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호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이소명 편집장
2시간, 집에서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애매한 시간이다. 15분 정도 걸어 버스 정류장에 간 다음, 광역버스를 탄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자그마한 손잡이에 의지한 채 1시간을 서서 가다 보면 광화문에 도착한다. 그다음 7016 버스에 힘겹게 몸을 실어 30분 정도 가다 보면 학교에 도착한다. 나의 1학년 1학기 때의 통학 과정이다. 학기가 끝날 때쯤 안전 문제를 이유로 광역버스의 입석이 금지되었다. 나의 통학 시간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가량 늘어나 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은 기숙사였다.
Q : 어느 기숙사에 살고 있나요?
A : 평창동에 위치한 ‘스뮤하우스’에 살고 있어요.
Q : 기숙사는 언제부터 살게 되셨나요?
A : 2022년 하반기, 그러니깐 제가 1학년 2학기 때부터 3학년 2학기인 지금까지 2년 정도 살고 있습니다.
Q : 기숙사와 학교는 가깝나요?
A : 신기하게도 저희 기숙사는 학교 안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2~30분 정도 걸리는 평창동에 위치하고 있죠. 그래도 2시간 걸리던 통학길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해요.
Q : 기숙사는 얼마인가요?
A : 몇 인실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저는 지금 6인실에 살고 있어요. 요즘 4인실 이상을 찾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일이죠. 입사할 때 1학기 비용을 전부 지불하였는데, 6인실로 1달 기준 10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었던 것 같아요.
Q : 6인실이요? 인원이 꽤 많은데 힘들지는 않나요?
A : 놀랍게도 8인실, 10인실까지 있답니다. 저는 4인실과 6인실에 살아 봤어요.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럭저럭 살 만합니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복도에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어요. 저는 대부분 방에서 샤워하는데, 아침 시간대나 저녁 시간대는 몰리는 시간이다 보니 그런 점이 불편하긴 해요. 또, 작은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생활 습관이 안 맞는다면 신경 쓰입니다. 예를 들어 룸메이트가 코를 심하게 곤다거나, 알람이 여러 개 울리더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힘들겠죠. 하지만 잠귀가 어두운 편이라 신경 안 쓰고 잘 자긴 해요. 이게 기숙사에서 오래 살 수 있었던 이유겠죠. 저는 청소에 예민한 편인데, 특히 머리카락에 예민해요. 여자가 4명 이상 몰리다 보면 금방 바닥에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이곤 한답니다. 본가에 있을 때보다 더 수시로 청소해야 해서 이게 가장 신경 쓰이긴 해요.
Q : 그러면 청소 당번을 정하시나요?
A : 이게 매 학기 다르긴 했는데요. 일단 전 소심한 편이라 룸메이트한테 먼저 말 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방 배정이 랜덤으로 되기에 첫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 날에 룸메이트가 먼저 말을 걸어준다면 그 날 청소 당번도 정하게 되고, 생활 규칙 같은 것도 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첫날 대화를 트지 않았던 학기에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런 경우에는 청소의 강제성이 없다 보니 방이 조금 더 지저분했던 것 같아요. 또, 어색하다 보니 방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청소하기가 눈치 보이더군요. 그래서 룸메이트 모두가 없을 때 몰래 청소를 하고는 했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기숙사에 거주할 생각이 있다면, 꼭 첫날에 대화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한 학기 생활이 걸린 중요한 날이라 생각하거든요.
Q : 기숙사 시설이 궁금한데요, 기숙사 시설은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A : 스뮤하우스가 언제 지어진 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살아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건물인 것 같아요.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아주 추운 그런 건물입니다. 또, 히터와 에어컨은 있지만 보일러가 없기에, 보일러를 사랑하는 찐 한국인으로서 너무 아쉽습니다. 층마다 세탁기 2대, 건조기 1대가 있는데 작년부터인가 건조기가 시원치 않은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이게 또 랜덤이라 제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지하 1층에는 공용 헬스장이 있는데 모든 기구들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성비라고 하죠. 달에 10만 원 정도 내는 입장으로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하긴 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평도 딱 이런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시설들이지만, 깔끔한 편이고 가성비 좋아서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만한.. 딱 그런 기숙사 같습니다!
Q : 기숙사 주변 편의시설은 어떤가요?
A : 편의시설이 좋은 편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우선 길 건너에 바로 GS25 편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거기서 해결하죠. 그리고 근처에는 정말 아파트만 있고 딱히 뭐가 없는 것 같아요. 15분 정도 걸어가면 평창동 주민센터가 있는데 그 주위에 병원이나 약국, 카페 등이 조금 있어요. 기숙사 바로 앞에는 정말 편의점 하나 빼고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그 덕에 기숙사가 정말 조용한 편이라 한편으로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 그렇다면, 기숙사 근처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A : 다른 기숙사 학우들도 자주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자주 가는 카페와 음식점이 하나씩 있어요. 우선 ‘세마카페’라는 곳입니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10분이 안 걸리는데요. 카페가 넓고 쾌적하고.. 라떼가 맛있어서 시험기간에 자주 가곤 했어요! 제가 갈 때마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칠성라멘’이라는 곳인데요. 기숙사에서 걸어서는 15분, 버스를 탄다면 5분 정도 걸립니다. 한동안 여기 곱창 라멘에 빠져 혼자 자주 가곤 했어요. 작지만 아늑하고 혼밥하기 좋은 곳입니다! 사실 매번 곱창 라멘만 먹어서 다른 메뉴는 잘 모르지만.. ㅎㅎ 곱창 라멘 추천해요!
Q : 주변 시설에 대해 들어보았으니, 다시 기숙사 얘기로 돌아가 볼까 하는데요. 기숙사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A :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보일러가 설치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보일러에 적응되어 있는 나라인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룸메이트들이 히터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히터를 아예 안 트는 건 아니지만 잘 때는 너무 건조하기에 주로 히터를 약하게 틀거나, 끄고 자거든요. 일화 중 하나를 말해보자면, 그 당시 2층 침대를 사용했었는데 히터와 바로 가까운 자리였어요. 히터를 틀고 자다가 너무 건조해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새벽에 깼었죠. 히터를 끄러 내려가려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내려가서 히터를 껐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는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 자는데 그래도 너무 춥습니다.
Q : 앞으로도 기숙사에 살 의향이 있나요?
A : 다음 학기는 이제 4학년이기 때문에, 시간표에 따라 결정할 것 같아요. 아침 수업이 많고 학교에 자주 온다면 기숙사에 살겠지만, 수업이 별로 없다면 집에서 통학할 것 같습니다.
Q : 어떤 사람에게 기숙사를 추천하나요?
A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에게 기숙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2인실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생판 모르는 남과 생활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요. 스뮤하우스는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정리를 해도 깨끗해 보이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청결이나 소리 등에 자신이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면 저는 자취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물론 방을 너무 더럽게 쓴다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등 남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 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100% 만족하는 삶은 살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아셨으면 합니다. 룸메이트들끼리 불만이 많아 뒷얘기가 나오는 걸 본 적도 있고, 정말 심각하게 싸워 한쪽이 중간에 퇴소한 경우도 들어봤어요. 그래서 공동체 생활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시도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대의 기숙사 생활에 낭만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타 학과 친구들이 여럿 생기는 게 재밌기도 하고, 집을 떠나 외로울 때 고민을 상담할 친구가 생겨 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낭만을 가지고 타인을 배려하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다들 즐겁고 따뜻한 기숙사 생활을 간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