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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5 호 외로움에 잠수하기

  • 작성일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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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658
이다현


수습기자 이다현 202110233@sangmyung.kr


<어느새 사라진 그 청년>

  "면바지 한 벌, 청바지 한 벌, 정장 수트 한 벌 이렇게 있는 거니까 그래도 아직 30대면 대인관계를 많이 할 나이잖아요. 그런 거에 비해서 너무(옷이) 없는 편이긴 하죠. 이 현장 같은 경우는 제가 본 현장들 중에서는 나이대별로 따졌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는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독사 현장을 치우는 전문가가 방을 치우며 말한다. 과연 무엇이 이 청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림 1 출처 KOSIS (통계청, 인구총조사)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2022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했다. 2047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20대에서 30대 청년 1인 가구는 약 5백만 가구였다. 2021년에는 2015년에 비해 약 2백만 가구 증가한 7백만 가구였다. 위의 표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25~29세의 청년들이 가장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30~34세가 그 뒤를 잇는다.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서 청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관심을 받는 분야는 노년층과 중장년층의 고독사지만, 청년층의 고독사도 절대 적지 않다. 1인 가구와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20~30대 청년층의 고독사 비율은 6.3~8.4%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사회에서 고립되었으며, 무엇 때문에 홀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 청년은 왜 사라졌을까?>

  여기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다쳤지만, 불이익이 있을까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도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일도 하지못하고 고립되었고, 곧 사라졌다. 주변인들은 그가 참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따스하지 않았다.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 치료는 받을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신청하지 않으면 치료받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는데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여기 또 다른 청년이 있다. 몇 년 전 서울 소재의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단 1점 차로 시험에서 떨어졌고, 날마다 공부하며 보내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끼니는 음료로 때우고 외출도 잘 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혼자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연락은 거의 끊은 상태이다.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은 길어지고 우울함은 커져만 갔다. 작년 시험에서 떨어지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 유서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고 약까지 먹고 있다.

  청년 고독사를 발견하는 이들은 주로 집주인이나 채권자이다. 받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성인인 동시에 미성숙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있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간다. 그 경쟁 속에서 외로워지기 쉽고 고립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고립이 심해진다면 오늘 내 옆에 있던 누군가도 사라질지 모른다. 흔히 청춘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시기라고 말한다. 현재 수많은 청년이 안전장치 하나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 청년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노인 인구가 많은 만큼 노인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가장 중점적인 활동은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 안부 인사를 전하는 등의 아주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고독사의 시발점인 고립, 고독, 외로움을 없애는 것이다. 이외에, 미국에서는 은퇴자 중심의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을 영국은 지자체별 노인클럽 활성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4월 1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제정했다. 각 지역의 복지관에서도 지역사회통합 프로그램, 1인 가구 발굴 사업 등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끼리 동아리를 만들고 복지관에서 모여서 활동하거나, 봉사자들과 복지사들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안부를 묻는 것이 그러한 예시이다.

  종로구에서는 2021년 6월부터 이웃 찾기 체크리스트를 배포하기도 했다. 종로구 창신2동에서는 ‘이웃을 살피는 똑똑 안녕하세요! 복지통장입니다’, ‘함께하는 삶, 나누는 쌈’ 등의 안부 확인, 쌈 채소 전달과 같은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상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년층과 중장년층을 대한 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청년층은 20대의 경우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고, 노동 시장에 있는 이들이 많다. 또 비교적 몸이 건강한 경우가 많아 복지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이 없다. 하지만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은 한둘이 아니다. 청년을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 필요할까? 

  서울시는 지난 4월 고립·은둔 청년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발굴부터 사회복귀까지 기존보다 촘촘한 발굴체계를 구축하고, 개인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립과 은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따뜻한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2025년부터 지역단위 대응 진행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별 청년 지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는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안전망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은 언제나 한정적이고, 사각지대는 언제나 존재한다. 한정된 자원과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뿐만 아니라 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 옆집 사는 사람은 괜찮을까? 내 친구, 동기, 가족은 혼자 있는 동안 외롭지 않을까? 하는 작은 걱정이 고독사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웃집 문을 두드리고 인사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는 과거보다 개인주의가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범죄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문을 두드리지 못하겠다면 복지관이나 경찰서에 전화 한 통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방 안에서 해를 피하고 외로움에서 숨을 참고 있을지 모른다. 내 친구가, 내 가족이, 내가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주 작은 오지랖으로 그들을 외로움에서 꺼내줄 수 있다. 우리의 작은 오지랖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번 달, 이번 주, 오늘이라도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 참고 문헌 ]

1. KBS시사직격 . (2021.5.7.l) . [72회full]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 | #시사직격 KBS 210507 방송[비디오] .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live/rzRGLpkIjvI?feature=share

2. 이관형. (2022년 12월 14일).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최근 5년(17년~21년) 고독사 발생현황 등 최초 조사 실시-.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74084

3. 이익돈. (2021년 6월 9일). 종로구, 고독사 예방 캠페인 ‘함께 사는 세상’ 펼쳐.  경인매일. https://www.k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5792

4. 이진아. (2013). 일본의 경험을 통해서 본 고독사 예방과 대책에 관한 탐색. 지역과 세계, 37(3), 63-86.

https://www.seoul.go.kr/seoul/mediahub_view.do?articleNo=200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