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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37 호 영국의 인종혐오 폭동과 계층격차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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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827
김현지

영국의 인종혐오 폭동과 계층격차



  거의모든나라가다그렇지만, 영국의모습은하나가아니라여럿이다. ‘신사의나라’로알려져있지만, 축구장안팎에서진상을떠는훌리건의나라이기도하다. 신사와훌리건의묘한이중주는영화 <킹스맨>에잘나타나있다. 또한영국근현대사에서도과학기술의진보와더불어침략과수탈의이중주가두드러진다. 영국의한쪽낯은태양아래새로운것은없고옛것을고스란히간직하면손해볼일이없다는보수이지만, 다른쪽낯은젠더및인종의통합이라는가치를가장중시하는혁신이기도하다. 일찍이 1979년에마거릿대처가총리가되어서여왕이군림하고여성이통치하는나라가되었으며, 2022년에는인도계아프리카인부부의아들인라시수낵이총리자리에올라서“유색” 인종이다우닝(Downing)가 10번지의주인이되었다. 또한파키스탄계무슬림사디크아만칸이 2016년이후로수도런던의시장을지내고있다. 완전과는아직거리가없지는않겠지만, 젠더및인종의통합을선도하는나라로보기에모자람이없다.


  이런영국에익숙한이들에게는어이가없을사태가지난 8월에터졌다. 영국중서부에서제노포비아폭동이일어나더니영국곳곳으로들불번지듯이퍼져나갔다. 7월 29일에사우스포트라는소도시에서르완다에서영국으로건너온그리스도교인부부의아들인 17세소년이칼로어린이세명을죽인비극적범죄가일어났는데, 무슬림난민신청자가범인이라는헛소문을극우세력이퍼뜨리자흥분한백인들이인종차별구호를외치며모스크와난민수용시설을공격하기시작했고, 이폭동은잉글랜드는물론이고웨일스와북아일랜드로까지퍼져나갔다. 폭동의기세가워낙거세서저지하는경찰이밀리는상황마저나타났다. 폭도는지나가는차를검문하면서운전자가백인이면보내주고백인이아니면공격하는행태까지보였다. 상점약탈은덤이었다. 영국이지향해온인종통합의가치를밑동부터뒤흔드는부끄러운사태가아닐수없다. 폭동교사자들이퍼뜨리는정보가가짜이며헛것이라는사실을일일이밝힐필요는따로없다. 믿고싶은것만가려서믿는그들에게는사실이중요하지않다.


  영국에서왜이런일이벌어졌을까? 대중의무지만을탓하는것은지식인의오만일수있다. 산에는낙엽이늘쌓여있지만, 낙엽이촉촉하면불이붙을리없다. 불은낙엽이바싹말라있을때에만일어난다. 지난 8월영국의인종혐오폭동은유달리하층민에게가혹하게작용하는경제파탄과맞물려있다. 경제운영에무능한데다가계급및계층간격차해소에애쓰지않은영국보수당정권아래서힘겹게사는영국의중하층백인이울분을푸는대상을엉뚱하게난민과무슬림에게서찾았던것이다. 인종혐오는계급문제와연동한다. 영국사회가맞닥뜨린이문제를소수자의배제로해결하려든다면시쳇말로번지수를잘못짚은셈이다. 근본적으로는계급격차가줄어들어야인종혐오를잠재울수있다. 시간이오래걸리고품이많이들겠지만, 그길이올바른길이고결국은더지름길이기도하다.



류한수(역사콘텐츠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