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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6 호 [책으로 세상 보기] 평범함 속의 특별함

  • 작성일 2020-11-16
  • 좋아요 Like 1
  • 조회수 4961
최아름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민음사/ 2015


평범함 속의 특별함


 우리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몸이 아프면, 바로 보건실을 간다. 우리가 아플 때마다 갔던 평범한 보건실에는 아픈 학생들이 누워있을 수 있는 간이침대 몇 개와 보건 선생님이 앉아 계시는 의자와 책상, 각종 증상에 맞는 약품, 그 약품을 보관하는 서랍 등등이 보건실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립 M 고등학교 보건실의 캐비닛 안에는 사람들을 위한 약품 외에도 장난감 딱총, 광선검, 그리고 온갖 종교에서 사용되는 퇴마 용품들이 있다. 이렇게 특별한 물건들의 주인은 보건실에서 근무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사람, 동물, 식물 등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것 외에도 한 가지의 물체를 더 볼 수 있다. 안은영만 볼 수 있고 싸울 수 있는 것은 통칭 ‘젤리’이다. 이 젤리는 일종의 엑토플라즘이라고 한다.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체다. 겉에서 보면 아주 평범한 교사일 뿐인 안은영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젤리와 싸우며 살아왔다. 이 젤리와 싸워 평화를 지킨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은영은 더 많은 총알을 쏘고, 광선검의 효과를 더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절에 있는 불상을 만지며 기운을 충전한다.


 고등학교 발령 후 근무하던 도중 아주 특별한 기운을 지닌 동료 한문 교사 ‘홍인표’를 만나게 된다. 인표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불편해 겉으로는 나약해 보이지만, 은영이 하루에 20발 정도 쏠 수 있던 총알을 인표의 기운이 은영에게 더해지면 은영은 40발이 넘는 총알을 쏴 젤리와 괴물을 없앨 수 있다. 은영은 인표와 손잡고 학교에 있는 젤리와 괴물을 없애며, 많은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영과 인표가 근무하는 학교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며 소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겉으로 본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은영은 어느 학교에나 있는 보건교사이지만, 남들은 볼 수 없는 젤리와 홀로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며, 인표는 다리에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나약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특별한 기운을 지닌 사람이다. 우리가 소설 속의 주인공을 길거리에서 실제로 만났다면, 은영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사람이고, 인표가 특별한 기운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별 관심 없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옆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모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으며 그들을 겉으로만 보고 속단한다. 어쩌면 우리의 옆에도 젤리를 보는 안은영이, 특별한 기운을 가진 홍인표가 살아 숨 쉴지도 모른다. 보다 관심 있게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면 그들도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최다운 (경영학부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