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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5 호 [영화로 세상 읽기]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인가?

  • 작성일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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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62
송수연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2020.02.13.)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인가?


 천주교든, 기독교든 어느 종교를 가나 중요시하는 것은 ‘사랑과 용서’이다. 그 만큼 교회를 가면 자신의 죄악에 대해 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종종 여러분은 의문이 들 것이다. 과연 용서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에 힌트를 주는 것이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 다니엘이 소년원 벽면에 쓰인 고통, 분노, 폭력, 사랑, 가족, 파멸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시작한다. 다니엘은 신부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20살 청년이다. 마침내 소년원을 출소하게 된 그는 신부 ‘토마시’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 후 다니엘은 훔친 사제복으로 신부 자리 대행을 하게 되고, 그의 파격적인 행동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 ‘다니엘’은 믿음 뒤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마을 사람들은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매주 예배를 드리고 고해성사를 하면서도 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서로를 미워한다. 모순적인 상황이다. 그 속에서 사고를 잊지 않는 것이 아닌 용서를 통한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외치는 다니엘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 장면이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가 죄를 극복하고 용서하는 것도 용서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고 외치는 것만 같다. 


 영화 속 주인공 다니엘은 술, 마약, 폭력에 찌든 청년의 모습과 본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까지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신부의 모습이 공존한다. 그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모습이 만화 영화 속 선인과 악인을 낙인찍듯 그동안 너무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단정 짓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향락에 찌든 주인공을 의심하면서도 신부복 하나에 그를 믿는 모습은 그만큼 충격적이다. 신부복을 입은 다니엘과 입지 않은 다니엘은 모두 같은 본질을 가진 사람인데 그를 대하는 반응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다. 그래서인지 제목과 배경이 종교지만 영화를 보면서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느낌은 잘 느끼지 못했다.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도 다양하게 갈린다. 겉으로만 외치는 ‘용서와 사랑’의 모순적 이야기나, 겉모습에 좌지우지되는 것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등 다양하게 해석되곤 한다. 당신은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할까? 이중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어떻게 느껴질까? 이 영화와 함께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먼지 쌓인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지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