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710 호 [책으로 세상보기] 불편했던 과거의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 작성일 2022-10-1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494
김지현

[책으로 세상보기] 불편했던 과거의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 불편한 편의점 | 저자 김호연 | 출판 나무옆의자 | 2022.08.10.


  ‘편할 편(便) 마땅 의(宜) 가게 점(店)’

  편의점은 ‘편리함’을 개념으로 도입된 소형 소매 점포를 말한다. 그런데 불편과 편의가 동시에 쓰인 <불편한 편의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은 정체불명의 노숙자 독고 씨가 우연히 주운 할머니의 지갑을 계기로 편의점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뜬 독고 씨는 다양한 사연으로 얽혀있는 개성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교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아르바이트 시현, 50대 생계형 아르바이트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등 구체적인 설정과 현실적인 배경이 우리를 소설의 더욱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편의점을 찾는 인물들은 해결할 수 없는 제각각의 문제를 끌어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그들에게 노숙자 독고 씨는 호감보다 반감이 큰 인물이다. 하지만 그저 노숙자라 비난했고, 자신이 처한 문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인물인 독고 씨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인해 그들은 점차 변화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독고 씨 역시 잃어버렸던 옛 기억을 되찾고, 과거의 자신에게 찾아볼 수 없었던 용기를 얻게 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는다.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편해질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일말의 관심조차 줄 생각도 없었던 ‘독고’라는 인물을 만남으로써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제각각 완전한 형태로 되돌아간다. 독고 씨 역시 잃어버렸던 옛 기억을 되찾고, 과거의 자신에게 찾아볼 수 없었던 용기를 얻게 된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던 노숙자는 한 사람의 관심으로 인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간다. 편의점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도 그런 노숙자의 관심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곳에서 답을 찾게 되고, 절대 얽히기조차 싫었던 사람의 따뜻함을 알아가며 인간의 나약하고 이중적인 부분을 꼬집는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가 주변에도 있을 것이다. 그저 자리 잡아버린 가치관과 좁은 시야 탓에 그런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타인을 향한 조그마한 관심, 그리고 상대를 향한 선의, 이 작은 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바꿔줄 매개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불편한 편의점’처럼, 우리의 주변에도 분명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좁은 골목길의 편의점이지만,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존재할 것이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