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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7 호 [교수사설]ESG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작성일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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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024
신범상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이나 국가나 모든 조직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투자를 위한 3개 핵심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대학의 경영에도 ESG 개념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먼저 환경적 측면에서 기후변화, 탄소배출, 환경규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등의 이슈에 대응할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인권과 성별 평등 및 다양성, 지역사회, 노사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및 감사의 기능, 구성원의 의사결정 참여, 반부패, 교육윤리 등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ESG 개념이 근래에 경영과 투자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나, 이미 유사한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같은 개념들이 함께 존재한다. 이들 개념들에 전제되는 철학적 기반은 소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념으로, 이는 기존의 경영 및 투자 분야에서의 전통적 관점인 "주주 자본주의" 이념과 대조된다.


  자본주의 경제의 바람직한 운영 원리에 대한 이념으로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조직이나 기업을 구성하는 여러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주 자본주의는 조직이나 기업의 경영 성과 및 위험을 경제적으로 최종 부담하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조는 일반적인 정치경제 이념에서 평등 및 분배를 강조하는 것과 자유 및 효율을 강조하는 것 사이의 차이와 비슷하다.


  주주 자본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인 밀턴 프리드만 교수는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법과 윤리의 제약 아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기업이 기부 등의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정치적으로 불건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즉 각 구성원들이 법질서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이익에 따라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도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 관점은 그동안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빈부 격차 등 각종 "시장실패(market failure)" 현상들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문제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방식만으로는 적절히 해결되기 어렵고, 문제 발생 사후에 이를 해결하려면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예방할 수 있도록 법, 제도, 정책, 문화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많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들 이념들은 정치적으로 대립되는 측면이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들 이념을 실제 경제정책 등으로 구현하다 보면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더 많다. 극단에 치우치는 이념은 언제 어디서나 현실에서 많은 부작용과 큰 불행을 낳는 법이다. 시장실패를 치유하려다 오히려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근래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이와 대조적으로 근래에 국내외에서 극우 파퓰리즘이 정치적으로 득세하는 경향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현실과 이론에 대한 공부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을 갖추고 민주적 절차를 수용하는 법을 함께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