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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1 호 주권의식과 학생회 선거

  • 작성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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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270
김현지

주권의식과 학생회 선거


  대학의 학생회는 학생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대학 구성원의 한 축으로서 학교와 학생들의 사이를 잇는 중요한 기구이다.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 등 학생회의 구성을 위한 선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행사이다. 80년대 총학생회가 출범한 이후 학생회는 사회 민주화 학내민주화의 상징으로 정치적, 사회적 태도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소위 운동권 학생을 중심으로 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나 이후 운동권의 분열과 여러 상황으로 학생운동의 힘이 쇠락하면서 거대 담론이 사라진 90년대의 사회 분위기와 IMF 경제위기 이후 정치적 무관심이 가시화되면서 학생회에 대한 기대나 관심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인한 투표율 저하는 급기야 학생회 구성이 불가능할 상태에 이르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한 학생활동의 중단은 학생회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가져왔다. 현재는 온라인 환경의 변화로 학생회라는 대의 민주제 대신 직접 민주제도 가능한 상황이 되어 학생회의 존재의의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희석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회의 존재의의에 대한 효용성이 떨어져 가는 가운데 2025학년도 우리 대학 학생회를 이끌어 갈 학생회 선거가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서울캠퍼스는 총학생회는 입후보자를 내지 못했으나 다행히 5개의 단과대는 입후보자를 내었고 당선되었다. 천안캠퍼스는 총학생회와 5개의 단과대학 중 두 개의 단과대학에서 입후보자를 내었으나 전체 투표율 30% 미만으로 학생회 결성이 무산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내년도 학생 자치활동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1학기에 보궐선거가 실시되어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진다면 그나마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온라인 투표로도 철저한 무관심을 표하고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앞날을 전망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동안 많은 대학이 학생회 입후보자의 부재와 학생회 구성의 의결정족수 미달로 기구구성이 무산된 후 학생회 활동을 비대위 체제로 대체해 왔다. 우리 대학 역시 이번 연도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의 결과 내년도의 학내에 산적한 다양한 활동은 그간 해온 것처럼 비대위 활동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그야말로 비상대책을 위한 임시기구로서 인력이나 영향력 등에서 의결권이 없어 학내외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또한 권한 없는 비대위가 소수의 폐쇄적인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학생들은 관례상 학생회가 없어도 축제나 행사는 비대위에서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동아리나 단대학생회 학교 측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축제의 개최를 단언할 수 없다. 또한 학사 행정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어렵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선거의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많은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정작 투표에는 무관심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입후보자의 효능감 없는 공약이나 도덕성, 능력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철저한 정치적인 무관심과 혐오,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표현할 때 우중은 잘못된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는 그동안 세계 각국의 사례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에는 자신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학 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학내구성원으로서의 주권 의식을 행사하지 않을 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바라기는 어렵다. 학생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비판은 내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이고 선거는 그 시작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깨어있는 의식, 감사하는 시각,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