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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2 호 탈모 공약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변화

  • 작성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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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765
송지민

정기자 송지민 wmzmin2@naver.com



# 정치권에 심어진 ‘탈모 공약’


얼마 전 이재명 대선후보는 공식적으로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앞에서 다루었듯 탈모로 고통받는 2030세대는 생각보다 많기에 이번 ‘탈모 공약’은 청년층에게도 유효한 공약일 수 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란 비판이 상대 후보인 안철수 후보 측에서 나왔다. 안철수 후보 측은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대신 탈모 치료제 복제약의 가격을 낮춰서 가격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JTBC, 글로벌리서치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 찬반 비율은 오차범위 안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탈모 공약의 첨예한 찬반비율은 탈모에 대한 우려에도 자칫 대선 공약들이 포퓰리즘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확실한 점은 이재명 후보의 여러 공약 중 탈모 공약은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JTBC가 실시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찬반 여론조사는 2016년 이후 당사 최다 참여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탈모 공약은 탈모 인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촉진했다는 의의가 있다. 

탈모는 모든 세대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으로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하지만 탈모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고 지속적인 탈모 치료제 복용이나 모발이식을 해야 하기에 평생에 걸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즉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당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탈모보다 치명적인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돌아갈 건강보험 혜택이 줄어들거나 최소한 건강보험료가 오를 것이기에 탈모 공약은 정치적 관점과 분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 탈모 인의 권리가 떠올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탈모 치료는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저소득 계층은 탈모 치료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탈모 치료를 단순 미용문제로 취급하는 것은 탈모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를 간과하는 생각일 수 있다. 특히 소득이 낮아서 탈모를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다면 그 스트레스는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탈모 치료를 지원한다는 정책은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더라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는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나온 탈모 치료지원 공약들이 그저 포퓰리즘 공약인지 탈모 인을 위한 실현성 있는 공약인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 탈모와 그 미래


정치권에서의 탈모 공약은 탈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탈모는 직접적으로는 (당뇨 등의 질환과는 달리) 합병증 등 건강상의 위해를 미치지는 않고, 단지 개개인의 외관에 위해를 미칠 뿐이다. 그럼에도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죽지 않을 수준’의 건강을 보장했던 건강보험이,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건강’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변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건강’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는 것이다.

기존의 건강의 개념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좋은 사회일 것이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그리고 수준급의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건강의 개념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매년 접하는 뉴스이지만 올해에도, 2021년 OECD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자살율은 1위이며 행복지수는 37개국 가운데 35위라는 소식이다. 

지금으로서는 탈모 공약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로 하여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 사회가 추구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2030세대의 탈이념화


사실 이번 탈모인 지원 공약을 넘어서 후보들의 공약이 2030세대에게 역효과를 불러온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본소득공약과 탈원전 공약을 들 수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무상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경우에 기본소득이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청년층은 기본소득이 실현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기본소득으로 인한 세수 부담이 온전히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을 우려한다. 탈원전 공약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점차 줄여나갈 필요가 있겠지만 이 역시 청년층에게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강하며 탈원전 정책이 급격한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본소득과 탈원전 정책이 청년층에게는 특정한 이념 공약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진보의 기조는 친환경주의, 불평등 감소, 정치적 올바름 등을 들 수 있다면 보수의 기조는 신자유주의, 시장과 기업에 친화적 제도, 능력 우선주의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은 과거 586세대와 달리 상당히 탈이념화 되었기에 특정 이념의 성향을 드러나는 공약보다 자신들에게 무엇이 이득인지를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가 들고나온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호응하는 20대 남성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역시 탈이념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청년층은 현 정부가 이념적 잣대로 젠더 정책을 세웠다고 본다. 그 반대급부로 여가부 폐지라는 극단적 공약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넘어 2030세대의 탈이념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계속 헛다리를 짚을 가능성이 높다. 



# 2030세대는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기존의 어떤 대선보다 2030청년층이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2030세대는 거의 언제나 진보적 후보를 지지한다고 여겨졌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청년층이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변을 보이면서 과거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이는 지속적인 경제 불황과 점점 심화되는 경쟁 사회에서 파편화되고 개인주의화 된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탈이념화 되었기 때문이다. 청년층은 이번 대선뿐 아니라 다음 선거에도 이념에 따라서가 아닌 자신을 존중한다고 여기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2030세대는 진보에 대한 기대감보다 자신에게 무엇이 더 유리할지를 계산할 줄 아는 세대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