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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1 호 [교수칼럼] 회독(回讀)

  • 작성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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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650
김현지

  글을 의뢰받고 참고하라 안내해 주신 웹주소를 따라 이전 글들을 읽어보았다.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독자가 아니라 작자로서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니 가볍게 보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누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 써야 할지를 가늠하게 되었다. 불현듯 ‘회독’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회독(回讀)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 가며 읽음.

회독(會讀) 여러 사람이 모여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함.

  어쩌다 보니 주위에 ‘회독’이라는 말이 익숙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멀게는 공직에 뜻을 뒀던 옛 친구들이, 가깝게는 교직에 뜻을 둔 학생들까지 ‘수험생’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사전의 뜻풀이와는 달리, 한 사람이 거듭해서(回) 읽는(讀) 의미로도 ‘회독’이 쓰인다. 


  교과서 10회독 공부법, 통권 10회독 공부법, 막판 공부법 : 회독법과 정리, ...


  아닌가 다시 확인해 보니 연관 검색어로 ‘공부’가 눈에 띈다. 사실 거듭해서 읽는 행위는 그리 낯선 행동은 아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시험, 발표라는 행위들은 ‘회독’이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과에 만족하고자 한다면 시험 범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발표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기 위해 거듭거듭 다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험, 발표란 제한된 기간 내에 일정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에서, ‘회독’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행위라고 평가할 만할 것이다. 


  만족할 만한 결과라 평가하려면 ‘자기 만족감’, ‘사회적 인정’ 등의 조건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회독’이라는 표현으로는 낯설지 몰라도 거듭해서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그리 낯설지 않다. 러닝, 클라이밍 등에서 코스를 완주하고 완등하는 것은 동호인들이 거듭해서 시도하여 얻은 만족할 만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면 동호인들은 성과를 얻기 위해 몇 ‘회독’이나 할까. ‘동호인’과 ‘회독’이라니, 이 어색한 조합. ‘동호회’라는 단어가 주는 ‘자발성’이 ‘회독’의 의무감과 이질적이어서일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든다. 혹 달디단 밤양갱이 있으니 ‘회독’의 의무감을 이겨내 보자는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의심을 사는 건 아닌가 괜한 걱정도 해 본다. 회독이든 아니든, 의무감이 수반되든, 재미가 따르든 거듭한다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5km 완주자는 10km, 20km 완주를 도전하고, 15m 완등자는 30m, 40m 완등을 도전하는 모습은, 수험생이 5회독, 10회독을 얘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기를 보내며 이런저런 ‘회독’으로 지쳐 있는 나에게, ‘쉼’이라는 ‘회독’이, 그리고 갱생을 도모할 ‘방학’이라는 ‘회독’이 머지않았음을 되새겨 보시길. 아니라고는 했지만 결국 어디선가 들었음 직한 이야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로 주의를 환기하는 것 또한 아닐까. 

글을 맺으려다 문득, 이 글의 난삽함에 편집자는 회독을 강제당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만 하다. 



국어교육과 오민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