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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20 호 주 69시간 근무제, 노동 현장의 목소리는?

  • 작성일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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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898
김상범

주 69시간 근무제, 노동 현장의 목소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최근 뉴스 기사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라는 단어를 본적 있을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으로, 계속해서 논란이 되며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주 69시간 근무표' 는 더욱 사람들에게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상황이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노동할 경우를 가정한 직장인의 근무표 출처: 국민일보 (“주 6일 짜놓고 나만의 휴가?" 고용부 '가상근무표' 뭇매)


  고용부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근무표는 규정된 연속 휴식시간을 위반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박과 함께 고용부에서 제작한 근무표를 제시하였으나, 매일 근무 시간이 줄어든 대신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는 주 6일 근무로 표시되어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69시간 근무제는 정확히 무엇이고,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주 69시간 근무제의 정의와 등장배경


  주 69시간 근무제란 본래의 59시간 근무제에서 69시간으로 시간이 늘어난 것이나, 무조건 매주 69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 근무 가능 시간이 주 69시간이라는 뜻이다. 근로시간 개편 이유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으나 획일적·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며 “3년 만에 급격하게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오남용을 통해 장시간 근로 등을 초래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훨씬 긴 상황으로 과로의 문제점은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OECD 회원국 노동시간 현황(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GYH20230423000600044)



주52시간 근무제와 69시간 근무제의 차이


  주 52시간 근무제란 현재 주 최대 노동 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이다. 주 69시간 근무제는 근로 시간을 총량제로 관리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유연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이다. 제도 개편의 지향점은 근로시간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다. 주 69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분기/반기/연기로 구분하여 초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52시간제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업무가 몰리는 경우같이 업무를 필요할 때 몰아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64시간 이상 일할 경우 퇴근과 출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주 69시간 근무제’, 찬반 측의 주장은


  저번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주 69시간 근무제’를 하나의 정책으로 들고나온 가운데, 급격한 노동 사회의 변동에는 당연히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아래에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정리하여 한눈에 이 논쟁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찬성 측이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생산성”을 이유로 ‘주 69시간 근무제’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스마트 시대의 도래에 따라 콘텐츠 미디어 제작이나 IT 개발과 같은 프리랜서, 외주 형식의 노동의 형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단발적인 근무에는 노동 시간을 법적으로 확보해, 보다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보장하게끔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업계의 ‘성수기’와 같은 개념이다. 쉽게 말해 주 근무 시간을 법이 보호해 주는 아래에 일이 몰려 있을 때 바로 해치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부족한 근무 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기록하는 전산을 끊거나 가택에서 추가 근무를 하는 등의 편법이 이행되었는데, 근무 시간이 늘어난다면 이러한 노동의 그림자는 자연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대 측은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측에 의해 해당 규정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여론은 올해 지난 3월 13일에 한 경비원이 62시간 연속 근무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기존의 주 52시간 근무제’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11시간 의무 휴식제도가 근무 시간이 늘어났을 때에 더욱 잘 지켜지리란 회의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여태까지의 국가의 근로 조건 개선 움직임을 살펴 보았을 때, ‘노동’이 아무래도 민감한 부분이기에 ‘주 69시간 근무제’와 같은 다소 개혁적인 정책이 대한민국에 정착되기 힘들다는 눈치다. 만약 시행이 되더라도 ‘포괄임금제’ 등과 같은 차 제도의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떤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을까?


  한편 세계 여러 국가는 ‘주 4일제’를 시행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근무 환경 조성의 개편이 전세계적으로 논의되었는데, 이중 유럽의 몇 국가들을 비롯한 미국, 일본 각지에서 주 4일제가 채택되고 실험되었다. 모든 노동 시간 개편안은 항상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무겁지만, 정작 주 4일제의 시행 결과는 달랐다. 노동 시간 단축이 오히려 근무 스트레스를 줄여 유동적이고 개인에게 맞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주 4일제는 이처럼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므로, 앞서 말했던 ‘주 69시간 근무제’와는 탄력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근무시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 칠레에서는 '주 최대 40시간'을 법안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라 기본적인 출퇴근 시간 조정이 가능하며 초과근무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탄력적인 근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노동 환경 개선은 근대 이후로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주 69시간 근무제’가 많은 국민들에게 화제를 불러왔듯이, 앞으로 건전한 토론을 통해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노동 업계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희망한다. 



김상범 기자, 신희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