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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6 호 [책으로 세상읽기] 우리의 유전자는 이기적이기만 할까

  • 작성일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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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035
김지현

우리의 유전자는 이기적이기만 할까

저자 요아힘 바우어 | 역자 장윤경 | 매일경제신문사 | 2022.06.01.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언급된다. 이 책은 “인간은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라는 주장과 함께, 근현대의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왔다. 인간의 무리한 욕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분쟁을 살펴보면,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명제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간은 오로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존재에 불과할까? 저자 요아힘 바우어는 ‘공감하는 유전자’를 통해 이러한 태도를 철저히 비판하고자 한다. 그는 인간에게 주어진 ‘인간성’에 주목하면서, 우리의 생활양식이 유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했다. 개인이 타고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유전자 발현에는 우리의 의지가 선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천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그의 논지는 우리가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준다. 이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단락별로 읽으며 같이 생각해보자.



자유로운 유전자를 가진 우리

  저자는 인간의 유전체를 피아노와 같다고 비유한다. 이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회적 경험에 따른 생활양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사유를 바탕으로 유전자에 그 심리를 전달하면 어떠한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인간이 삶의 주체로 작용한다는 점을 불러온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인간은 그저 복제를 위한 도구일 뿐이지만, 인간의 자유 의지가 중심이 된다는 사실은 모든 개체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로운 유전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각자가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는 곧 존중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선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선을 향해 행동할 잠재력을 가진다. 결국에는 우리가 단순히 이기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자유롭고 건강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반대로 말해 이기적이고 소외된 삶은 질병을 촉진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삶의 지향점, 에우다이모니아

  우리는 살면서 평생 몇 번이나 삶의 이유에 대해 자문할까? 그 누구도 답할 수 없고, 답하더라도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삶의 목적을 찾아 우리에게 제시하기 위해 힘썼다. 그가 답이라고 생각한 것은 ‘에우다이모니아’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그리스어로 보통 ‘행복’이라고 해석되지만, 그는 ‘좋은 삶’이라고 받아들인다. 어원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비롯한다. 그들은 가치 있는 삶이 곧 행복이라는 해석을 해왔다. 가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말한다. 무엇에 최선을 다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저자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공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 책에서도 좋은 삶을 공감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인다. 우리가 산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치듯이, 작게 보면 마을이나 도시 넓게 보면 국가나 세계까지 서로는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 각자의 영역에 접근하기는 더욱 편해졌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보았을 때, 공감의 힘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공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공감의 중요성을 아는 우리가 그 영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유전자와 생활양식의 관계는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와 같은 논쟁이다. 그러나 둘이 밀접한 사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로의 중간에 선 우리는 인간성을 통해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 나아가 지구의 삶까지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적 태도의 전환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헤쳐 가능성 있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 



김상범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