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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4 호 시를 읽지 않는 요즘 학생들을 위하여

  • 작성일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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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716
송지민

시를 읽지 않는 요즘 학생들을 위하여



202110353@sangmyung.kr 정기자 송지민



  간혹가다 요즘 학생들은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잘 읽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요즘 학생들이 문학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며, 학생들의 입장에 공감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문학 작품을 분석해야만 했다. 작가의 출생 연도부터 작가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는지, 또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공부한 뒤, 그제야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작품을 읽을 때는, 분석하기 바빴다. 이 시의 주제는 무엇일까? 이 시에서 사용된 표현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시에서 화자의 성별은 무엇일까? 바로 이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작가에게 빙의라도 한 듯, 그 문학 작품을 작가의 위치에서만 바라보며 해석하려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작품을 쓴 작가가 아니기에 완전한 공감을 하기란 불가능했고, 그러한 이유로 문학을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처럼 시를 단지 지루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과연 우리만의 잘못이었을까?


  작년 이맘쯤, 시를 읽은 건 수능 이후로 처음이었다. 낯설었다. 시를 보고, 주제나 분위기를 파악하고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때가 ‘시를 읽었다.’라고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 그때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을 위해 시를 적어보고 가려 한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손톱에 칠한 색을, 너의 몸속에서 찾아보려 한들 헛일이겠지.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다.

네가 가여워하는 너 자신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한,

너는 분명 세상을 싫어해도 좋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이 행성에, 연애 따위는 없다.


사이하테 타히, 블루의 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도 그리고 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읽었지만, 그냥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아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아직도 시의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를 읽는 동안 마음이 울렁거리는 것은 여전히 느낀다. 나는 나의 이 울렁거리는 마음의 느낌을 학생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떻게 같은 시를 보고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겠는가.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으며, 똑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같은 작품을 보고도 누구는 씁쓸할지라도 누군가에겐 그저 담담한 시일 수 있기에, 학생들이 각각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연히 마주한 시 하나에 문학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말이다.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시인 한 분이 떠오른다. 그분은 재치 있는 시로 유명하신 시인이다. 혹시라도 하상욱 시인을 모를 수 있기에, 그분의 시를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 하상욱 단편 시집 ‘애니팡’ 中에서


  이처럼 하상욱 시인은, 시의 진지한 내용 뒤에 제목으로 반전을 주어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하상욱 시인의 시가 한창 떠오를 때, ‘저게 문학 작품이 맞냐?’라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문학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일 뿐, 정해진 답은 없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들에 하상욱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학은 즐기는 것이며, 수용자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나는 바로 이러한 생각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문학을 어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시를 즐길 수 있을지를 말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시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활동을 마친 뒤, 마지막에 설명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시에 흥미를 느끼기 전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면, 학생들은 시를 공부해서 정복할 대상으로 느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학생들이 시에 부딪혀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위에 설명한 하상욱 시인의 재치 있는 시부터 소크라테스의 시까지 다양한 분야의 짧은 시를 카드로 만들어, 학생들이 모두 읽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미디어의 발달로 종이로 된 책조차 읽으려 하지 않으며, 빠른 정보 전달을 원한다. 또, 교과서에는 고작 몇 편의 시만 나와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더욱 많은 시를 간결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이 자신의 문학 감성에 맞는 시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면 누군가는 유머러스한 시를, 다른 누군가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또 누군가는 자연에 동화되는 시를 고르며 문학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었다면, 사실 시가 우리 삶 속에도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는, 시에 멜로디를 입혀 만들었다고 할 수 있기에 이러한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를 종이에 써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엔 그저 멜로디와 함께 듣던 노래 가사를 종이에 시처럼 적어봄으로써,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다시금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 안에서 시의 표현법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평소에 학생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시 속에서 표현법들을 꾸역꾸역 찾아내었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표현법을 찾는 활동에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요소가 끼워져 있다면, 그 과정은 다를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거치고 나면, 학생들이 시가 분석하여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후에 어떤 학술적인 활동을 하든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때는 시를 심도 있게 바라보는 법이나 간단한 문제 풀이 등의 수업을 하여도 괜찮을 것이다. 시와 학생들의 거리는 이미 많이 좁혀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학습 뒤에는 창작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이 자신의 시를 써보는 것이다. 어렵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모방해도 좋다. 창작은 모방에서 출발하기에, 어느 것이 되었든 직접 자신의 시를 써보는 것은 학생들이 자기의 생각과 신념을 확립하고 감성을 그려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시를 어려워하여 읽지 않는 요즘 학생들을 위해 어떠한 교육을 하면 좋을지 글을 써보았다. 아마 이 글이 나의 올해 2022년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글을 사랑하고 교육에 뜻이 있는 나이지만, 정작 문학 교육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시간 동안 단지 페이지를 채우기만을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으로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직은 어리숙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예비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문학 교육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비록 다른 글보다 생각하고 쓰는 기간이 비교적 짧았기에 이번 글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만, 방학 동안 위 주제에 대해 더 생각해보려 한다. 좋은 글을 써내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메인사진_하상욱 시인 인스타그램 _ https://www.instagram.com/type4graph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