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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37 호 기후 온난화, 폭염, 녹조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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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412
김현지

기후 온난화폭염녹조


유독 덥게 느껴지는 올여름밤낮을 가리지 않은 이 무더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199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대기 중 다량의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면서낮의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아 전국적으로 장기간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폭염이란


폭염(暴炎)은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하는 한자어로,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폭염은 지난 2019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됐다. 직전 해인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기 때문이다. 폭염이 발생할 때 기상청에서는 폭염 특보를 내린다. 폭염 특보 중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폭염 일수인 22일은 평년 10.3일의 2배로, 역대 3번째로 길다. 열대야 일수는 19.2일로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인 1994년의 16.8일을 경신한 상태다. 

▲ 평균기온, 열대야일수, 평균 해수면 온도면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올헤 여름 (사진: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5516841?OutUrl=naver)


폭염의 원인으로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지목됐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이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동시에 덮으면서 맑은 날이 지속됐고, 이로 인해 기온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 역시 늘어났다. 대기 중의 수증기는 비구름을 만들어 폭우를 부르고, 낮 동안 뜨거워진 지면의 열이 밤에도 식지 못하게 막아 더위를 강화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기상청은 올해 중에 첫 폭염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백서에는 그간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에 대한 기록과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 투쟁 (사진: 뉴스1 https://www.news1.kr/photos/6847517)


폭염으로 인해 이번 여름 온열질환자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8월 25일 기준, 폭염으로 313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직업군이 문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6년간 온열질환자의 51.7%는 건설 현장, 73.3%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축의 경우 106만 마리가 폐사했고, 양식 어류도 2500만 마리 정도 폐사해 재산 피해 역시 크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발생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식수에도 문제가 생겼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현상으로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한강 팔당호에 6년 만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조류경보는 채취한 물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 수가 두 차례 연속 1mL당 1천 세포 이상 1만 세포 미만이면 ‘관심’, 1만 세포 이상 100만 세포 미만이면 ‘경계’, 100만 세포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단계별 발령을 한다. 


팔당호의 남조류 세포 수는 8월 12일은 8천 세포 이상, 19일은 9천 세포 이상으로 2회 연속 관심 단계 발령 기준을 초과해 조류경보가 내려졌다.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예년보다 폭염이 심각하고 많은 장맛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장맛비로 남조류 먹이인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육상에서 대량 유입되었고 폭염으로 표층 수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고수온을 좋아하는 유해 남조류가 다량으로 번식하면서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팔당호 일대가 녹조로 초록빛을 띄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80898?sid=102)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관측되면서 전국에서 먹는 물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먹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했지만 녹조에 대한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수돗물의 냄새도 문제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수돗물에 냄새가 난다‘는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녹조가 심각해지면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인체에는 무해하고 음용도 가능하지만 불쾌해 수돗물을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문제이다. 


낙동강과 금강은 한강보다 먼저 녹조가 관측되어 금강은 ‘경계’ 단계, 낙동강은 ‘관심’ 단계가 발령되어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지역 환경 단체는 낙동강의 조류독소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다고 밝히면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피부 독성,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지닌 발암 물질로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에어로졸(다른 물질과 섞인 공기 혼합물)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물환경 학회에 조사 검증을 맡긴 결과 조류독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통해 조류독소가 걸러지도록 하고 있기에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 수칙에 따르면 ‘관심’ 단계와 ‘경계’ 단계에서는 독소 분석을 강화하기 때문에 환경부의 조사를 믿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사 주체의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일반적인 대중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녹조 현상 해결과 기후 위기 극복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한 정수장은 오존 투입량은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하굿둑과 연계해 물 흐름을 발생시켜 녹조를 줄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존 투입량 확대로는 냄새와 녹조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녹조는 태풍이 지나가면서 정화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중부지방의 녹조를 해소할 만한 태풍이 없어 녹조 현상이 해소될 수 없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댐 방류량을 늘리고 차단막을 설치하고 자율주행 녹조 제거 로봇까지 투입하였지만 ‘폭염’의 여파를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정수장’, ‘AI 녹조제거선’ 등 ‘기후테크’라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반 정수처리 시설로 녹조 대응 수위를 높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테크'의 실효성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폭염 재난의 강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UN은 최근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폭염과 이로 인한 녹조 현상은 기후 위기의 경보다. 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현세대와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폭염 외에도 혹한, 미세먼지, 산불, 해수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멈출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현세대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며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이다.


이은탁 기자,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