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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3 호 [책으로 세상읽기]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 작성일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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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674
김지현

저자 빅터 프랭클|역자 이시형|청아출판사 |2020.05.3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19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영어 번역판만 40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 도서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빅터 프랭클이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상황에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살아나가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경쟁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타인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바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모르고 주위 시선에 신경 쓰며 달려가 도착한 곳에서 행복이 아닌,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을 잠시 멈추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가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은 작가의 경험과 이를 통해 발견한 정신분석 방법인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를 살피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삶의 목적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죽음의 상황에서 삶의 목적이 있다는 것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은 그 안의 생활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지 알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바로 그 대단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건 삶의 목적을 찾는 일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적의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시한다.


  작가가 수감된 구역의 고참 관리인은 꿈에서 어떤 목소리가 수용소에서 해방되는 날이 3월 30일이라고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꿈속 목소리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알려준 해방 일이 다가와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3월 29일 그는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했고 3월 30일에 의식을 잃고 결국 사망했다. 그에게 해방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사라지면서 저항력이 줄어들어 몸에 잠재되어 있던 발진티푸스 때문에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죽음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삶의 희망과 목적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수감 시절 이야기는 독자에게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든다면, 어떠한 상황이든 견뎌낼 수 있다’라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쳐야 한다는 것: 로고테라피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를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한 번쯤은 눈앞에 문제를 회피해서 일시적으로 긴장을 없애려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으로 삶의 방향을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작가의 새로운 정신분석 방법인 로고테라피에서는 인간이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짐으로써 그 의미가 무엇인지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삶의 의미는 남이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책임지고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작가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책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앞서 삶의 목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 했어도 괜찮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삶의 목적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 목적이 삶의 원동력이 되었는지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반면에 삶의 목적을 몰랐던 사람에게는 그동안 해온 방황의 이유를 알려주고, 큰 깨달음을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듣기 좋은 말들로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심어주진 않는다. 그저 희망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지만 절대 독자에게 이상적인 삶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결국, 살아가는 이유와 삶의 방향을 독자 스스로 세상 속에서 찾아가게 한다. 


  스스로 삶의 목적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에 막막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삶에서 의미를 거창하게 설정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면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사람마다 새로운 시작이 두렵거나, 좋아하던 일에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혹은 친구와 다투는 등 다양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재능을 찾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으면 다른 일에서 흥미를 찾을 수 있고, 친구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다른 좋은 방법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시련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정달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