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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45 호 대학가 탄핵 관련 시국선언, 외부 개입 속 혼란과 갈등 고조

  • 작성일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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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74
신범상

  지난 2월, 대학가에 탄핵 집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연이어 탄핵 관련 시위와 시국선언 발표하고 있다. 현재 개강을 맞이한 대학 캠퍼스는 극명하게 나뉜 찬반 집회의 대립 갈등 속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학생운동의 흐름


  학생운동은 과거 현대사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학생들의 움직임이다.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은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과 희생이 민주주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학생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억압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열망을 표출하였다.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은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민주화 의식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4.19 혁명 당시 학생들의 모습(사진: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323)


  그러나 현재 대학가의 탄핵 집회는 과거 학생운동과는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과거 학생운동은 정치적 집회 및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였다면 현재 집회는 정치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라는 완전히 대립된 정치적 이념과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다양한 외부 세력의 개입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학 이름을 건 ‘탄핵 반대 시국선언’, 실제 학내 여론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탄핵 찬반 대치현장 (사진: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73288)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명을 내건 성명서를 발표하고 탄핵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표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 찬성, 탄핵 반대 규탄집회로 대립하며, 학내 집회임에도 재학생이 아닌 극우유튜버나 졸업동문들의 외부인 참석 비중이 높았다. 서명 건수도 전체 학생 수 대비 낮아 이들의 의견이 과연 학교 전체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국선언 현장에서 재학생 참가자는 10명~20명 내외로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극우 유튜버나 탄핵 반대 단체 관련자 등 외부인을 중심으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6일 이화여대에서는 대학 측이 참가자의 안전을 고려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했으나, 극우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문 앞에 몰려들며 갈등이 격화됐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정문 바리케이트를 넘어 난입하여 학생들의 멱살을 잡는 등 과격시위를 벌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한국외대 시국선언에서도 재학생 참가자는 약 15명에 불과했으며, 시위 현장에는 극우 유튜버 및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실제로 한국외대 시국선언 일동이 밝힌 시국선언 서명 동참자는 약 300명으로 발표되었으나, 이 중 절반은 익명으로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한국외대 재적학생이 2만259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전체 학생의 약 1.3%에 불과한 수치다. 서울대도 졸업생까지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500명의 서명을 받는 데 그쳤다.


  이러한 시위에 대해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시국선언을 진행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는 지난 5일 '연세대학교 명칭을 내건 무책임한 발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성명문에서는 "마치 해당 의견이 연세대 전체 또는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 학교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의 입장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포장하는 것은 학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소수의 의견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인 몰려… 우려되는 대학가 안전


  학내 집회에 외부인 비율이 많아진 이유는 SNS의 영향이다. 디시인사이드와 포털 사이트 카페에는 대학가 시국선언 일정과 함께 탄핵 찬반 집회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교문을 사이에 두고 의견이 갈린 2월 21일 고려대 尹 탄핵 찬반 집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221513701)


   2월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일대에서는 탄핵 반대 지지자와 찬성 지지자 등 200여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충돌 방지를 위하여 탄핵 반대측은 정문 앞, 찬성 측은 광장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다수의 중장년층과 촬영장치를 들고 다니는 유튜버들도 참여했다. 찬반 측에서 서로를 향한 욕설도 오갔다. 캠퍼스 곳곳에는 경찰과 교직원들이 배치돼 충돌상황을 저지했으나, 구급차가 출동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2월 26일 이화여대에서는 한 외부인이 난입해 탄핵 찬성 측 학생의 멱살을 잡고 미는 상황이 벌어졌다. 28일 한국외대 집회에서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외부인이 질서를 유지하던 경찰을 폭행해 체포됐다.


  개강 후인 3월 6일, 고려대는 고려대 광장에서 탄핵 촉구 공동 시국 선언을 발표했고, 한성대와 총신대에서는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진행됐다. 개강 후 첫 시국선언이 발표된 대학들에서 우려되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려대는 교정 곳곳에 '캠퍼스 폴리스'를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같은 날, 탄핵을 촉구하는 2차 시국선언이 진행된 숙명여대 정문 건너편 인도에서는 유튜버 2명이 확성기를 들고 성희롱성 발언을 해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학교에는 경찰 50여명이 배치됐다.


  외부인의 출입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우며, 학내 집회에 외부인이 몰렸던 전례가 없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재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장인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해주되, 과열 시위와 외부인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 의식 역시 필요하다.



이은탁 기자, 변의정 기자,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