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8 호 [책으로 세상읽기] 불안의 서
[책으로 세상읽기] 불안의 서
▲책 『불안의 서』
(출처 :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234233)
『불안의 서』는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널리 알려진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가 남긴 작품 중에서도 특히 깊은 울림을 주는 책으로, 그의 내면 세계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책은 삶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페소아의 깊은 성찰을 담은 480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존재, 삶과 죽음, 자아의 비밀,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통일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배수아 작가에 의해 완역되었으며, 번역 과정에서 페소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모호한 언어의 결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살려내었다. 페소아는 삶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불안을 마주하게 만든다. 페소아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깊은 슬픔과 고독, 그리고 좌절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가 말하는 '불안'은 단순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모순과 갈등을 가리킨다.
“나는 다른 이들의 나-아님이란 성격을 질투한다. 모든 불가능 중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므로 그것은 내 일상의 욕망이 되었고, 모든 슬픔을 채우는 좌절이 되었다.”- 83 p.g
“타인을 지배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타인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413 p.g
“우리가 꿈꾸는 사물은 하나의 면만 갖는다. 우리는 사물의 둘레를 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다른 면을 영영 알지 못한다.”- 579 p.g
책을 읽으며 감명 깊었던 부분들이다.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며 가지지 못한 것을 서로 가지고 싶어 한다. 그것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상대방이 가진 것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좌절된다는 이야기를 페소아는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읽다 보면 페소아의 표현력에 감탄할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하고 어두운 내용으로 800 페이지가 넘어 한 번에 읽기에는 버겁지만, 480편으로 이야기들이 나뉘어있어 조금씩 나눠 읽다 보면 어느새 완독하는 책이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불현듯 다가오는 불안이나 고독감을 이 책을 통해 차분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페소아의 문장들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