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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03 호 사라진 전공, 재수강 어떻게?

  • 작성일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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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148
김지현

  1학년 때 놀았던 후폭풍, 반수, 어색한 비대면 강의로 인한 결석 처리 등, 다양한 이유로 낮은 학점을 마주한다. 이럴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재수강’이다.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학점 포기제도가 2013학년도 이전 입학한 재학생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학점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군대, 개인 사정 등 여러 이유로 잠시 학교를 쉬고 재수강을 하려고 하는 순간 폐강 혹은 학수번호 변경 등으로 인해 재수강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재수강 불가와 함께 과거 받았던 F 학점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특히 재수강이 불가능한 수업이 미래의 취업이 달린 중요한 전공이라면, 당황은 배가 될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재수강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게 된 학우들의 제보를 받아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재수강 불가 강좌, 학우들에게 주는 영향

  재수강 불가로 인해 학우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강좌는 ‘수학과문명’, ‘컴퓨터기초원리’, ‘미적분학’, ‘디지털사진촬영과감상’, ‘물리현상의 이해’ 등이었다. 특정 단과대 학우들이 많이 듣는 전공 강좌가 폐강 혹은 학수번호 변경이 있었던 탓에 피해가 컸다. ‘에브리타임’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재수강 불가 강좌로 인한 피해를 조사한 결과, 많은 학우가 성적 증명서에 F학점이 남아 전체 평점이 낮아졌고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1학기 전에 수강 신청을 했을 때는 다음 학기 폐강된다는 공지가 없어 신청했는데 다음 학기에 바로 폐강되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재수강 불가에 대한 원인을 묻는 항목에서는 교수의 퇴직이나 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한 폐강 혹은 학수번호 차이를 꼽는 답변이 많았다. 


  실제로 해당 문제를 학보사에 제보했던 컴퓨터학과 A 학우는 전공으로 많이 듣는 강좌가 재수강이 어려워져 피해를 본 학생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20학번은 군대에 갔다 내년이나 다음 학기에 복학할 텐데 다들 모를 거라며 앞으로 해당 학생들이 복학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 지적했다. 휴학 전 폐강 관련 공지가 없었고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는 과목이 있으나 대체 강좌로 지정되지 않아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학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해당 학우는 수소문 끝에 비슷한 문제를 겪는 학우들과 단톡방을 열었는데 제법 많은 학우가 같은 일을 겪고 있다며 학교 측이 대체 강좌 지정 혹은 학점 포기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재수강, 가능 조건은?

  명지대학교의 경우, 재수강 관련 세칙 2번에서 ‘교과과정 개편 등으로 재수강이 불가능한 교과목은 각 단과대학장이 인정한 교과목으로 대체하여 재수강할 수 있으며 해당 과목은 재수강 횟수 및 취득가능 최고성적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폐강 강좌 재수강을 위한 길을 열어두고 있다. 


  우리 대학은 어떨까? 현재 우리 대학의 재수강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C+" 등급 이하의 교과목만 재수강할 수 있다. <개정 2017.09.01.>

② 재수강은 동일한 학수번호 교과목에 한하여 인정한다. 

③ 교육과정의 개편으로 폐지, 분리, 통합된 교과목은 재수강할 수 없다. 다만, 필요시 소속 학과(전공)의 심의를 거쳐 교과목대체를 허용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세부사항은 총장이 따로 정한다. 

④ 계절수업에서도 재수강이 가능하며, 계절수업에 수강한 과목도 정규학기에 재수강이 가능하다. 다만, 성적이 확정되지 않은 직전 학기 수강과목은 계절수업에서 재수강할 수 없다. 


  이번에 문제를 겪은 학우들의 경우, 2, 3번 항목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과목이라도 교육과정이 개편되면 학수번호가 변경되기 때문에 당황한 학우들도 있었을 것이다. 3번 항목에서 ‘다만, 필요시 소속 학과(전공)의 심의를 거쳐 교과목 대체를 허용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세부사항은 총장이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예외를 두고 있으나 학생 개개인이 절차를 밟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까? 본 기자가 학사운영팀에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해결책 마련이 가능한지를 물은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학사운영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들의 민원 및 학과의 요청사항 등을 통해 재수강과 관련된 이슈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사항에 대한 학과 의견 수렴 및 학사제도 내에서의 적합한 해결방안 모색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들이 말한다. 

  해당 문제에 대책을 묻는 항목에서 많은 학우가 ‘대체강좌 지정, 직전 학기에 폐강 일정 공지’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재수강이 취업을 위한 학점회복에 지팡이인 만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직전 학기 수강 후 바로 폐강되어 당황하는 학우가 없도록 사전 공지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F’ 학점, 과락, 사실상 학점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들으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다시 들으려니 그럴 수 없다면, 해당 학생은 그 과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된다. ‘배움의 전당’이기도 한 대학이 학생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부여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학생을 위한 학사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의 적극적인 검토와 노력을 기대해본다. 



김지현 기자, 장원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