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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6 호 [영화로 세상 읽기] 부조리함을 마주하는 순간

  • 작성일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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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62
방효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삼진그룹’이라는 회사를 주 배경으로 하여 ‘회사의 무단 폐수 노출’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주 내용은 회사의 폐수 무단 노출과 그로 인한 인근 마을 주민들의 피해, 그리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3명의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이 사건 해결의 과정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싸움이 얼마나 험난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개인의 내적갈등, 개인 간의 갈등,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다루며 스토리를 전개해나간다. 그리고 그 치열한 싸움 끝에 주인공들은 회사를 상대로 승리를 취하고, 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는 스토리의 전개 외에도 눈길이 가는 요소들이 많다. 먼저 1990년대 당시 시대적 상황을 굉장히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여성 직원들의 사회적 위치와 대우, 대졸과 고졸의 대우 차이라든가 세계화로 인한 영어 사용의 심화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으며, 그 속에 자리한 문제점들을 꼬집는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에 걸맞은 독특한 미장센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시절의 분위기에 맞는 레트로한 배경과 연출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들어 있으며, 장면 전환이나 오디오 효과 등에도 독특한 요소들이 많다. 이처럼 내용에 딱 걸맞은 적절한 연출은, 관객들이 영화를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주인공들을 제외하고도 눈길이 가는 인물들이 많다는 것 역시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세 명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그 속에서 등장하는 악역과 조력자들 각자에게도 골고루 눈길이 간다. 등장인물들 각각 주어진 역할이 확실하고, 개성도 뚜렷해서 그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부조리함을 마주한다. 매 순간을 부조리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차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거대한 부조리함을 마주한 것이다. 자신들이 마주한 부조리함과 맞서는 주인공들의 행보를 보며, 내가 만약 부조리함을 목격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와 더불어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무엇이며,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 영화였다.



방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