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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5 호 백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작성일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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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637
방효주

최초의 백신 ‘제너의 천연두’, ‘파스퇴르의 광견병’

  1796년,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에 노출된 사람들이 천연두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우두는 소를 통해서 감염되는 전염성질병으로, 몸에 수포가 생기거나 발열이 일어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천연두와 유사한 항원결정부위를 갖고 있다. 천연두는 붉은 발진의 증상을 보이고, 극심한 두통과 고열을 동반하는 당시 치사율이 무려 40%에 달했던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제너는 우두가 천연두와 유사한 항원결정부위를 가졌으나 우두의 독성이 사람에게는 미약하게 작용한다는 점과 우두에 노출된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우두를 천연두 예방에 적용한다. 즉, 천연두 예방을 위해 우두를 사람들에게 접종한 것이다. 이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최초의 ‘백신’ 사례가 된다. 

  그로부터 89년 후에 루이 파스퇴르가 제너와 유사한 방식으로 광견병 백신과 콜레라 백신 등을 개발한다. 그는 당시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었던 광견병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광견병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개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그러는 도중에 그는 감염된 개의 조직에서 약화된 광견병 바이러스를 분리해냈고, 약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해 광견병 백신을 만들어낸다. 이때부터 독성이 없는 병원체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백신’이라 공식적으로 칭하기 시작했고, 그 후 홍역,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A형 간염, 소아마비 등 다양한 전염성 질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됐다. 그리고 질병 예방을 위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병원성을 최대한 낮춘 후 비병원성 항원을 주입한다는 ‘백신의 기본 원리’에서 파생되어 현재는 ‘사백신’, ‘약독화/생백신’, ‘톡소이드 백신’, ‘이종 백신’, ‘아단위 백신’, ‘재조합 백신’ 등 다양한 백신의 종류가 생겨났다. 



- 현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인류는 17세기 천연두 백신 개발을 이후로 수많은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심화되고 기간이 장기화되며 백신 개발의 시기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세 번의 계절이 바뀌기까지 백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변형이 쉽게 일어나 돌연변이의 발생이 빈번하고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신종 감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종간의 장벽을 넘어서 전염이 되기 때문에 종간 교차 전염을 통해 높은 치사율을 가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 ‘사스’와 ‘메르스’가 이에 해당한다. 사스는 박쥐와 사향고양이 등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였고, 메르스는 박쥐와 낙타 등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였다. 

  이렇듯 RNA 유전자로 구성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종의 변이가 쉽고, 그 위험성 또한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떤 바이러스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야하는지 대상 바이러스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표면 항원의 변이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그중 어떤 표면항원이 감염을 유발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코로나19는 물론 사스와 메르스 백신의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백신은 연구와 개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백신의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시판 허가를 통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수많은 피험자들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임상시험과 모든 검증을 통과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을 만큼 대량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그렇기에 백신이 단 몇 달 만에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며, 백신 개발에 막대한 재정적 지원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백신 개발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

  현재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백신들이 개발 중에 있으며, 백신 개발을 위한 각 나라들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안정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중 우수하다고 평가되던 미국의 ‘화이자’ 백신이 3차 임상시험 중 참여자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화이자 측은 이에 대해 경미한 수준의 부작용이기에 백신 자체의 안정성을 두고 논란을 제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의 경우처럼, 백신은 어떠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안정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 중 참가자에게 예상치 못한 질환이 발견돼 임상 3상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으며, 중국에서는 효능과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임상 3상 시험 중에 있는 백신의 투약을 확대해 논란이 일었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 하고자 과도한 투약 진행에 나선 것이다.

  이렇듯 각국은 백신 개발을 위해 미국과 중국처럼 백신 독점을 위한 독자 개발을 추진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국제 연대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국제 백신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도 하며 백신 확보에 열을 쏟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백신 독점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많은 나라들이 서로 교류하며 왕래하는 현대사회에서 자국의 백신 확보만을 위해 노력해서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WHO에서는 개발도상국 백신 지원을 위한 기금을 별도로 모으는 등 백신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이 목적인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바라봐야 할 지향점은 독자 개발, 독점이 아닌 연대와 공평한 배분이 아닐까 싶다.



방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