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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7 호 [사설] 우리는 왜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가?

  • 작성일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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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366
김지현

우리는 왜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가?


  어린 시절 장래 희망으로 판·검사, 의사, 공무원, 대기업 사원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들을 손꼽는다. 하지만, 대다수는 어떤 판·검사가 될 것인지, 어떤 의사 혹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과 꿈은 있지만, ‘어떻게’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개성과 능력, 그리고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통념과 기성세대의 잣대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성공을 위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경주마처럼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어떻게’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의 직업이 ‘무엇’이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품성을 가져야 한다. 내가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와 타인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21세기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가치로 묶어 한 줄로 세우는 획일성의 산업사회를 넘어 이제는 다양한 능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회적 화합을 이루어 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타인에 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다양성의 수용은 나 자신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자원봉사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우리에게 이웃과 주변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우리 사회 공통의 문제에 대응하여 서로 협력하면서 자기 능력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개인화된 삶에서 내가 아닌 우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가치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경험적 학습이 바로 자원봉사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정부 차원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습 내용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서비스러닝(Service Learning)’을 추진해 오고 있다. 서비스러닝이란 봉사활동(서비스)과 학습(러닝)의 의미가 합친 것으로, 학교 밖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을 통한 학습을 지향하는 교육이다. 서비스러닝은 단순한 자원봉사활동과는 달리 학생 스스로가 학교에서 배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활동이 끝난 이후에 ‘성찰’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활동 경험에서 얻은 배움을 내재화함으로써 자신의 성장을 도모한다. 1985년 대학 차원의 「캠퍼스 컴펙트」가 창설되었는데, ‘대학이 지역사회 개선에 기여하고, 대학생이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사명으로 삼으면서 대학 내 서비스러닝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거품경제로 인해 금융업계가 급속히 발전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자기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자기중심주의인 ‘me-ism’에 빠져있다는 염려가 만연해 있었다. 서비스러닝은 이러한 경향을 타파하기 위한 고등교육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되었으며, 이후 「캠퍼스 컴펙트」에 많은 대학과 대학생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기존의 주입식 지식 전달의 교육체계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능력, 리더십,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공감력, 상상력, 유연한 사고체계와 세계관, 윤리의식과 시민성 등 21세기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서비스러닝을 대학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미국의 「캠퍼스 컴펙트」처럼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이 강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지역주민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캠페인 등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과 소모임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는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 봉사자들이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참여로 전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과 경력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어떻게’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할 자원봉사를 ‘무엇이’ 되기 위한 스팩쌓기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