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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호 기후동행카드 vs. K패스: 친기후 정책, 통합이 해답이다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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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960
안희주

기후동행카드 vs. K패스: 친기후 정책, 통합이 해답이다

안희주 수습기자


기후동행카드, 교통비 절약의 길로 기대

  109,550원. 지난 개강 첫 달 교통비였다. 아침마다 버스, 1호선, 다시 버스를 타며 통학을 한다. 난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해 월급날,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자 마자 교통비가 빠져나간다. 매일매일 통학이나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교통비’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시행된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기후동행카드란 1회 6만원대의 요금충전으로 한달간 대중교통과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사실 이 기후동행카드의 모티브는 독일의 49유로 티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의 연방정부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기후보호라는 중요한 목표를 위한 에너지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9유로 티켓을 도입하였다. 3개월 간의 시범운행 후 운송회사협회는 9유로 티켓을 통해 탄소배출량이 한 달에 60만t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재정상 운영을 가능케 하도록 49유로로 가격을 인상하여 한달동안 전국의 지하철, 버스와 같은 근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연간 13000대 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 연 32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약 50만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중 승용차로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승용차를 이용하던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수단을 전환하는 모든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그리고 서울시의 집계에 따르면 출시 한달만에 약 46만 장이 팔리고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등 많은 사람들과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교통비만이 대중교통의 문제일까

  하지만 많은 관심을 얻었다고 기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사업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부터 ‘기후동행’인 이 정책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친기후 정책이다. 자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갈아타야 기대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의 통계에 따르면, 주로 자차를 이용하는 4-50대 중장년층의 비율은 원래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던 2-30대들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정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

 

  서울시의 모순적인 정책 시행 또한 문제이다. 최근 서울시는 승용차 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남산터널 외곽방향 통행료 무료와 주요도심 월 정기권 주차권 요금 할인 같은 정책을 펼쳤다. 자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의 요지와 맞지 않는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또한 “승용차 이용자에게 편의를 주는 정책은 기후동행카드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하였다. 


 사진 출처 : 조선일보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동행카드 외에도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의 경우, 이동의 편리성이나 시간 절약, 접근성 등으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후와 ‘동행’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서울이라는 사용 범위이다. 기후동행카드의 서비스 범위는 ① 서울 지역 내 지하철 + 김포골드라인 ② 서울시 면허 시내, 마을버스(심야버스 포함) 3 따릉이 이다. 서울로 통학하고 출퇴근하는 인구 중 다수는 경기도민일 것이다. 나 또한 경기도에 살지만 서울로 통학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는 경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버스 노선 또한 매번 확인해야하는 불편함이 존재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경기도 구간에서 사용률은 같은 구간 교통카드 사용률의 1.6%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이는 당연히 친기후라는 정책의 요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나타난 정책이 K패스이다. K패스란 대중교통을 월 15회 이상 이용 시 교통비의 일정비율을 환급해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K패스의 지향점은 친기후가 아닌 듯 보인다. 당초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출시 전, 경기도와 주변 지자체들에게 업무협약을 요구했다. 경기도는 경기패스 정책만을 생각하며 이를 거절하였고 현재는 인천광역시, 김포시, 군포시, 과천시, 고양시, 하남시만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서울시와 경기도 간,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허용 범위와 사용량에 대하여 경쟁, 기싸움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아닌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지, 과연 이 관계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물론 경쟁관계로도 서로 보완해 나가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정액 금액을 감소시키거나, 적립률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게 되면 지금보다 작은 동기로도 대중교통으로 이동 수단을 전환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경제’라는 요지를 강조한 경쟁으로, ‘기후’라는 요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두 정책의 차이점이 많아질수록 혼란스러워지기만 한다. 박재홍 고려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참여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번거로움 증가는 참여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의 통합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친기후’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함으로써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려는 중요한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두 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강혜규 복지행정연구실 연구위원은 ‘사업 간의 유사성·중복성은 업무의 중복성, 분절성, 비효율성의 문제와 함께 사업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수요자의 서비스 이용 접근성과 체감도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 요청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을 근거로, 이는 현재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가 통합되지 않은 채로 존재하면서,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 오히려 '친기후' 정책의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친기후’ 정책의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는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이 마일리지를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거나 다음 달 월정액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통합한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할인율을 개선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친기후' 정책의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8월,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가 시행된 지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두 정책 간의 경쟁으로 인한 사용자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없애고 ‘친기후’ 정책의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정책의 통합 필요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1. 김계연, '기후동행카드 모델' 독일 D티켓 가격 동결, 연합뉴스, 2024.01.24

https://www.yna.co.kr/view/AKR20240124003200082

2. 정다은, [신문 읽어주는 교수님] 서울시 무제한 교통 패스 '기후동행카드', 이름에 숨겨진 뜻은?, 한양뉴스포털, 2024.03.07 

https://www.newshyu.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3399

3. 손가윤, ‘동행’하는 ‘기후동행카드’가 되려면, 서울대뉴스, 2024. 03.03 

https://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20

4. 서울특별시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 소개, 2024.04.26

https://news.seoul.go.kr/traffic/archives/510651?listPage=1&s=%EA%B8%B0%ED%9B%84%EB%8F%99%ED%96%89%EC%B9%B4%EB%93%9C

5. 이지안, 불티나는 기후동행카드, 문제는 '기후', 매일경제, 2024.02.12

https://www.mk.co.kr/news/society/10940983

6. K패스 홈페이지 K패스 사업 소개 

https://korea-pass.kr/info/intro.do

7. 김용완, 15일부터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도심 방향만 징수∙∙∙ 중구 주민 ‘반발’, 조선일보, 2024.01.15

https://www.chosun.com/special/special_section/2024/01/15/GAGQUKIIZBHGBEWYKWQHYERFNA/

8. 권혜정, '기후동행카드' vs 'K-패스' 경쟁 본격화…나에게 맞는 카드는, 뉴스1, 2024.04.28

https://www.news1.kr/articles/?5398397

9. 임명수, 기후동행카드 수도권 확대 놓고 서울·경기 '기싸움'...전문가 "지하철부터 해야", 한국일보, 2024.03.0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0416020000464

1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https://repository.kihasa.re.kr/bitstream/201002/14329/3/%EC%9D%B4%EC%8A%88%EC%95%A4%ED%8F%AC%EC%BB%A4%EC%8A%A4.2015.N029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