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FEATURE

제 5 호 사유(思惟)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

  • 작성일 2023-09-04
  • 좋아요 Like 5
  • 조회수 9245
정지은

정기자 정지은 202210316@sangmyung.kr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


  당신은 사유하는 사람인가? 단순히 문해력의 문제를 뛰어넘어, 최근 들어 활자 자체를 읽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긴 글은 읽지 않은 채, 단편적인 내용만을 보여주는 것들만 선호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글이 길어지는 듯하면 화면을 돌려 다른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애초부터 활자 자체를 읽지 않으니, 어쩌면 문해력을 걱정하는 것은 조금 앞선 우려가 되어버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유해야만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 사(思) 생각할 유(惟).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유(思惟)란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이자 철학의 개념으로 본다면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데카르트는 사유의 의미를 매우 넓게 규정한다. 그의 의미에 따르면 사유란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의욕은 통상 의지의 능력으로 사유와 구별되는 것이지만 데카르트는 의지와 사유를 크게 구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지의 자유와 사유의 자유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상된 것은 그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상상하는 힘,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이는 현존하는 것이며, 사유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감각도 마찬가지이다. 감각된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감각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는 의심할 수 없으며, 이것은 사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문제 해결, 결정 과정, 논쟁, 논리적인 주장 등을 모두 사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유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개인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사유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유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에 인간관계를 향상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 삶에 적용하는 것까지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독서’에 있다. 함께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러나 요즘 들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독서를 멀리하고, 올바른 사유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


  통계청(KOSIS)의 2009년도부터 2021년도의 평균 독서 권수를 비교해 보면, 해마다 평균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도를 확인해 보면 거의 두 달에 한 권 책을 읽는다는 의미이다. 독서 말고도 할 수 있는 취미나 매체 활동이 다양해진 시대인 만큼 독서보다는 더욱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자신이 꾸며둔 각자의 일과와 학업에 치여 독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존재하며, 활자 자체를 읽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기피하는 현상 또한 독서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매체는 결코 책을 이길 수 없다: 매체의 흠


  영상매체는 책과 달리 사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내용을 흡수하고 저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적당한 쉼표와 마침표의 조화가 있어야 하는데, 영상매체는 우리에게 그러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영상 자체의 속도에도 쉼표가 없을뿐더러 우리의 머릿속 또한 우리가 사유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상이나 화면뿐만 아니라 소리와 자막, 화면이 우리의 머릿속을 가득 차지해 다른 생각으로 뻗어 나갈 시청각을 완전히 차단해 버린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를 쉽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편리함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사유하지 않는 만큼 머리를 쓰지 않고 그저 주어진 정보 그대로 흡수하면 되기에 가성비가 좋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전, 휴대전화에서 틀어져 나오는 릴스와 숏츠들을 잔뜩 보고 잠이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아침에 일어나 그것들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있었는가. 그저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그 영상 웃겼는데 ...’ 정도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자신의 시선으로 쉼표를 찾아 읽으며 사유를 한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영상매체는 너무나 쉽게 다가와 이를 가공할 시간도, 내 것으로 완전히 흡수할 시간조차 부족하여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게 되지 않는다. 영상매체는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과 같다고 느껴진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만 가져와 MSG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영상을 찾도록 한다. 너무나 광범위한 내용을 요약하고 함축하고 있기에 고작 1분 남짓한 영상이 그 모든 내용을 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매체는 결코 책을 이길 수 없다: 가득한 책의 매력


  반면에 책은 영상매체와 달리, 음향도 이미지도, 빠르게 넘어가는 장면 전환도 없다. 간혹 있는 그림과 사진에 빼곡히 적힌 글씨가 전부이다. 그러나 영상매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 쉼표와 마침표이다. 이는 우리에게 하얀 여백의 공간으로 다가와 우리의 속도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저 우리는 자신의 들숨 날숨에 맞춰 글을 자연스레 흡수하면 된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 있는 띄어쓰기와 문장과 문장 사이의 자간과 행간의 조화는 우리에게 사유할 시간을 제공한다. 책은 영상매체처럼 시청각적 효과가 없을뿐더러 짧은 시간 내에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어야만 나만의 생각을 구체화하여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가를 돌아다니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는 책 한 권을 고르고, 다양한 책들의 제목을 보면서 혼자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는 시간도 물론 사유를 하는 소중한 나만의 시간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대가 아무리 지나고, 사회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독서’를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기술과 함께 변화해 가는 사회 속 독서는 우리의 감성을 아날로그로 만들어 혼자만의 오랜 시간을 갖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사유를 하게 만드는 독서의 매력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영상매체와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독서량이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전자책 등으로 책을 읽는 사람 또한 존재하겠지만 전자책 또한 하나의 매체라고 보았을 때,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전자책을 이용해 독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은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는 점과 무겁지 않아 종이책보다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고, 싼값에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책 한 권 정도 되는 값을 매달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손의 감촉, 종이책 특유의 향기까지, 종이책은 오감으로 그 자체를 향유할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는 그 순간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장을 한 권씩 채울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자책과는 달리 눈이 피로하지 않고 필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책 또한 하나의 매체로 본다면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아날로그로 돌아가 책장을 넘기는 감성을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예 독서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독서하는 것이 낫겠지만 말이다. 


책 향기가 가득한 세상이 온다면


  작년 겨울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던 중, 남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 책을 읽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이 빛나 보였고 멋있어 보였던 기억이 지금까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렇게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독서할 수도 있구나. 어쩌면 내가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했다고 한 것은 모두 핑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로 되도록 가방에 한 권씩 책을 꼭 넣어 다니려 하고, 조금이라도 대중교통을 길게 이용할 때가 오면 그 책을 꺼내 가끔 읽곤 한다. 내가 그러한 선한 영향력을 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나로 인해 그러한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조그마한 바람도 담은 채 말이다.


  앞으로 발전할 우리의 세상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올바른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이에 대해 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답을 하는 것은 이미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얼마나 필요한 질문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점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이 답한 것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그렇게 수정한 마땅한 근거까지 자기 생각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를 해야 하고, 사유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만 한다. 독서의 방법이 무엇이든, 책 한 권쯤은 가방 속에 넣어 다니며 어디서든 꺼내 읽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무더운 여름 서점으로 북캉스를 떠나 우리 함께 책 향기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가 보자.






[ 참고 문헌 ]

1. 사유[cogitation, thought, 思惟],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23.07.31.

https://terms.naver.com/list.naver?cid=41978&categoryId=41982

2. 통계청, 1인당 평균독서권수, 2023.08.01.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SSCL020R&checkFlag=N

3. 안지윤, 위기의 종이책, 종이책의 매력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3.08.01.

http://www.korea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9917

4. 메인사진_세월의 때 묻은 고서가... 역사처럼 ... 쌓여있는 곳...'대오서점'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