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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6 호 [편집장의 시선] 군중심리가 만들어 낸 살인마

  • 작성일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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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29
송수연

“군중은 진실을 갈망한 적이 없다. 구미에 맞지 않으면 증거를 외면해 버리고 자신들을 부추겨주면 오류라도 신처럼 받드는 것이 군중이다. 그들에게 환상을 주면 누구든 지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든 이들의 환상을 깨버리려 들면 희생의 제물이 된다.” 

-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이 말한 <군중심리>다. 이는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의식의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대학 내 커뮤니티 속 실체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즉, 현재 우리 사회에서 거짓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정도나 악플에 대한 책임과 의식에 대한 낱낱이라는 것이다. <군중심리>는 사회 곳곳에 자리해 사람들의 의식을 조종하고 사회를 움직이고 있으며, 이 부정의 움직임을 말로 표현한 아주 적절한 사례가 바로 위의 제언이다.


호외-4호에서 다룬 기사에서는 개인의 그릇된 신념이 만들어 낸 정보 감염을 이야기했다. 일명 ‘코로나 지라시’라고 불리는 거짓 뉴스가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포데믹의 모습이 ‘군중심리’이며 인포데믹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군중’이다. 이들에게 진실은 안중에 없다.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을 보고 판단해버리는 잘못된 의식을 갖고 또 다른 오류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들은 오류를 알아차리더라도 ‘아니면 말고’를 시전하며 책임을 아주 쉽게 지워버린다. 


지난 10월 8일 일어난 ‘서울 여대 에브리타임 사건’만 봐도 군중심리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알 수 있다. 서울여대 재학생이었던 한 대학생은 자신이 올린 글에 지속적으로 달린 악성 댓글들에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학생을 자살로 내몬 건 이 역시도 ‘군중’이었다. 같은 고민을 겪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의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말로, 한 개인을 파괴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악플을 수용하면, 그 말이 지배자가 된 냥 수많은 지지자들을 얻어 한없이 커진다. 이후 이어달리기를 하듯 같은 뉘앙스의 악플이 이어지고, 이러한 군중심리로부터 시작된 손가락 행위는 사이버 불링이란 이름을 가져 개인을 죽음으로 내몬다.


중요한 건, ‘군중은 진실을 갈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는 ‘내 생각이 맞나?’라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거나 참조하면서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많은 지지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의견이라면 쉽게 자신의 생각을 고치기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군중심리는 악플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물었다 하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뜯고 할퀴는 도 넘은 비난의 과정을 거쳐 살인을 부추기는 집단 행위의 결과를 만든다.


누구나 살인마가 될 수 있다. 군중 속 한 명이라고 해서 그 죄는 결코 군중의 수만큼 나뉘지 않는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군중의 심리는 잘못된 일에 더 요동치고 군중의 힘은 나쁜 일에 더 커진다. 이전 기사에서도 강조한 바이지만, 본고에서도 또 이 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미 많은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군중심리를 단절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댓글 사용을 전면 중지하거나 악플을 걸러내기 위한 AI 서비스를 도입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정해지는 의식이 아닌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혹여 그릇된 인식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도 군중의 지배자가 되지 않도록 제지하고 있다.

리터러시 능력은 현시대를 사는 데 필요한 하나의 전략이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전략을 갖춰 누군가를 위해 칼을 겨누고 전투태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 세상을 지키고 개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