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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59 호 선택 혹은 의무, 확산되는 다전공 필수 이수 제도

  • 작성일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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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77
이은탁

선택 혹은 의무확산되는 다전공 필수 이수 제도

▲우리 대학의 졸업 요건 (사진: https://www.smu.ac.kr/kor/life/requirements.do#tab18292_)


  최근 대학가에서는 다전공, 부전공, 마이크로전공 등 복수전공 취득을 장려하고 이를 졸업 요건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학사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고려대는 2004년 이후 입학생부터 제2전공 이수를 졸업 필수 요건으로 정한 '의무형' 모델을 운영 중이다. 경희대는 2026학년도 신·편입생부터 다전공 이수를 의무화했으며 단일전공을 원하는 경우 마이크로디그리나 부전공을 1개 이상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국민대 역시 지난 2017년부터 다전공 정원을 입학 정원의 80%까지 늘리며 복수 전공 활성화에 나섰다.


  우리 대학 또한 2018학번부터 전공 필수 이수제가 폐지되며 다전공(제2전공,

연계전공, 자기설계융합전공, 융합전공 등), 부전공, 심화전공 중 필수적으로 택1하도록 규정하여 다중 전공 취득의 문턱을 낮춘 바 있다. 하지만 복수전공 이수가 단순한 선택을 넘어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졸업과 학업 부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 다전공·부전공·마이크로전공의 도입 취지


  대학가가 학사 제도를 전면 개편한 배경에는 학령인구 급감과 기업의 융합 인재 선호 현상이 맞물려 있다. 과거 입시에서는 높은 성적으로 인기 학과에 진입하는 '입구 전략'이 중요했다면 현재는 어떤 전공으로 졸업하느냐는 '출구 전략'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제도 변화는 크게 소속 자체를 변경하는 전과 제도의 유연화와 본 전공을 유지하면서 제2의 학위를 취득하는 다중전공의 의무화라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기업 채용 시장에서도 주전공 하나만 이수한 학생보다 직무 연관성이 높은 복수전공 이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며 대학들의 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학칙을 개정한 경희대의 경우 이번 개편은 단일 전공 지식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회 진출 이후 별도의 학습으로 역량을 보완하기보다 대학 재학 중 학업 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이나 직업을 하나로 고정해 평생을 설계하는 사례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대학 교육의 역할을 융합 인재 양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선택이 아닌 의무로…확산되는 다전공 졸업 제도


  복수전공 의무화는 2004년 고려대학교 이후, 2007년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이중전공과 전공심화, 부전공 등의 이수를 의무화했으며 2008년 서울대학교가 ‘의무복수전공제’를 시행했다. 과거에는 단일전공 이수만으로 졸업이 가능했고 다전공은 선택 사항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복수전공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포함하지 않는 대학의 경우에도 심화전공과 융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지정하며 학사 제도를 재편하고 있다.


  국민대학교는 졸업을 위해 총 13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다전공을 선택할 경우 해당 전공의 전공필수·전공기초 과목과 최소 이수 학점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단국대학교는 졸업 기준을 120학점 이상으로 두고 있으며 복수전공·부전공·마이크로전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복수전공을 선택하면 해당 전공의 요구 학점을 별도로 이수해야 하며 부전공과 마이크로전공 역시 일정 학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역시 복수전공·다중전공·융합전공 제도를 운영하며, 추가 전공 이수 시 해당 전공의 졸업 요건을 별도로 충족하도록 한다.


  우리 대학은 2016학번 이후부터 다전공·부전공·심화전공 중 하나를 졸업 요건으로 반드시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졸업에 필요한 총 학점은 130학점 이상이며, 다전공자는 주전공과 다전공 모두에서 각각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다수 대학이 복수전공과 심화·융합전공을 졸업 필수 요건에 포함하거나 이를 적극 장려하는 방향으로 학사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융합 인재 양성과 전공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동반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수강 정원 부족과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특히 경영학과와 공학 계열로 복수전공 신청이 집중되면서, 일부 인문계 학과는 인기 전공 진입을 위한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학과 간 균형을 흔들 뿐 아니라, 학문 자체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과연 선택지의 확장인가


  다전공·부전공·마이크로디그리 전공의 필수화는 분명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제도 변화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직무 중심 채용 확산 속에서 복합적 전공 경험은 융합 역량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무화되는 순간, 부담은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주전공 필수 학점과 교양 필수 과목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 전공의 필수 과목과 최소 학점까지 충족해야 한다면 학업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인기 학과의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한 수강신청 경쟁은 지금도 매 학기마다 벌어지고 있다. 필수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졸업이 지체되는 상황도 벌어지기 십상이다.


  계속된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강의 증설, 전임 교원 확충 등의 뚜렷한 교육 여건의 개선 없이 학점 이수 요구만 늘어난다면 다전공 필수화가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다. 또한 특정 인기 학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비이공계 학과가 단지 인기 전공 진입을 위한 발판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형성될 위험도 있다. 이는 인문학을 비롯한 일부 학문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학이 지향해야 할 학문적 다양성과도 충돌한다.


  결국 다전공·심화전공·융합전공의 졸업 필수화는 단순한 학사 규정의 변화가 아니라 대학 교육의 방향성과 책임, 나아가 취업 시장에도 관여하는 문제다.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학생 개인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의 설계와 함께 교육 여건 개선과 학문 간 균형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은탁 기자변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