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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45 호 성별은 몇 가지인가...엇갈리는 국가 정책

  • 작성일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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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95
신범상

  2월 21일, 미국 여권 신청서에서 ‘X(제3의 성)’ 선택 항목이 사라지고, 남녀 항목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권 등 정부 발급 신분 확인 서류에 성별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라’ 는 명령에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취임사에서 “남성과 여성 두가지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 이라 밝혔다.


▲성별 항목에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X’를 표기한 여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1028156300534 )


트럼프 정부의 ‘DEI 정책 지우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직후 DEI 정책을 폐지했다. 백인·남성 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줄임말로, 인종·성·성 정체성 등에서 소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여 포용적인 환경을 갖춰가자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취임 이후 적극 독려하면서 PC(Political Correctness)를 상징하는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PC는 인종과 성별, 종교, 성적지향, 장애, 직업 등과 관련해 소수 약자에 대한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정치적·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방지 금지,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설립 등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남성과 여성의 단 두 가지 성별만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행정명령에는 서명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정부 문서에서 ‘성별 정체성’(gender) 용어 대신 생물학적 ‘성별’(sex)이 쓰이게 된다.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과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함에 따라 몇몇 정부 기관·기업들도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뉴욕주(州)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성별·인종·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도들의 사교 클럽 12개에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흑인·성소수자 권익 향상 행사 등도 중단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 구글은 소수 인종 채용 확대 목표를 포기했고, 메타 역시 DEI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아마존은 연례 보고서에서 다양성·포용성 언급을 삭제했다.


▲트랜스젠더 여성 운동선수의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206_0003054872)


화합의 장 올림픽에서도


  미국 국무부에서는 경기 참가를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비자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 배제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식을 열었다. 행정명령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이들이 여성 스포츠팀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허용한 학교에는 연방자금 지원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체력적으로 우월한 성 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참가가 여성차별이자 불평등이라는 견해에 기반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주요 스포츠 기구와 협력해 지침이 널리 적용되도록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 때 성전환 선수 입국 불허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태국, 미국과 대조되는 성소수자 정책 시행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별은 오직 두 개”라고 발언하며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미국 사회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태국은 현지시간 2025년 1월 23일 동성결혼 합법화 시행이 되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성소수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였다. 이날 태국 전역에서 약 1800여 쌍의 동성 커플들이 혼인 신고를 했다. 이는 태국 사회가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태국의 동성결혼 합법화 통과 과정에도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의 노력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태국 정부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으며, 이에 단순한 법적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법으로 인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결혼 관련 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언급하였다.


  미국과 태국 이외에 성소수자에 대한 다른 나라의 시각도 각 국가의 역사, 문화, 종교적 배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이러한 다양한 성소수자에 대한 정책 상황 속에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미국과 태국의 극명한 대조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양분되어 있으며,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성적 다양성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사회적 산물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성소수자의 인권과 법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포용과 갈등 해결이라는 과제를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은탁 기자,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