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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02 호 ‘에타’ 속 임포스터, 모든 작성자가 학우는 아니다

  • 작성일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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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611
김지현

대학 내 만남의 광장,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 (출처: 에브리타임, https://everytime.kr/)


  ‘에브리타임’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앱니다. 학기 시작 시간표를 짜고 학식, 과제, 중고서적 거래, 대외활동, 동아리 등 다양한 정보가 오가는 ‘에브리타임’은 대학생 필수 앱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한국 핀테크연구회와 여의도아카데미, (사)서울북앤콘텐츠페어에서 11~18일 약 1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생활에서 꼭 필요한 필수 앱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에브리타임이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에브리타임은 이메일 인증 방식으로 학내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증해야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재학생이 아닌 이라면 말하지 않을 사소한 이야기부터 개인적인 만남까지 이루어진다. 그래도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익명 뒤의 이용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중앙 동아리 등의 운영이 힘들어진 만큼 에브리타임은 타 단과대, 학과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 대학 서울캠퍼스의 경우, ‘뻔선뻔후’라는 게시판을 통해 학번 뒷자리가 같은 선후배끼리 만난다. 또 특정 학과 학생이 ‘친해지고 싶다’라는 글을 올리면 같은 학과 이용자가 댓글을 달고 카톡으로 옮겨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등 재학생 간의 만남의 광장이 되고 있다. 



익명 뒤 이용자, 모두 재학생일까?

  에브리타임은 현재 익명제로 운영되고 있다. 게시자는 물론 댓글 작성자도 실명 대신 ‘익명1’, ‘익명2’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물론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익명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학생회 등 특정 기관이나 독특한 콘셉트의 글을 자주 올리는 이용자를 제외하고는 실명으로 글을 올리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익명이라는 가면 아래 특정 학과, 인물을 사칭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본 기자는 에브리타임에서 한 쪽지를 받았다. 쪽지의 내용은 같은 학과 후배인데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냐는 글이었다. 후배는 자신이 에브리타임에서 만난 선배와 연락을 주고받다 대면 약속을 잡고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해당 선배에게 약속을 취소해 줄 수 있냐는 말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 ‘선배’라는 사람이 이상했다. 학과 학생회, 21학번, 학교 근처에서 자취 중, 여자 그리고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학과 학생회는 이미 임기를 마친 상황이었고 이전에 활동하던 학생들도 그 선배라는 인물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후보자도, 단과대 학생회도 모두 해당 학생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같은 학번 학생들도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자가 알고 있는 모든 학과 학우들과 후배들에게 물어봤지만, 해당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학과 학생회 후보자와 계속 조사해본 결과 사칭이라는 결론은 내렸다. 



사고 팔리는 에브리타임 계정 

  에브리타임은 가입 시 한 번 재학 인증을 한 이후로는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는다. 게시판 이용도 모두 익명으로 이용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계정을 사고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본 기자가 확인한 결과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거래글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씨인사이드 에브리타임 갤러리 


  덕성여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실제로 외부인이 사기 글을 작성하거나 모욕적인 글을 작성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특히 덕성여대의 경우 올해 1월 4일 ‘장터게시판’에 외부인이 작성한 사기 글이 올라와 재학생이 피해를 보았다. 


  우리 대학에서도 정치, 시사 등을 다루는 ‘시사·이슈’ 게시판에 종종 외부인으로 의심되는 게시글, 댓글이 올라오는 등의 일이 있었다. 



유일한 대처 방안 ‘신고’ 버튼..효력은?

  ‘자유게시판’, ‘비밀게시판’ 등의 기본게시판은 관리자가 없다. 신고가 누적된 글이 내려가고 해당 글의 게시자에게 제재를 가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으로 문제가 없는 글이 신고가 누적되어 제재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비슷한 글을 올리는 이용자가 있어도 ‘익명’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작성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설령 제재를 받더라도 이용 제한, 탈퇴 등으로 끝나는 등 조치가 미흡하다. 사기를 당해 경찰서까지 가더라도 익명으로 이루어진 일이므로 실제로 법적 조치가 될 확률도 낮다. 



익명이라는 가면, 경각심 필요해

  에브리타임이 우리 생활에 유용한 앱인 것은 분명하다. 일정, 강좌 정보, 교내외 소식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대학생 필수 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에브리타임이라고 모두 재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쉽게 계정이 거래되고 또 익명 아래 다양한 거짓 정보, 사기 글이 올라온다. 따라서 학우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커뮤니티 활용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