인데요. 학생들과 개별문자를 시작한 계기도 알 수 있을까요? 문현호: 처음 상명대에 와서 학생들 만나기 시작하고 2년정도 상담을 중심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듣고 싶은 사람 위주로 운영이 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직접 소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상담의 방향도 바꾸어 나가는 방법으로 장문의 문자를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벌써 7,8년이 되었네요. 지금도 1년에 한 두 번은 이름 모를 욕을 문자로 받긴하지만, 초기에는 한달에 한 두 번 욕문자답신을 받았던 것 같아요. 왜 자꾸 문자를 보내냐는 것이죠.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워서 “그냥 스펨 처리 하면 되지 어른한테 그러면 되겠냐”는 답신도 하곤 했었죠. 2, 3년 지나니까 그렇게 욕을 하는 문자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어쨌든 저는 문자를 시작하고 너무 좋습니다.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문자에 쓰는 글이 좀 가벼워 보이는 것은 있어요. 주로 “~~~~요”로 끝나는 것도 그렇고 “..”을 주로 붙이고 마지막에는 “….”으로 끝나니까요. 조금은 의도된 것도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그냥 “문현호실장이예요..”로 고정되었지만요. 정지은: 마지막 '...'이 학생들에게 더 진심으로 다가오고, 실장님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게 된 것 같아요. 그럼 문자 보내시는 건 개인핸드폰이실까요? 답신 확인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문현호: 당연히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 개인 핸드폰번호를 사용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거든요. 제 개인 번호를 쓰지 않으면 문자를 보낼 의미가 없으니까요. 문서를 주고받을 일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카톡보다도 문자를 사용합니다. 그래야 수년이 지나도 번호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문자 내용이 그대로 유지 되니까요. 학생 개인별 히스토리가 저절로 관리가 되거든요. 몇 년이 지났는데 제가 연락이 오는 학생의 이름을 얘기하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구요. 짜릿합니다. 그 기분이. 그러니 당연히 답신 확인도 기본이지요. 요즘은 명함에도 개인 핸드폰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생활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강제할 수가 없는 개인의 선택이지요. 1년에 서울,천안 재학생 1만여명, 거기에 요즘은 졸업생 2년차까지 5000여명에게 핸드폰 번호를 오픈해도 새벽이나 주말 등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물론 제가 주말이나 밤에 프로그램 관련으로 개인적으로 문자를 더 많이 하기는 합니다. 요즘은 단체문자보다는 학생 개인 이름을 넣어서 보내는 문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게 효과는 만점입니다. 중노동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확실 하니까요. 지금까지 개인 핸드폰번호 오픈을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정지은: 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궁금해 하던 점이었을 것 같은데 해결이 되었네요. (웃음) 혹시 에브리타임에 올라오는 실장님의 이야기도 아실까요? 인기를 실감하시는지요! 문현호: 에브리타임 내용은 학생들이 캡처해서 보내주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정도 알고는 있어요. 고맙게 생각하죠. 은근히 뿌듯하기도 하구요. 그것을 인기 라고는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학생들이 그냥 문자로 자주 접하다 보니 대학이라는 곳에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름을 불러주거나 작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화답 정도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정지은: 이 글을 통해서 실장님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대학 일자리센터, 그리고 실장님의 역할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시나요? 문현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라는 곳에서 저 문현호실장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면 정부에서, 학교에서 수많은 진로설정, 취업지원, 일경험 등등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위해서 정말 많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학생들 개개인이 “몰라서 그런 혜택을 못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제가 소속되어있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뭔가 고민이 있을 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답답하고 길이 안보일 때 스스럼없이 찾아오거나 연락을 해서 함께 고민하고 최선을 함께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마음으로 학생들의 손을 기꺼이 잡아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네요. 정지은: 너무 든든한 한 마디인 것 같아요. 이제 인터뷰가 끝을 향해 가는데요. 그 전에 짧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직업적인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문현호 실장님의 일상 이야기도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실장님의 하루일과나 취미를 알고 싶습니다. 문현호: 제가 91년도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의도하지 않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건 항상 저였어요. 지금은 조금 늦춰졌지만 4시에 일어나서 7시 사이에 학교 오는데, 사람들 오기 전까지의 2~3시간 사이의 오로지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소중해요. 새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뭔가를 만들기가 좋죠. 아내가 걷는 걸 좋아해서, 10년 전부터 퇴근하면 거의 만 보에서 만오천 보 맨날 이렇게 걸어요. 저녁 먹고 주위 공원이나 이런 데를 걷고 토요일 일요일은 조금 더 걷고 ... 학생들 시험 한 2주 전부터는 상담도 많이 없어서 항상 그 타임에 2-3주 휴가를 몰아서 여행을 다녀요. 올해는 한 3주정도 스위스 가서 좀 걸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걷는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요. 아, 문자 보내고 사람 모집하고 이런 걸 하는 것도 몸에 배서 재미있죠, 거의 일체가 돼서 학생들에게 문자 보내는 것도 거의 취미 수준을 넘어서 특기가 된 것 같네요. (웃음) 정지은: 걷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문자 보내는 것 마찬가지로 멋진 특기고요.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학 취업팀 업무를 시작하신 이후 생긴 변화나 실장님만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문현호: 기업환경과 대학환경은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대학에 발을 들여놓고 2,3년은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건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문자라는 소통의 수단을 찾아내고부터 의 7,8년은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성취 중 최고라고 감히 애기할 수 있어요. “작은 소통의 행복” 그것이 대학에 와서 생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행복'이라는 것을 대하는 마음일 거 예요. 지난해 출간한 책도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Happy Job”이라고 제목을 지었어요. 이제 저에게 생긴 새로운 목표는 상명대학교 제가 뿌리를 내린 이곳 상명대학교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본인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데, 저의 작은 도움이 요긴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제 새로운 중장기 목표입니다. 정지은: 실장님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학생들도, 실장님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취업을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문현호: 세상을 30여년 더 살고 있는 사회 선배의 입장에서 얘기해 주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누구하고도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Job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간 모두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 볼 것을 권해봅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지는데 그 사는 방식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그 사실입니다. 선택은 짧고 굵게, 하지만 치열하게 결정하고 결정된 것은 스스로를 믿고 집중해서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본인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선택과 집중”은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삶의 방식입니다. 학생들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까지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학교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했다. 인터뷰를 떠나,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분들의 하루하루에 얼마나 학생들을 향한 많은 고민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공간에는, 따뜻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인터뷰를 나누며 듣게 된 학생들을 위한 그 진심에 울컥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그분들에게는 특별한 보람의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한 발짝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 최도은 선생님, 김동화 점장님, 문현호 실장님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먼저 밝은 미소로 다가가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제 8 호 배움의 확장, K-MOOC와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
이선민 정기자 2024년의 마지막 달을 끝으로 상명에서의 마지막 학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상명에서의 2년은 짧지만 배움과 성장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학기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배움과 경험이 더욱 깊어져 의미가 남달랐다. 교지에서 마지막 기사를 어떤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 다른 학우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니 이번 학기에 경험했던 2가지 활동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위 활동들은 국가에서 진행하므로 관심이 있다면 쉽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다. 2가지 활동은 교육부에서 진행한 ‘K-MOOC’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이다. K-MOOC, 일명 케이무크는 학과에서 인정하는 수업을 신청해서 들을 시, 전공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는 공지를 시작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또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은 평소 외국어 수업에 관심이 있던 도중에 SNS 광고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두 활동은 우연히 접하게 된 기회이지만, 개인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학우가 있다면, 이 기사를 보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쓴다. (1) K-MOOC K-MOOC(케이무크)는 누구나 웹을 통해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 시스템으로 학습 목표에 따라 구성된 한국형 MOOC다. 2015년에 처음 시작된 이후, 다양한 강좌와 콘텐츠를 제공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림 1: 대한민국 교육부 블로그 2017년 당시 대학강좌 온라인 제공 사이트는 두 곳이었다. 케이무크와 온라인 대학 강의 공개 서비스(KOCW)이다. 2015년 시작된 케이무크의 수강 신청자 30만 9,255명 중 강좌를 이수한 사람은 2만 7,010명에 불과했다. 반면, KOCW는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2016년 515만 2,524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용자가 적다면 동일한 목적성을 띤 강좌 사이트를 굳이 여러 개 운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는 부분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시기에 평생교육 오프라인 강좌가 비대면 강좌로 전환됨에 따라 K-MOOC의 이용률은 급증했다. 21년 기준 가입자는 96만 명을 넘어가고 누적 사용자 건수는 220만 건을 넘어섰다. 이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공간적 구애를 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이 점점 필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2학기에는 총 6학점으로 리더의 전략적 의사결정, 글로벌 사회적 가치와 창업 사례, 한국의 사회정책 그리고 한국의 에너지산업으로 총 4과목을 신청해서 수강했다. 이 강좌들을 통해 기존 수업에서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수강 신청 기간쯤 되면 수강할 수 있는 K-MOOC 강좌 목록을 올려주신다. 처음에는 학과 지정 과목이 없었기에, 교수님께 직접 연락해 강좌 승인을 요청했다. 24년 2학기에 경우 학과에서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들을 따로 공지해 주셨다. 과목을 선택한 기준은 1. 학과에 없는 수업인지 2. 취업 시 참고할 수 있는지 등이 있는데, 이 역시 각자의 기준에 맞춰 강의를 선택하고 계획을 설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K-MOOC는 학점 인정 시 패스 논 패스로 표시되기 때문에 기한까지 이수증을 제출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강의마다의 패스 기준이 상이하긴 하나 대부분 오프라인 수업의 기준처럼 강의 출결, 퀴즈, 토론, 시험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기존의 교내 오프라인 수업과 달리 패스 논 패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학생의 강의 수강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 수강 신청 시 강의 선정 기준은 다양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통해 내 생각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까? 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K-MOOC 강의 역시도 각 교수님만의 강의 방식과 견해를 통해 전공인 경영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배움을 쌓아 가기를 희망했다. 또한 여러 학우와 함께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며 학문적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느꼈다. 4가지 강의 중 ‘리더의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강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면 퀴즈 20%, 토론 20%, 중간고사 30%, 기말고사 30%로 이수 기준 60%를 넘겨야 이수증 발급이 가능했다. 학교에서 이미 경영 관련 강의를 수강한 덕분에, K-MOOC 강의를 통해 더욱 전공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은 다른 학우들과 함께하는 토론이었다. 그중 3주 차 “성공이 독이 되었던 사례를 기술하고 사례가 발생한 이유를 강의 내용을 토대로 비판해라.”라는 주제를 게시판에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활동을 했다. 강의 중 첫 토론 활동이라 그런지 98명의 학우들이 참여했다. 그림 2는 해당 주제에 대한 나의 게시글 화면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새로운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례를 분석하며, 성공과 실패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봤다. 이를 통해 한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다양하게 교환하며 더 다채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발전할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림2: 리더의 전력적 의사결정 토론방 내 의견 (2)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특수 외국어 교육 기반 조성으로 특수 외국어를 배우려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 기회 제공 및 특수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수외국어는 국가 발전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를 의미하고,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53개의 언어를 의미한다. 위 사업에서는 단국대-청운대 컨소시엄, 부산외대, 한국외대와 같은 세 군데의 기관을 통해 약 25개의 언어 강의를 지원하고 있다. 분반을 초중고, 성인으로 나눠 맞춤형 외국어 수업을 제공하고 또 K-MOOC 강좌를 통해 다양한 언어의 수준별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즉 내가 언제 어디서나 배우기 어려웠던 언어를 편리하게 수강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해당 사업 역시 2020년에 수강 신청을 첫 시작으로 벌써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K-MOOC와 달리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연인지 SNS에 평소 관심 있던 외국어 피드를 보고 있던 도중 광고로 해당 사업이 소개되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전 학기에 수업을 들은 분들의 블로그 후기 글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특히 무료로 진행하기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수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수강 신청처럼 정시에, 사이트에 접속하여 여러 고민 끝에 “스웨덴어”를 신청했다. 스웨덴어를 신청한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 이케아에 가본 사람이 있다면, “Hej!”라는 벽에 적힌 단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Hej!”(헤이)는 스웨덴식 ‘안녕’이라는 기본적인 인사말이다. 집 근처 이케아에 종종 방문할 때마다 보이는 이 단어가 처음엔 신기했고 그 이후엔 스웨덴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듣던 수업은 한국외대에서 진행한 스웨덴어로, 매주 토요일마다 5주 동안 17:10~19:00까지 진행되었다. 수업은 녹화 강의가 아닌 줌과 같은 webex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화상 수업을 진행하였다. 사이트 내에서 교재를 내려받고 수업을 듣는데 줌으로 발음도 따라 해보면서 실시간으로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주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배움의 뜻이 있고 적극적으로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은 강좌였다. 그림3: 수업자료 중 일부 위 그림은 수업을 들으며 필기한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하면서 선생님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시를 들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특수 외국어는 해당 전공이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불어, 독어와 같은 국제적으로 다수가 쓰는 외국어 전공도 폐과가 되는 상황에서 스웨덴어, 네덜란드어와 같은 특수 외국어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을통해 배움의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생김으로써 나에게 긍정적인 생각의 변화가 생겨났다. K-MOOC과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은 각각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이지만, 그 처음에는 공통으로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마주할 수 있다. 유사한 성격의 전공 수업이라도 교수님들의 각자 관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학교 내 수업에서는 훨씬 많은 학생이 한 번에 수업을 듣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특히 토론 과제나 실시간으로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쌍방향 소통적인 수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활동 모두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K-MOOC를 통해 상호 간의 의견을 개진하고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을 통해 평소 접하지 못한 언어를 배우는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성취감을 받았다. 새로운 활동을 처음 시도할 때는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넘어서 시도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 안과 밖에서 주어지는 배움의 기회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기회를 찾고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위 두 활동 이외에도 여러 기회를 활용한다면 각자의 학업 목표 혹은 진로 계획을 이루는데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배움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기회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리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가진 관심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연결한다면, 큰 성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내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학습의 창구를 원하는 상명대 학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위와 같은 두 활동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지 권하고 싶다. [참고자료] 1. 이민우, 온라인대학강좌 케이무크, 이수율 한자릿수…비효율 중복투자 비판, 17년 10월 16일,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101610564654324 2. 김승환, 코로나 때 빛 발한 ‘케이무크’… 수강신청 78% 늘어, 20년 10월 05일,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929523309?OutUrl=naver 3.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 https://cfl.niied.go.kr/main
제 8 호 상명대의 바, 자하교지
남영욱 정기자 비 내리는 밤, 무거운 문을 열며 비가 거세게 내리던 어느 저녁, 젊은 청년 하나가 한적한 골목의 칵테일 바에 발을 디뎠다. 빗물에 흠뻑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 축 처진 어깨. 그의 모습은 멀끔한 바의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임 끝에 결국 그 무거운 문을 밀어 열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따스한 바의 불빛이 그의 초라한 실루엣을 감쌌다. 청년은 주저하는 기색으로 바 안을 둘러보다가, 괜히 삐죽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부터 한 번쯤 들어와 보고 싶긴 했는데… 저 문이 너무 육중하고 어두워서 마치 들어오지 말라는 것 같잖아. 나 원, 장사할 마음이 있는 건지… 쳇.” 그의 말투는 투덜거리는 듯했지만,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건 것이 아니라는 듯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자 바의 주인인 바텐더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여긴 바(bar)입니다. 바란 하이드 아웃(Hideout)이니까요.” 1 만화 '바텐더',2004, 조 아라키 그는 한 손으로 잔을 닦으며 이어 말했다.“갱들의 은신처가 왜 무겁고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졌는지 아시나요? 그것이 있어야 안심하고 숨을 수 있으니까요. 바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거운 문은 외부의 시선을 막아주고,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바깥세상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지요. 나이도, 직책도,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여기선 그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청년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바텐더의 말을 곱씹었다. 그때, 바텐더는 그의 손 앞에 투명한 잔을 조용히 놓았다. 마치 특별한 순간을 위해 준비된 빈 무대처럼, 잔 속엔 아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곳은 많은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그러니, 오늘 밤 당신에게 꼭 맞는 한 잔을 드려도 될까요?” 그렇다. 칵테일 바란 그런 곳이다. 무거운 문을 열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은신처, 한 걸음 주의를 기울여야만 닿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 그러나 일단 찾아내어 문을 넘어서면, 그곳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경험을 선사한다. 누구든 한 잔의 칵테일과 함께라면, 문밖에서는 나누지 못할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곳. 문 안에서의 이야기들은 문 안에서 멈추는 곳. 바란 그런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하이드 아웃이 주는 위로의 힘 앞서 말했듯 하이드 아웃, 즉 은신처는 단순히 몸을 숨기는 장소를 넘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육중한 문 뒤에 숨어 있는 하이드 아웃 바는 세상의 시선과 소음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게 하고, 그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조용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바의 무거운 문은 바깥세상과 안쪽 세상을 분리하며, 그 안에서만큼은 자신의 직책, 나이,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하이드 아웃은 손님 하나하나에 위로를 제공한다. 설령 그 테이블 위에 직접적인 위로의 말이 없더라도, 나 하나만을 위해 여러 가지 술을 골라 섞고, 흔들어 내 앞에 놓여 있는 이 칵테일 한잔에 그 모든 말이 담겨있다. 많은 사람에게 음식과 술을 파는 장사를 넘어, 지금 이곳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공간. 칵테일 바의 바텐더는 단순히 술을 제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과 그 장소를 이어주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손님이 느끼는 위안을 극대화한다. 자하 교지: 상명대의 하이드 아웃 바 나는 학내 언론사 중 하나인 ‘자하 교지’ 역시 이러한 하이드 아웃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하지만 그렇기에 형식을 벗어난 다양한 글을 볼 수 있는, 때로는 외부의 어떤 것들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한 자하 교지의 역할은 그 자체로 교내에서 특이한 지위를 가진다. 캠퍼스의 여느 소식지나 공고문과는 다르게, 자하 교지의 글은 독자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섬세함을 지향한다. 학생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하 교지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 즉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상명대의 하이드아웃 바’가 된다. 나의 경험과 자하 교지의 역할 자하 교지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은 바로 이 '개별성'이다. 단순히 다수를 위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건조한 사실을 다루는 매체가 아니라, 각기 다른 어디엔가 존재할 독자 한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바텐더가 한 잔의 칵테일을 통해 손님에게 위로를 전하듯, 자하 교지의 글은 누구인지 모를 독자 한 명의 마음에 닿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 역시 처음 자하 교지의 글을 읽었을 때, 이상한 기분이었다. ‘소확행’에 대한 글이었는데, 정말 각 기자분의 개인적인 생각이 가감 없이 들어간 글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언론이었다면, 지나치게 개개인의 생각만 담고 있는 중립적이지 않은 글이라 생각했겠지만, 나는 마치 각 기자분의 경험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하 교지라는 나만의 하이드 아웃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경험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지금은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그런 위안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뜻깊게 다가온다. 자하 교지가 나아갈 길 자하 교지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단순히 소식을 전하거나 어떠한 큰 사회적 메시지를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길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 개개인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 잡는 것이다. 칵테일 바가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위로를 제공하듯, 자하 교지 역시 반드시 전교생에게 그 존재를 알려 모두가 우리의 기사를 보게 하겠다- 라는 목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상에 반응하고 눈치 보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독자의 내면을 파고들 수 있는 글을 쓰는 데 주력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학내 신문사와 차별화되어 가지는 자하 교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바텐더가 손님을 위해 칵테일을 만들며, 순간의 위안을 전하듯, 자하 교지는 글이라는 매개체로 학내 구성원들에게 작은 은신처가 되어야 한다. 그런 자하 교지라면, 찾아오기는 어렵지만 어렵게 찾은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찾아올 이유가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많은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오늘 밤 당신에게 꼭 맞는 한마디를 드려도 될까요?”
제 8 호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이소명 편집장 2시간, 집에서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애매한 시간이다. 15분 정도 걸어 버스 정류장에 간 다음, 광역버스를 탄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자그마한 손잡이에 의지한 채 1시간을 서서 가다 보면 광화문에 도착한다. 그다음 7016 버스에 힘겹게 몸을 실어 30분 정도 가다 보면 학교에 도착한다. 나의 1학년 1학기 때의 통학 과정이다. 학기가 끝날 때쯤 안전 문제를 이유로 광역버스의 입석이 금지되었다. 나의 통학 시간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가량 늘어나 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은 기숙사였다. Q : 어느 기숙사에 살고 있나요? A : 평창동에 위치한 ‘스뮤하우스’에 살고 있어요. Q : 기숙사는 언제부터 살게 되셨나요? A : 2022년 하반기, 그러니깐 제가 1학년 2학기 때부터 3학년 2학기인 지금까지 2년 정도 살고 있습니다. Q : 기숙사와 학교는 가깝나요? A : 신기하게도 저희 기숙사는 학교 안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2~30분 정도 걸리는 평창동에 위치하고 있죠. 그래도 2시간 걸리던 통학길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해요. Q : 기숙사는 얼마인가요? A : 몇 인실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저는 지금 6인실에 살고 있어요. 요즘 4인실 이상을 찾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일이죠. 입사할 때 1학기 비용을 전부 지불하였는데, 6인실로 1달 기준 10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었던 것 같아요. Q : 6인실이요? 인원이 꽤 많은데 힘들지는 않나요? A : 놀랍게도 8인실, 10인실까지 있답니다. 저는 4인실과 6인실에 살아 봤어요.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럭저럭 살 만합니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복도에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어요. 저는 대부분 방에서 샤워하는데, 아침 시간대나 저녁 시간대는 몰리는 시간이다 보니 그런 점이 불편하긴 해요. 또, 작은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생활 습관이 안 맞는다면 신경 쓰입니다. 예를 들어 룸메이트가 코를 심하게 곤다거나, 알람이 여러 개 울리더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힘들겠죠. 하지만 잠귀가 어두운 편이라 신경 안 쓰고 잘 자긴 해요. 이게 기숙사에서 오래 살 수 있었던 이유겠죠. 저는 청소에 예민한 편인데, 특히 머리카락에 예민해요. 여자가 4명 이상 몰리다 보면 금방 바닥에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이곤 한답니다. 본가에 있을 때보다 더 수시로 청소해야 해서 이게 가장 신경 쓰이긴 해요. Q : 그러면 청소 당번을 정하시나요? A : 이게 매 학기 다르긴 했는데요. 일단 전 소심한 편이라 룸메이트한테 먼저 말 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방 배정이 랜덤으로 되기에 첫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 날에 룸메이트가 먼저 말을 걸어준다면 그 날 청소 당번도 정하게 되고, 생활 규칙 같은 것도 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첫날 대화를 트지 않았던 학기에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런 경우에는 청소의 강제성이 없다 보니 방이 조금 더 지저분했던 것 같아요. 또, 어색하다 보니 방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청소하기가 눈치 보이더군요. 그래서 룸메이트 모두가 없을 때 몰래 청소를 하고는 했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기숙사에 거주할 생각이 있다면, 꼭 첫날에 대화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한 학기 생활이 걸린 중요한 날이라 생각하거든요. Q : 기숙사 시설이 궁금한데요, 기숙사 시설은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A : 스뮤하우스가 언제 지어진 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살아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건물인 것 같아요.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아주 추운 그런 건물입니다. 또, 히터와 에어컨은 있지만 보일러가 없기에, 보일러를 사랑하는 찐 한국인으로서 너무 아쉽습니다. 층마다 세탁기 2대, 건조기 1대가 있는데 작년부터인가 건조기가 시원치 않은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이게 또 랜덤이라 제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지하 1층에는 공용 헬스장이 있는데 모든 기구들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성비라고 하죠. 달에 10만 원 정도 내는 입장으로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하긴 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평도 딱 이런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시설들이지만, 깔끔한 편이고 가성비 좋아서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만한.. 딱 그런 기숙사 같습니다! Q : 기숙사 주변 편의시설은 어떤가요? A : 편의시설이 좋은 편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우선 길 건너에 바로 GS25 편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거기서 해결하죠. 그리고 근처에는 정말 아파트만 있고 딱히 뭐가 없는 것 같아요. 15분 정도 걸어가면 평창동 주민센터가 있는데 그 주위에 병원이나 약국, 카페 등이 조금 있어요. 기숙사 바로 앞에는 정말 편의점 하나 빼고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그 덕에 기숙사가 정말 조용한 편이라 한편으로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 그렇다면, 기숙사 근처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A : 다른 기숙사 학우들도 자주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자주 가는 카페와 음식점이 하나씩 있어요. 우선 ‘세마카페’라는 곳입니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10분이 안 걸리는데요. 카페가 넓고 쾌적하고.. 라떼가 맛있어서 시험기간에 자주 가곤 했어요! 제가 갈 때마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칠성라멘’이라는 곳인데요. 기숙사에서 걸어서는 15분, 버스를 탄다면 5분 정도 걸립니다. 한동안 여기 곱창 라멘에 빠져 혼자 자주 가곤 했어요. 작지만 아늑하고 혼밥하기 좋은 곳입니다! 사실 매번 곱창 라멘만 먹어서 다른 메뉴는 잘 모르지만.. ㅎㅎ 곱창 라멘 추천해요! Q : 주변 시설에 대해 들어보았으니, 다시 기숙사 얘기로 돌아가 볼까 하는데요. 기숙사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A :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보일러가 설치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보일러에 적응되어 있는 나라인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룸메이트들이 히터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히터를 아예 안 트는 건 아니지만 잘 때는 너무 건조하기에 주로 히터를 약하게 틀거나, 끄고 자거든요. 일화 중 하나를 말해보자면, 그 당시 2층 침대를 사용했었는데 히터와 바로 가까운 자리였어요. 히터를 틀고 자다가 너무 건조해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새벽에 깼었죠. 히터를 끄러 내려가려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내려가서 히터를 껐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는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 자는데 그래도 너무 춥습니다. Q : 앞으로도 기숙사에 살 의향이 있나요? A : 다음 학기는 이제 4학년이기 때문에, 시간표에 따라 결정할 것 같아요. 아침 수업이 많고 학교에 자주 온다면 기숙사에 살겠지만, 수업이 별로 없다면 집에서 통학할 것 같습니다. Q : 어떤 사람에게 기숙사를 추천하나요? A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에게 기숙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2인실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생판 모르는 남과 생활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요. 스뮤하우스는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정리를 해도 깨끗해 보이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청결이나 소리 등에 자신이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면 저는 자취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물론 방을 너무 더럽게 쓴다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등 남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 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100% 만족하는 삶은 살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아셨으면 합니다. 룸메이트들끼리 불만이 많아 뒷얘기가 나오는 걸 본 적도 있고, 정말 심각하게 싸워 한쪽이 중간에 퇴소한 경우도 들어봤어요. 그래서 공동체 생활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시도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대의 기숙사 생활에 낭만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타 학과 친구들이 여럿 생기는 게 재밌기도 하고, 집을 떠나 외로울 때 고민을 상담할 친구가 생겨 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낭만을 가지고 타인을 배려하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다들 즐겁고 따뜻한 기숙사 생활을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제 7 호 와인 한 잔: 까다로움 속에서 발견한 삶의 복합미
와인 한 잔: 까다로움 속에서 발견한 삶의 복합미 남영욱 수습기자 당신은 와인이 무엇인지 아는가? 글쎄, 비싼 술? 양주? 포도주? 다양한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최근(이라고 하기엔 또 지금은 한물간 것 같지만) 와인은 과거에 비해 훨씬 대중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러나 와인은, 또 엄청나게 트랜디한 술은 아닌 것이, 소주 맥주의 아성을 뚫을 듯 몸집을 불리다가 2022년도부터 칵테일과 하이볼의 부상으로 그 힘이 꺾여버렸다. 나는 와인의 ‘까다로움’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1]사진 출처: 한전진 기자, “위스키 접은 신세계의 방향 전환…와인에 집중“, 비즈워치, 2024. 1. 3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들 와인의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있다. 또, 와인 그 자체뿐 아니라 이 와인이라는 술을 즐기게 되면서 내가 맞이한 다양한 정서적, 태도적 변화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시 말해 와인의 매력을 소개하며 와인으로 인한 나의 변화까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와인이란?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제조 과정이나 기원 같은 부분은, 와인을 사랑하게 된 뒤에 알아가도 늦지 않다. 미팅에서도 냅다 “제 고향은 울산시 울주군이며, 엄격하신 아버지와 현명하신 어머니 밑에서 자라…” 등의 자신만의 용비어천가를 읊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나는 이 글을 읽은 후 부디 와인과 따로 한번 애프터 자리를 가지길 간곡하게 바라는 주선자의 입장이기에, 아직 궁금하지 않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조금 넣어두겠다. 대신, “와인은 맥주와 같이 발효를 통해 만든 발효주(양조주)로, 주로 포도주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과실’을 발효한 술 전체를 일컫기도 한다”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자기소개로 이 미팅의 포문을 열어 보고자 한다. 그다음, ‘와인의 맛과 향’, ‘와인을 즐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며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와인, 어떤 맛, 향이 날까? 사실 와인의 종류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고 포도의 품종과 세부적인 제작 방식에 따라 맛이 정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와인은 이런 맛이 난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와인 마니아들이 보면 분개할지도 모르지만) 와인을 그 ‘대략적인’ 맛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보겠다. 1. 식전주 와인 1번 식전주 와인은 말 그대로 식전에 먹는 와인으로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쓰거나 신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아직 식전에 와인으로 입맛을 돋울 정도로 와인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1번은 사실 접할 일이 거의 없다. 2. 테이블 와인 2번 테이블 와인은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종류의 와인으로 음식을 먹는 중에 먹는 와인이다. 흔히 말하는 레드 와인은 육류, 화이트 와인은 생선류에 어울리며, 마찬가지로 식사 중에 먹기 때문에 보통 그리 달지 않다. 레드는 떫은맛, 화이트도 디저트 화이트 와인과는 달리 드라이한(달지 않은) 맛을 띄는 경우가 많다. 3. 디저트 와인 마지막으로 3번 디저트 와인은 식후에 디저트로 즐기는 와인으로 보통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맛과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 크게 잡아도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무지 달고 도수가 높은 포트 와인과 크림셰리 와인, 값비싼 귀부 와인(소테른, 바르샥), 건포도를 사용한 패시토 와인, 시원하게 마시는 아이스 와인 등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와인, 그래서 어떻게 먹으라는 건데? 아주 좋은 질문이다. 암만 무슨 무슨 맛이 나고 설명을 해봤자 미각은 텍스트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혀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먹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대략적인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저렴한 입문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2]비서에게 와인을 알려주는 하도영, 사진 출처: 유퀴즈온더블럭 166회 “신 대표가 보낸 거면 백(만원) 이하는 아닐 겁니다.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만 원짜리 와인을 한 병 사요. 치즈도 좀 사고. 그 만 원짜리 와인을 먼저 마시고, 그걸 마셔요. 그럼 마실 줄 알게 될 겁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등장인물 하도영이 비서에게 고가의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의 대사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교 시음’의 방법으로 와인에 입문해 볼 것이다. 우선 앞서 소개한 맛 중 1번 3번 와인은 과감하게 배제하겠다. 아무래도 입맛을 돋우는 게 목적인 식전주 와인은 입문에 호불호가 지나치게 갈리며, 달달하고 맛있는 디저트 와인은 호불호 없이 그냥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따라서 2번 테이블 와인 위주로 코스를 설명할 텐데,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가성비 테이스팅 코스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내가 권장하는 친구는 바로 이 녀석이다. [3] 대선주조의 ‘와인 반병’, 사진 출처: 노수윤 기자, “대선주조 칠레산 까쇼로 만든 '와인 반병' 출시 “, 머니투데이, 2022. 9. 27 이 친구는 대선주조의 ‘와인 반병’으로 소주병에 칠레산 와인을 채운 제품이다. CU편의점에서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와인 반병'은 우선 용량이 360ml로 한 번에 마시기에 부담이 없고, 가격도 3000원으로 저렴하다. 우선 향은 무난한데, 달달한 과실 향에 오크 향이 난다. 맛은 향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포도 주스 맛이 나지만, 드라이하며 바디감은 없으며 산도는 적당하다. (드라이니 산도니 하는 용어는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저가 와인 특성상 약간 시원한 상태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와인은 ‘와인 마니아’ 입장에서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와인의 ‘결’을 가격에 비해 훌륭하게 표현한 와인이다. 이에 이 와인을 마신 후 정말 참기 힘들 정도로 맛이 없다면, 그 ‘결’과 맞지 않으니 그냥 디저트 와인을 드시면 된다. 애매하거나 먹을만하다고 생각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친구를 추천한다. [4]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사진 출처: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코리아 홈페이지 이 친구는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로 편의점에서 만 원대에 구할 수 있는 와인이다. 이 와인은 이 가격대의 와인 중 가장 와인의 표준과도 같은 맛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맛은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지만, 대략 와인을 처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의 ‘와인 반병’의 맛과 결이 비슷할 것이다. 하도영씨가 제안한 바와 같이 앞선 와인 반병을 한 모금 마신 후 그 맛을 기억한다. 그 후에 이 와인을 맛본다. 그다음 비교를 해본다. 그 차이를 알아낸다면 이제 어디 가서 와인을 마실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와인, 너 상당히 까다롭구나! 와인이 대충 입맛에 맞았다면 이제 와인을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까다롭다. 와인은 온도, 습도, 진동, 산소 접촉 등등의 각각의 모든 요소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이러한 요소들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그런 까다로운 절차를 축약하고 축약해 보관, 준비, 마실 때의 3가지 측면에서 말해보고자 한다. [5] 와인셀러, 사진 출처: 데이코 홈페이지 (1) 보관 먼저 ‘보관’이다. 사실 초심자라면 와인을 보관해서 두고두고 먹기보다는 그때그때 사 먹는 것을 추천한다. 새 와인의 경우에 온도, 습도, 진동(가격이 좀 나가는 와인의 경우 냉장고의 진동에 맛이 미묘하게 망가진다.)을 고려할 때 보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 또 먹던 와인의 경우에도 한번 뚜껑을 열면 산화가 시작되어 맛이 달라지는데, 하루가 지난 후부터는 그 맛이 심각하게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먹던 병을 남겨 보관해 두기보다는 개봉한 병은 하루 안에 비워야 한다. 다만 맛있어 보이는 와인을 발견하고 다음에 먹기 위해 사 온 상황이라면, 두 가지만 기억해 보자. 디저트 와인은 냉장고에, 나머지는 서늘한 그늘에. [6] 사진 출처: 임승수, 고정미, “와인을 빙빙 돌려 마시면 벌어지는 일 “, 오마이 뉴스, 20.05.31 (2) 준비 다음으로 ‘준비’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기 전,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공기 접촉과 관련한 부분이다. 와인이 공기에 접촉하면 와인 속에 잠자고 있던 방향성 물질[7]이 산소와 결합하여 와인 특유의 향을 발산하고, 잡내가 날아가게 된다. 이러한 공기 접촉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중요한 부분이니 기억하기 어렵다면 캡처해 두자. 첫째, 마시기 30~60분 전에 미리 뚜껑을 열어두기. 둘째, 와인을 마시기 전 와인잔을 둥글게 흔드는 스월링. 특히 저렴한 와인의 경우 잡내가 나기 쉬워 와인 초심자들이 이런 와인들을 개봉하자마자 마시고서 와인이 맛없다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두 방법을 잘 기억해 두자. (3) 마실 때 마지막으로 ‘마실 때’다. 와인을 마실 때는 소주처럼 그냥 털어 넣고 바로 삼키기보다는 일종의 ‘퀴즈 쇼’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 이 와인을 맞추는 퀴즈 쇼 말이다. 이를 위해 퀴즈를 맞히기 위한 간단한 공식의 틀을 먼저 알려주고자 한다. 크게 타닌감, 바디감, 드라이, 산도의 네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타닌감’이란 와인의 떫은 정도를 말한다. 타닌감이 많이 느껴진다고 한다면 떫은 와인이 되시겠다. 다음으로 바디감은 질감이 느껴지는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마셨는데 와인이 입에 남는 것 없이 깔끔하게 들어간다면 바디감이 낮은 것이다. 반대로 뭔가 질겅질겅 씹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점성이 느껴진다면 이는 바디감이 높은 것이다. 세 번째로 ‘드라이’는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단맛이 없다면 “드라이하다”라고, 단맛이 있다면 “스위트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도’란 와인에 신맛이 나게 하는 요소로, 와인을 마셨을 때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이제 이 네 가지 틀을 바탕으로 와인을 마시고 판별하면 된다. “음. 이 와인은 타닌감이 없군, 오 그런데 바디감은 많이 느껴지는걸? 확실히 깔끔하며 드라이하군. 산도는 식사와 곁들여 먹기 적당한 정도?”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대강 와인의 맛을 판별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향 등 다양한 와인 토크를 나눌 수도 있다. 이렇게 와인을 마시는 법에 관해 설명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쯤에서 “뭘 그렇게까지 해서 먹냐, 그냥 대충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 먹으면 안 되나?”와 같은 생각이 드는 분이 계실 것이다. 바로, 그 "뭘 그렇게까지 해서 먹나"라는 말이 핵심이다. 까다롭고 복잡한 와인, 편리하고 단순한 시대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생각에 와인의 상승세가 꺾인 이유는 그 까다로움에 있다. 요즘 시대는 쇼츠 콘텐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아주 편리하고 간편한 시대이다. 그렇게 간편함을 즐기는 시대에 제작부터 병입, 구입, 보관, 입 안에 들어와서까지 까다롭지 않은 부분이 없고 비효율적인 와인을 즐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말 편리하게 즐겨야 할까? 쓱 짧게 한번 마시고 이건 맛없으니까 됐고 이건 좋고 하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와인을 즐기듯 한번 인생을 즐겨보면 어떨까?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와인을 즐기듯 상황을 복합적으로 뜯어보고 요소를 하나하나 요목조목 관찰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좋고 나쁜 상황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긍정적 상황과 부정적 상황 같은 것은 실상 없다. 모든 것은 나의 혹은 외부의 어떠한 행동과 작용에 의한 인과일 뿐 어떠한 누군가가 이름 붙여준 개념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요소는 있어도 총체적으로 부정적인 상황 같은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와인을 마시는 방법에서 우리가 "음 맛없어", "음 맛있어"라고 단편적으로 평가했던가? 그렇지 않다. “음. 이 와인은 타닌감이 없군, 오 그런데 바디감은 많이 느껴지는걸? 확실히 깔끔하며 드라이하군. 산도는 식사와 곁들여 먹기 적당한 정도?”라고 평가했었다. 타닌감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바디감은? 드라이함은? 하나의 요소가 어떠하다고 그 와인이 단편적으로 어떠한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단편적으로 상황을 규정지어 일희일비하는 분들에게, 복합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태도를, 와인을 한잔 권해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벌써 맛없다고 하지 마. 아직 다 안 마셨어, 마저 한잔해!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증,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참고 와인맛 알았으면 안죽었을까? ‘더글로리 속 와인’에 감춰진 진실 [전형민의 와인프릭] - 매일경제 (mk.co.kr) [1] 사진 출처: 한전진 기자, “위스키 접은 신세계의 방향 전환…와인에 집중“, 비즈워치, 2024. 1. 3 [2] 비서에게 와인을 알려주는 하도영, 사진 출처: 유퀴즈온더블럭 166회 [3] 대선주조의 ‘와인 반병’, 사진 출처: 노수윤 기자, “대선주조 칠레산 까쇼로 만든 '와인 반병' 출시 “, 머니투데이, 2022. 9. 27 [4]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사진 출처: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코리아 홈페이지 [5] 와인셀러, 사진 출처: 데이코 홈페이지 [6] 사진 출처: 임승수, 고정미, “와인을 빙빙 돌려 마시면 벌어지는 일 “, 오마이 뉴스, 20.05.31 [7] 방향성 물질(=방향 화합물(芳香 化合物), 아로마)은 향기가 나는 화합물이다. 일반적인 향 또는 향수와는 달리 냄새 뿐만 아니라 맛에도 영향을 준다.
제 7 호 행복정도는, 누구나 누릴 수 있잖아
행복정도는, 누구나 누릴 수 있잖아 이선민 정기자 한 학기 종강 후, 방학을 앞두고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와서 좋아하는 빵을 먹으며 글을 쓴다. 내 발은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다. 수많은 주제 중에 어떤 주제를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빵을 먹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행복, 행복이 싫은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대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또 전시회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가끔 일상을 살아가는 게 답답하다고 느끼면 산에 있는 절에 가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절에 간 김에 기도할 때면은 “우리 가족 항상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빈다. 왜일까? 누군가에게 부탁하면서까지 왜,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행복이 주는 의미를 놓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를 곱씹으며 이 글을 함께 즐겨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1)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이라는 단어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띄우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상황이 딱 떠오른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친다.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 그 어떠한 고통도 감내하고, 고통의 이유를 미래의 행복을 위한 과정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한다. 단순히 우리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과정과 이유가 붙어야만 하는 걸까? 행복을 누리기 위한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우울감이 몰려오거나 슬픔을 감내해야 할 때가 온다면, 소소하게 좋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먼저 좋아하는 카레 집에 가서 수프 카레를 포장해 온다. 매장에서 직접 먹어야 맛이 있지만, 이때만큼은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번거로움에도 포장을 한다. 그 이후에 평소 자주 먹는 음료수와 케이크를 포장해 온다. 이제 집에서 따뜻한 수프 카레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간식을 먹는다. 이렇게 하면 이 순간만큼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시간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보다는 ‘이렇게 하니까 너무 행복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렇게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2) 행복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하여 나에게 스며들어온다.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다들 한 번쯤은 보여주는 행복을 경험해 본 적 있지 않은가? 내 삶의 주체인 나, 나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사소하지만, 행복함을 느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하고 표현을 잘한다고 한다. 어릴 때 사촌 동생은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만들기 도와줘서 고마워, 난 언니같이 좋은 사람이 우리 언니라서 너무 행복해”라고. 그때는 그저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간단한 인사치레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겐 단순히 설명서를 읽고 아이가 만드는 과정에 도움을 준 것밖에 없는데, 그 도움의 행동이 동생에게는 도움의 과정을 더불어 결과에 이르기까지 행복함을 표현할 수 있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작다고 생각한 동생의 세상에서 내 도움이 큰 기억으로 남았다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감정 표현에 인색하게 되었을까? 이 순간이 불편하다면 불편하다고, 행복하다면 행복하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건 가짜로 버무려진 나의 보여주기식 감정, 행복이 아닐까? (3) 나를 위한 행복은 없나요? 이런 보여주기식 행복함이 추구되는 이유에는 SNS의 발달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이 있다. 인스타그램 속 스토리라는 기능은 24시간 동안 사진 또는 동영상을 올려서 팔로워라면 함께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게시물, 스토리를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나는 21학번으로, 2023년도에 상명대학교로 편입했다. 상명대로 편입하기 전, 세상에 내 자리는 존재할까?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아직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저 친구는 어느새 나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와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 보니 나도 다른 곳에 여행을 가면 꼭 사진을 한 장씩 올리게 됐다. 나도 누군가가 보기에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허영된 마음이 투영된 모습을 올리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부러움으로 포장된 모습을 본 또 누군가는 이런 거짓된 모습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부럽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나의 행복감을 추구하는 모습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할 모순점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내 일상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의 모습을 보고 내가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이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보여줄 수 있는 모습만을 공개하는 것이 행복함을 영위하는 길일까? 여기서 나는 사람은 태어난 모습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앞으로의 꿈꾸는 각자의 미래도 분명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의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과 행복의 방향성, 그리고 그 길이 같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릴 적 자주 보던 이솝우화에 나오는 두루미와 여우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이들이 음식을 먹을 때 같은 그릇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나의 행복도 동일 선상에 둘 수 없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취향이 모두 다른데, 왜 ‘행복’이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모습을 추구하고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이자 어디서나 우리가 겪는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에게 행복이란,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행복하고 싶지만, 현실에 치여 미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행복해지려면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하고,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들기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한국은 아직 개인주의보다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남들과 같은 흐름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경향이 있다. 행복을 위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과 그럴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성립해야만 온전한 행복의 만족도를 추구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위 글을 읽고 아직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고 낯설어 스스로 돌아보고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온전히 나만의 기준을 성립하고 나에게 집중하라고 해서 꼭 나 혼자만의 행복이라고 단정 짓지 않아도 좋다. 행복은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사회적 관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많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려운 순간에도 힘이 된다. 언제 이 행복이 사라질까 라는 두려움보다는 힘이 든다면 가족, 친구, 동료 등의 도움을 받아 성과 같은 단단한, 그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들과 행복의 기준이 좀 다르면 어떤가, 그것대로 우리는 매력 있는 사람인데. 누구보다 자신의 행복을 소망하는 당신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더 행복해집시다! [참고자료] 1. 유원경 기자, 출가 서원의 고민, 함께 나누는 훈련, 원불교 신문, 24년 08월 16일, https://www.w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299
제 7 호 꽁꽁 얼어붙은 저작권 세상
꽁꽁 얼어붙은 저작권 세상 이소명 편집장 ♪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저절로 숏폼 챌린지가 떠오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멜로디 아닌가요? 이른바 ‘꽁냥이’ 챌린지입니다. 꽁냥이 챌린지뿐만이 아닙니다. Shorts, Reels, Ticktok에는 자연스레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고, 안무를 따라하게 되는 그런 익숙한 챌린지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는데요. 숏폼은 우리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침투하여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제는 떼레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학교 가는 길 버스 안에서부터 혼자 밥을 먹을 때면, 그리고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까지 하루 종일 숏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편하고 손쉽게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숏폼이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이 콘텐츠가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숏폼 속 노래와 안무의 저작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불분명한 ‘꽁냥이’노래의 저작권자 꽁냥이 노래는 MBN 이시열 기자의 보도 즉 목소리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 강추위 보도를 기획하던 기자는 가사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의 고양이’를 목격하고, 뉴스에서 보기 드문 귀엽고 위트 있는 장면이라 생각해 해당 장면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강추위 보도를 보게 된 크리에이터 ‘행복한 피자빵’은 보도에 박자를 맞추고, 효과음 등을 넣어 꽁냥이 음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음원을 듣게 된 틱톡커 ‘산고’가 노래에 맞춰 안무를 만들며 챌린지가 완성되었는데요. 이후 이 챌린지는 말 그대로 대성공을 이뤘습니다. 유명 크레에이터 뿐만 아니라 연예인까지 챌린지에 동참한 것인데요. 이렇게 꽁냥이 챌린지는 일종의 ‘밈(meme)’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꽁냥이 챌린지’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 노래의 저작권자가 될 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노래의 시발점이 됨과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가 노래를 구성하는 이시열 기자일까요? 아니면 보도에 박자를 맞추고 효과음을 넣어 현재의 노래를 만든 행복한 피자빵일까요. 어찌 되었든 저작권자는 이 두 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시열 기자도, 행복한 피자빵도 아닌 제3자가 노래의 저작권자가 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한 피자빵은 이 기자의 목소리를 단순 리믹스 한 것이고, 또 수익 창출이 아닌 재미를 목적으로 만든 노래이기에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외국인 틱톡 이용자가 해당 노래의 저작권을 틱톡에 등록한 것인데요. 행복한 피자빵은 외국인 이용자에게 메신저를 통해 음원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외국인 이용자는 음원 등록은 취소했지만, 자신이 돈이 없으니 음원 등록을 이어 나가게 해주면 안 되냐는 황당한 답장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노래의 적법한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상오 변호사는 이런 질문에 플랫폼상의 저작권을 등록하는 경우에 등록자가 누구인지 면밀히 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어플 내에서 저작권을 등록하는 경우 그 과정이 플랫폼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기관에 등록 신청을 하는 것보다 다소 허술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 사례처럼 플랫폼에 위조한 서류를 제출하여 저작권을 등록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플랫폼 내에서는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될지라도, 위조한 서류를 통해 성립된 저작권자는 적법한 저작권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창작물은 누군가의 땀 흘린 노력이며 소중한 자산입니다.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나요? 여러분이 가장 인상 깊었던 챌린지는 무엇인가요? 챌린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댄서 열풍을 불어온 노제의 ‘Hey Mama’ 챌린지. 각자 다양한 챌린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모든 공통점은 안무가 있다는 것일 텐데요.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노래에는 저작권이 있고 저작권자가 그에 대한 수입을 얻는 건 당연한 건데,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을까요? 우선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저작물 중에서도 안무는 ‘연극저작물’에 속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전재림 책임연구원은 단순 동작이나 몸짓은 저작권으로 등록이 불가하지만, 동작이나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하는 경우라면 저작권으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등록 저작물 중 안무는 0.1%에 불과한데요. 안무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신탁단체가 저작권료를 대신 받아주고 저작권 보호를 해주지만 안무에 관해서는 이러한 단체가 없다는 것도 저조한 등록률의 이유입니다. 대흥행에 성공했던 ‘Hey Mama’ 챌린지의 안무 제작자 노제는 안무 제작에 대한 수입이 0원이라 밝혀 대중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바가 있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구독자 2,630만 명을 보유한 댄스 엔터테이먼트 ‘1MILIION Dance Studio’의 유튜브 계정의 수익 또한 0원이라 밝혔습니다. 콘텐츠 노출에 대한 수익은 오직 노래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죠. 안무를 제작한 댄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안무가들이 의기투합하였습니다. K댄스를 선두하는 대표 안무가들이 한국안무저작권협회를 출범한 것인데요. 2024년 4월 한국안무저작권협회의는 유명 안무가 리아킴을 초대협회장으로, 최영준・팝핀현준・아이키・가비・백구영 등을 이사로 선임하며 창립총회를 개최했습니다. 리아킴 초대협회장은 “안무저작권 보호는 직업인으로서 안무가의 경제활동은 물론, 더 나은 창작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K댄스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에 K안무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안무 저작권 보호에 앞장서게 된 것입니다. 정부도 불안정한 안무저작권에 대해 대응을 내놓았는데요. 올해 안에 배포할 계획으로 안무저작권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안무저작권 인정 기준, 안무 분야 표준 계획서, 저작권료 산정 가이드’를 담게 될 전망입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안무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고 제도적인 보호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보의 지침이 업계 당사자들의 인정을 받고, 실제로 상용화되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불어 한국안무저작권협회가 자리를 잡고 기관의 공신력이 인정된다면 안무에 대한 안정적인 저작권 보호도 머지않은 미래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자산이 될 수도 있는 무형의 자산, 저작권 오늘은 저작권 그중에서도 노래, 안무 저작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노래는 저작권법상 ‘음악저작물’에 안무는 ‘연극저작물’에 속하는데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 대상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음반, 안무, 소설, 미술품 등 외에도 다양합니다. 대상물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겠지만 사진, 지도, 설계도 등도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에 더불어 편집저작물과 2차 저작물도 있는데요. 편집저작물은 저작물이나 부호・문자・음성・영상, 그 밖에 자료 등 소재의 집합물인 편집물로서 그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대표문학선집 등이 편집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이죠. 편집저작물은 여러 대표문학을 모아 구현된 편집방법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2차 저작물은 기존의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각색・영상 제작, 그 밖의 작성한 창작물을 말합니다. 유명한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외에도 다양한 곳에 저작권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아이디어가 구현되어 그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저작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안무 저작권의 보호가 각광받는 것처럼 앞으로도 실질적 보호를 받게 될 저작권은 확대될 추세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자산이 되어줄 저작권을 위해 올바른 저작권 소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참고문헌] 1. 김기태, 편집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의 기준, 2017.06.12., 대한출판문화협회, https://member.kpa21.or.kr/kpa/rights-qna/?mod=document&uid=817 2. 유인춘, 한국안무저작권협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 개최, 2024.04.25., startup news, https://www.startupn.kr/news/articleView.html?idxno=45623 3. 이예슬, K-POP 안무 저작권 인식 사례연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2015.2.,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765759599 4. 황선영, [단독] 정부, ‘안무저작권 지침’ 만든다・・・ ‘뉴진스 사태’로 연말까지 가이드라인 마련, 2024.05.18., 티비조선,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5/18/2024051890073.html 5. 스브스뉴스, 밈이 된 뉴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외국인이 저작권 훔쳐 감;;, 2024.04.26., https://www.youtube.com/watch?v=njSReAiNMFo 6. MBN NEWS, 20240.04.22.,카리나도 '꽁냥이' 챌린지…뉴스도 밈이 된다 [MBN 뉴스7], https://www.youtube.com/watch?v=J-RNroCCrP4 7. 14F, 안무도 저작물! 숏폼 찍을 때 알아두면 좋을 안무 저작권, 2023.04.26., https://www.youtube.com/watch?v=yVHG8xAH8Z0
제 7 호 자신만의 작은 숲이 있나요?
자신만의 작은 숲이 있나요? 이소명 편집장 가끔 무기력에 나의 일상이 먹혀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한 번쯤 우울함에 지배당하는 그런 시기를 겪는다. 우울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한없이 게을러진다. 평소에도 잠이 많은 편이지만, 우울할 때는 24시간 중 14시간 이상은 자는 것 같다. 좋은 극복 방법이 아니란 것은 내 머리도 내 몸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울함을 내 머리에 자리 잡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애써 외면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운동을 한다던가, 공부를 한다던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우울함을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힘조차 없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하루는 오이가 잔뜩 들어간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다. 나는 날이 더워지면 밥에는 손이 잘 안 가는 것 같다. 면이나 빵 같이 비교적 가벼운 음식이 더 생각난다. 요리엔 솜씨가 없어 얼추 비빔국수 맛이 나는 비빔면을 시원하게 끓인 뒤 오이를 잔뜩 올려 먹었다. 그러다 보니 몇 번이고 되돌려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올랐다. 비빔면이 얼추 비빔국수의 맛을 따라갈 수 있듯이, 나도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의 결론을 얼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나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혜원은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시험에 낙방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혜원의 남자친구는 임용고시에 합격해 버렸다. 게다가 변변치 못한 음식으로 매일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자신의 삶에 지쳐버린다. 그렇게 무작정 혜원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집에 도착한 혜원은 아무도 없는 고향 집에 얼어붙어 있던 배추를 뽑았다. 그리고 집 안에 남아있던 한 줌의 쌀과 양념으로 배춧국과 쌀밥을 만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골길을 혼자 내려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식사를 했지만 혜원은 안정을 느끼게 된다. 여태까지 나의 작은 숲은 ‘잠’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작은 숲이란, 여유와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힘을 충전하는 곳이 아닐까. 그러니깐 잠은 작은 숲에 속할 수 없다. 잠깐 쉬어가며 나를 재충전하는 곳은 작은 숲이 될 수 있지만, 잠은 날 갉아먹을 뿐이다. 겨울을 겪어 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 나의 잠처럼 혜원도 현실을 외면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모를 심고, 여름에는 참외를 수확해 먹는다. 또 가을에는 밤을 줍는다. 이런 고향살이에는 혜원의 친구인 재하와 은숙이 함께 한다. 다 같이 자연을 가꾸고, 자연을 통해 얻은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재하와 은숙은 혜원이 현실을 외면한 채 고향으로 도피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재하는 혜원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 임용을 준비하던 혜원은 더 이상 시험을 준비하지 않고 자연을 가꿀 뿐이었다. 그렇다고 시험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떨쳐 내지도 못했다. 또, 혜원은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남자친구에게 명확한 이별을 고하지 못했다. 간간히 짧은 연락을 하며, 애매한 연인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이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을 가꾸는 데만 몰두한 채 자신의 꿈과 사랑은 애매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혜원은 재하의 날카로운 질문을 듣고 나서야, 고향에 내려온 지 1년이 다 되어가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혜원은 자연과 함께 한 1년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 겨울에 고향으로 내려왔던 혜원은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깊어질 때쯤 서울로 올라간다. 서울로 올라가 무얼 하는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지만, 아마 쉽사리 정리하지 못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봄이 되자 혜원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 1년이 있었기에 서울에서의 일들을 정리할 용기가 생기고,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혜원이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처음 이 영화를 보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리틀 포레스트는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가 되었다. 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처지인 혜원이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바라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만의 숲을 찾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 완전히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땅히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며 힘든 감정을 떨쳐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을 바꿔준 누군가의 한마디가 있었다. “우리 모두는 집이 있어야 해요.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집 말이죠.” 이 말을 듣고선 리틀 포레스트의 작은 숲이 생각났다. 그러고는 난 여전히 작은 숲도 나의 집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암울했다. “저의 집은 자우림이죠. 그리고 뭐 여러 개가 있겠죠. 여러분의 집은 무엇인가요? 아직 집을 찾지 못했다면 여러분 스스로가, 나 자신의 집이 되어주면 되죠” 그제야 아차 싶었다. 날 다스리고 지킬 수 있는 건 결국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나를 위해 하는 이런 일상적인 선택들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알게 된 듯하다. 앞서 말했듯 나는 아직 작은 숲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혜원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미 작은 숲을 1개씩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 자신이 가장 따스한 작은 숲이며, 가장 안정적인 집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에서 가장 끌렸던 인물이 있다. 놀랍게도 혜원이 아니라, 혜원의 엄마이다. 혜원이 어렸을 때 몸이 안 좋았던 아빠의 요양 생활을 위해 혜원의 가족은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혜원의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혜원과 엄마는 단둘이 시골 생활을 이어 나간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 된 혜원에게 엄마는 매일 요리를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의 이치, 타이밍의 중요성도 함께 전해주었다. 혜원이 수능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원의 엄마는 편지를 남겨둔 채 집을 떠났다. 편지 속에는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찾기 위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러 떠난다고 적혀 있었다. 혜원은 성인이 되어 서울로 상경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올 때까지 엄마를 원망했다. 오히려 이런 엄마를 단번에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식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고향살이를 엄마가 남겨준 요리 레시피들과 함께하며 성장한 혜원은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는 혜원이 뭐든 혼자 버텨낼 힘을 길러준 것이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시골에서 어린 딸을 키워낸 혜원의 엄마는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세월에는 혜원의 ‘엄마’만 있을 뿐 ‘자신’은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 짓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리틀 포레스트에 대해 쓰면서 작은 숲을 찾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의 콘서트에 갔다가 우연치 않게 또, 너무 오래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한마디에 답변을 찾았다. 내가 결론 내린 작은 숲은 나 자신이며, 내가 원하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또 힘이 되고, 무기력을 이겨내는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답변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혜원의 엄마가 가장 끌렸던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은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는 혜원의 대사로 끝난다. 힘들 때마다 이 영화를 찾게 되는 건 마지막에 나오는 혜원의 이 대사가 듣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또 언제 다시 무기력에 먹혀버릴지 모른다. 그때마다 이 영화가 나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다시 일어나게 도와준다.
제 7 호 어쩌면 청춘은,
어쩌면 청춘은, 정지은 정기자 Prologue. 청춘(靑春), 새싹이 돋는 봄철,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 여름날, 추적추적 기나긴 장마가 찾아왔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형형색색의 우산이 횡단보도를 장식하고, 달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는 빗물이 번져 거리를 물들인다. 나는 이 모습을 집 안에서 이불 속에 파묻혀 창문으로 지켜보길 좋아한다. 어릴 때는 웅덩이만 보면 머뭇거림 없이 첨-벙하고 뛰어들기 바빴는데, 요즘은 실내에 맞이하는 비가 가장 좋다. SNS를 보거나, 서점을 살펴보면 '청춘'에 관한 에세이나 글귀들이 참 많다. 살짝 들춰 읽어보기만 해도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이 한가득이다. 그렇다면 청춘이 도대체 뭐길래 우리는 이토록 그 시간을 소중히 하고, 청춘에 머무르려 하는 걸까. 어릴 적 떠올리던 ‘청춘’은 그저 언젠가 찾아오길 기다리며 두근거리던 먼 미래였다. 당시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만 같은 언니 오빠들이 부러웠고, 멋있었다. 마치 스무 살만 넘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 같았달까. 그러나 사전상 청춘의 나이에 놓여있는 나는 상상했던 청춘과는 낭만과 성숙함이 한 스푼씩 부족한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9살 시절의 나를 더 그리워하고 부러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연 지금 나의 청춘을 푸르게 잘 보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바라고 그려왔던 청춘의 모습이 맞는지 말이다. ‘새싹이 돋는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 것일까. Ep1. 소박했던 여름나기 이상하게도 여름의 더운 공기와 초록빛으로 물든 나무들을 바라보면 어린 시절의 티 없이 맑았던 때가 떠오르곤 한다. 해가 쨍쨍하든, 비가 내리든 그 자체로 밖에 나가 뛰어놀기를 즐기던 그때 말이다. 그 시절의 우리는 분명 작은 것에도 설레고 행복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바빴다. 개울가에서 놀다가 추워지면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바위에 누워 몸을 녹이고, 자전거를 타고 손끝으로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물놀이가 끝난 후에는 시원한 수박과 엄마표 떡볶이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던 그 시절. 그때의 반짝였던 여름은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운 추억이자 사진첩 속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 내가 맞이하는 여름은 어린 시절과는 한껏 다른 모습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한 가지,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단순하고 다채롭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눈을 뜨고,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을 생각하며 잠들었다. 지금은 밀린 퀘스트를 달성하듯이 오늘 해야만 하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며 잠에서 깨고, 오늘 몇 시간을 잘 수 있을지 계산해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는다. 어느 순간부터, 어릴 적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던 것이 이제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만을 바라보던 그때와는 다르게 타인의 말과 행동을 파악하고, 나의 이익을 계산하기 바쁘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또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그 단순하게 사고하고, 순수하게 즐기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분명 청춘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어릴 적의 순수함과 소박함을 잃어가고 성숙함만이 그 자리를 채우는 듯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Ep2. 누군가에게는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맛있게 익은 옥수수의 구수한 냄새가 모두 ‘여름’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여름 냄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골에 살던 나였기에 유독 자연과 친했다. 나는 여름날을 생각하면 후덥지근한 공기 속 축축한 풀냄새와 아빠가 벌꿀을 수확할 때 나던 달달구리한 냄새가 콧잔등을 스친다. 한창 성장기에 놓여있는 아이들처럼 마당에 심어진 잔디도 여름 장마철만 지나면 쑥쑥 자라기 바빴다. 부모님을 도와주겠다며 잔디깎이로 잔디를 깎다가 숭덩숭덩 구멍이 나 있다며 애정이 섞인 잔소리를 들은 기억도 있다. 그 잔소리 속에도 나는 풀냄새가 참 좋았다. 날아다니는 벌이 무서우면서도 여름 한정으로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종류 꿀이 합쳐진 잡화꿀 특유의 칼칼하면서도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일하시는 아빠의 주변을 알짱거렸던 기억도 생생하다. '여름' 하면 어떤 이는 더위를 피해 들어간 주차장 속 특유의 냄새를, 어떤 이는 시원한 바다의 짭조름한 바람의 냄새를, 어떤 이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와 함께 걷던 여름밤 길가의 냄새를 떠올릴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각자에게 살며시 떠오를 모든 냄새가 모여 여름 냄새를 만들어내고, 그 냄새는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처럼 여름의 냄새는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냄새를 맡을 때마다 우리는 다시금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열정과 꿈으로 가득 찼던, 순수하고 빛났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뭐든 상상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9살의 그때보다 현실적이고, 나 자신과의 더욱 타협적인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여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덜 감상적이고, 덜 감성적이다. 그때는 여름이 주는 그 향기에 푹 빠지고자 했다면, 지금은 더위를 피해 하루라도 빨리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기 바쁘다. 아주 조금은 현실에 지쳐 마주하는 여름을 피하기만 하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Epilogue. 청춘의 진정한 의미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어쩌면 이런 아쉬움이 있기에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장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 자체,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하고 고민하는 자체가 우리가 마치 청춘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다채롭던 여름이 있었기에 청춘의 여름이 존재하고, 청춘의 여름에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은 어린 시절 여름의 기억을 더욱 소중히 만든다. 어린 시절의 여름이 지금의 프롤로그였다면, 지금의 여름은 먼 훗날의 새로운 프롤로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함께 피어난다. 청춘을 가득 담은 잔나비의 노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의 가사처럼, 지나버린 우리들의 뜨거웠던 여름은 기억 속에 묻어두고, 새로이 찾아오는 청춘의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지금과도 똑같이 뜨거웠던 여름이지만 흘러간 시간과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가올 여름도 소중히 보내다 보면 어느샌가 그 여름들이 쌓이고 쌓여 앞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작전명 청-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린 모두 타오르는 젊음이기에 흔들릴 수 있어. 그래 무너질 수 있어. 일어나라 작전명 청춘.’ 지금의 우리가 넘어지고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니 함부로 자책하지 말고 쉽게 지치지 않도록 하자. 늘 그래왔듯이 우리들의 일상은 기록으로는 남지 않더라도 기억 속에는 분명 고이 보관될 것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아쉬웠던 기억을 잊지 말고, 새로 맞이할 앞으로의 여름을 후회 없이 보내보기로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여러분도 남은 여름을 청춘의 뜻처럼 푸르게 보내길 바란다. 어쩌면 청춘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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