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7 호 [책으로 세상보기]나보다 더 나 같은 나, 책 「나주에 대하여」를 읽고
나보다 더 나 같은 나
책 「나주에 대하여」를 읽고
▲책 「나주에 대하여」 표지 (사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4907339)
소설은 나의 거울
소설은 종종 나보다도 더 나 같을 때가 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모르고 넘겼던 마음들이 소설을 통해 생생히 살아나서 ‘아, 그때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생각과 마음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비춰보고 내 마음을 살펴보곤 한다. 그렇게 소설은 이런 마음과 생각이 드는 건 나 밖에 없을 거라고 난 왜 이렇게 예민한지 모르겠다며 자책하고 있는 나에게 '너 그때 그래서 그랬던 거야. 너만 그런 거 느끼는 거 아니야. 나도 그래. 우리 모두 그런 걸 느끼고 살아. 그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을 뿐이지' 하고 다독여 주곤 한다. 김화진의 단편소설 모음집 「나주에 대하여」도 그런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건 내 마음인데. 이거 나도 그랬었는데. 나한테도 이런 마음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었지.' 하고 오랫동안 주인공과 닮은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꿈과 요리
「나주에 대하여」에서 나와 가장 데칼코마니처럼 쏙 빼닮은 이야기는, 세 번째 단편 소설인 '꿈과 요리'였다. '꿈과 요리'에서는 서로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가장 친한 대학 친구인 수언과 솔지가 나온다. 대학 시절 수언과 솔지는 영화와 글쓰기라는 비슷한 꿈을 꾸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쯤 솔지는 좋아하는 영화와 글쓰기를 뒤로 한 채 은행원이 된다.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수언은 친구 많은 솔지를 보며 솔지가 자신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반대로 솔지는 수언이 자신을 친한 친구 바운더리 안에 넣어주지 않았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솔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재능이 없는 영화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고 계속해 나가는 수언을 질투한다. 반면 수언은 자신과는 다르게 사교성이 좋은 솔지를 보며 겉으로는 저렇게 나서고 다니면 좋나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솔지를 부러워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이 이리저리 뒤섞인 채 지내던 어느 날, 수언의 영화 평론이 당선된다. 이때 수언은 자신을 축하해 주는 솔지의 모습에 진심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을 터트린다. 이에 질세라 솔지도 수언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화를 낸다. 그렇게 둘은 마음의 밑바닥을 드러낸 채 솔직하게 서로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와 닮은 부분들
친구 사이에서 서로를 좋아하기도 하고 부러워하다가, 그런 마음 때문에 싸우고, 화해하는 이야기 자체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
에서 솔지와 수언이 느끼는 마음은 내가 종종 나보다 잘나 보이는, 재능 있어 보이는 친구들에게 가졌던 마음과 닮았으며 내가 전공 분야도 아닌 꿈을 향해, 성공의 입구가 아주 좁은 꿈을 향해 갈 때 들었던 마음과 똑같았다.
수언의 시선으로 본 솔지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보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솔지의 고민은 내가 종종 하는 고민과 비슷했고, 나는 엄마와 친구들에게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주 상담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친구들이 수언 같은 생각을 했다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가끔 그들이 하는 말에서는 수언과 같은 느낌이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다시는 털어놓지 말아야지. 내가 하는 고민을 수언처럼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꿈과 요리’에서는 계속해서 나보다도 더 날 잘 아는 문장들이 날 둘러싸고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없니?”하고 말을 걸어왔다. 내가 한 번쯤은 겪어본, 이런 감정은 대체 뭘까 하고 고민했었던 감정들이 가득했다. 분명 나와 비슷한 학우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을 통해 학우들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연 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