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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6 호 [기자석]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나의 차별을 인지하는 것

  • 작성일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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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245
방효주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평소에 차별하고 사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실로 자신이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한 차별적인 발상이나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개성의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차별‘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차별의 시작점은 아주 단순하고도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지으면 된다. 우리는 우리고, 그들은 그들이라는 인식. 그들과 우리는 어떻게든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그 인식에서부터 차별의 뿌리는 자란다. 최근 모 화장품 회사에서 고객이 주문한 화장품의 옵션에 대해 ‘옵션으로 선택한 컬러는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불호가 분명한 특정 컬러이다.’, ‘매장에서는 동양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컬러로 발송된다.’라며 고객이 주문한 옵션을 회사의 임의로 바꿔서 발송한 일이 SNS상에서 큰 논란이 됐다. 해당 문구가 인종차별적 요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내용이었으며, 고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임의로 옵션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이토록 어이없는 처신을 한 이유는, 아마 자신들의 행동이 차별적인 행동이라고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동양인 고객들을 배려한 행위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무리와 무리의 구분, 개인과 개인의 구분에서부터 차별은 시작된다.


  특히나 현대사회에선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의 대상으로 몰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동성애’에 관한 것이다. 동성애에 관해서 우리는 흔히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한 답변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질문 자체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이성애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보편화되고 기준점으로 삼아지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애초에 궁금증을 갖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당연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서부터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 ‘당연하고 자연스럽지 않다’라는 의미를 질문 자체에 함의하고 있는 것이니까 이에 대한 답변이 ‘이해한다.’이든 ‘이해하지 못한다.’이든 그 답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 질문의 출발부터가 차별의 시작이다. 이렇듯 차별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차별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나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배려라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내가 인지하지 못한 차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방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