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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4 호 [영화로 세상보기] 당신은 하나다

  • 작성일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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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472
신범상

▲ <서브스턴스> 포스터 (출처: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61579)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라고 망설임 없이 답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이 가장 증오스럽고 혐오스럽다.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겉보기에 알 수 없는 것까지,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생생하게 느끼다 보면,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나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남들만큼 예쁘지 못해서, 남들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남들만큼 잘나지 못해서, 남들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나라서, 그런 나라서 내가 싫다. 그리고 이 세계에 나 혼자 남아 더 이상 비교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 모습은 더 나은 모습의 ‘나’, 최선의 ‘나’가 아니기에. 영화 <서브스턴스>는 그렇다면 너 나은 버전의 내가 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유명한 여배우이다. 시간이 지나 50세가 된 엘리자베스는 퇴물 취급을 받으며 오랫동안 진행해 오던 TV 쇼에서 잘리는 동시에 더 이상 그 누구도 찾지 않는 배우가 된다. 나이 들어 젊고 아름답지 않은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TV에 나올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더 나은 버전의 나’가 될 수 있는 약물 서브스턴스를 투약하기로 한다. 그리고 더 젊고 아름다운 수의 몸으로 깨어난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와 수, 한 사람의 영혼으로 이상적인 두 사람의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가 명세를 얻기 위해 서브스턴스 사용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면서, 엘리자베스는 급속한 노화를 겪으며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다. 결국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가 같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싸움을 벌이다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의 욕망은 하나이다. 더 젊고 아름다운 내가 되는 것.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것이 엘리자베스가 진정으로 바라는 욕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욕망은 여성을 향한 외모지상주의, 즉 여성을 향해 던져지는 사회의 시선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욕망, 그리고 자신을 향한 혐오의 이유가 정말로 엘리자베스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선택한 폭력적이고 파멸적인 결말이 정말로 주체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혐오와 선택의 기저에 사회의 시선이 투영되었고, 엘리자베스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는 욕망, 그런 내가 될 수 없어 나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자기혐오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본다면 그 끝에는 나, 정말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 진정으로 나를 위한 마음이 아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서브스턴스>는 오히려 그러한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