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0 호 조커 : 폴리 아 되
조커 : 폴리 아 되
▲ 폴리 아 되 포스터 (사진: 곽민진 기자)
조커 : 폴리 아 되, 2019년에 개봉한 《조커》의 후속작으로 조커 시리즈 전작이 꽤나 흥행한 터라 해당 작에 대한 많은 관심이 모였다. DC코믹스의 메인 악당이자, 유일무이한,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악 그 자체로 형상화되어 거대한 존재감과 팬덤을 가진 조커의 단독 시리즈 등장이기에 특히 기대에 부풀어 관람하게 되었다.
부제, 폴리 아 되(Folie deux)는 프랑스어로 '둘의(à deux) 광기(folie)'를 뜻하며, 정신의학 용어로 '공유정신병적 장애'를 의미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같은 정신장애를 앓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조커와 할리퀸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동시에, 조커와 그를 추종하는 세계와의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루니 툰 워너브라더스 로고와 인트로 송과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가 시작하는 도입부가 특히 인상 깊었다. 아서와 아서의 그림자가 서로 진짜 조커가 되어 쇼에 나가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아서는 중간에 그림자에게 조커를 빼앗기고 다시 조커가 되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지만 그림자는 조커가 되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무대에 오르고, 경찰이 찾아오자, 쇼를 실컷 즐긴 그림자는 조커를 다시 아서에게 되돌려준 뒤 도망친다. 아서는 그토록 원하던 조커를 되찾았지만, 그림자가 조커가 되어 한 짓까지 전부 뒤집어쓰는 바람에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하고, 그 와중에도 "똑똑" 농담을 치는 그를 확대하며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구타해 피가 범벅되면서 화면이 붉게 칠해지다가 커튼으로 거두어지면서 본 영화가 시작된다. 해당 도입부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듯해 영화 시작 후, 영화가 끝난 뒤 모두 다시 해석해 볼 여지가 남아있다.
해당 영화의 연출들 곳곳이 제법 미감을 잘 살려냈는데, 뮤지컬 형식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요소를 도입한 점도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의 광기, 감정을 표현하는 점에선 효과적인 장치일 수 있지만, 후반부에는 오히려 집중이 어렵게 하는 듯해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다.
‘조커 : 폴리 아 되’는 조커, 소시민 사이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서의 비참한 최후와 비정하고 혼란 속에서 광기만을 추앙하는 사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허무하게 비정한 사회에 두들겨 맞고 몰락한 아서라는 볼품 없는 남자가 ‘조커’라고 형상화되기에는 기존 팬들의 기대와는 상충적이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관객이 기대한 것 역시 완전무결한 악, 혼돈 그 자체로, 우리 역시 영화 속 흥분한 군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은 듯해 입맛이 씁쓸하기도 했다. 사회의 혼란과 경멸, 외면이 만들어낸 거대한 악, 혼돈 그 자체의 형상화였던 조커라는 캐릭터를 또 다른 관점에서 관객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줘 흥미로운 영화였다.
곽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