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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24 호 [기자석] 초연결 사회와 잊히는 자들

  • 작성일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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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06
김상범

초연결 사회와 잊히는 자들


  IT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서로 간의 긴밀한 디지털 연결 관계를 만들어 냈다. 이것을 우리는 ‘초연결사회’라고 부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50억 대를 넘어가고 있고, 한국의 경우 무려 국민의 약 9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이니 그야말로 휴대전화 하나로 만사가 형통할 지경이 이르렀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기술 발전을 환영하고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연결사회는 사람과 사물 간의 원활한 소통이 기반이 되어야 만족하는 사회이므로, 역으로 생각해보면 기기 없이는 네트워크 연결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곧 초연결사회로의 도약이 사람이 기기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의존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온라인 시장이 가열되며 더욱 민감해졌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전자기기 문명을 향유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선가 전기가 없는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 또한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21년, KT의 통신기기가 말썽을 부리기도 했고, 2022년에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라고 명명할 정도로 네트워크 연결 장애가 사회에 큰 파급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켜봐 왔다.


  한국 사회는 특히 초연결사회와 동시에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21세기 청년을 아우르는 젠더 갈등부터 시작해 저출산 고령화와 ‘MZ세대’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세대 갈등, 그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중교통 점거 시위 등이 그 증거로 남는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봤을 때, 사람들은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가, 멀어지고 있는가? 기술이 수반되더라도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하지 않으면 기술의 발전이 가지는 의미가 폐색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본인이 소속하거나 소속하고 싶은 집단에서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며, 반대의 의견은 무작정 비난하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가 아니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인간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데, 괜히 힘을 들이면서까지 남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란 에너지 낭비라고 여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의견을 수용하고 가장 최선의 답을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초현실사회는 특정 사람들끼리의 연대만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이면을 들춰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서 사회로부터 점차 잊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약자’는 그들의 대표주자로 작용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키오스크는 이제 외식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기다. 연세가 지긋하거나 몸이 불편한 손님들은 키오스크보다도 사람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필요한 능력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대체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언어를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새로운 능력을 중점으로 이야기 해보도록 한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의 사회 심리학 교수인 Sonia Livingstone이제시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구성 요소에 따르면 접근 능력, 분석 능력, 평가 능력, 창조 능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필자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접근 능력이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모두가 키오스크와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시대의 과제이자 책무인 것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만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했던 다발적 흉기 난동 사태의 유형‘묻지마 범죄’를 따져보면, 대부분의 가해자가 경제적 빈곤을 겪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소외 계층이라는 표본이 존재한다. 국무조정실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24만 명 규모라고 밝혀진 바, 가해자들은 보통 자기 처지에 대한 불만이 자신을 방치한 사회를 향하고 있기에 그것이 범죄의 형태로 표출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사회로부터 잊힌 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모두가 함께하는 진정한 초연결사회로 거듭나기를 고대한다.



김상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