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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36 호 [기자석] 나의 아픔을 저울 위에 올려놓는 것

  • 작성일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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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002
정소영

  올해 들어 나는 정말 고통받는 인간이었던 것 같다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들이 유독 많았고성격도 조금 변했다여러 일로 힘들었던 와중에우연히 듣게 된 호모 엠파티쿠스(고통받는 인간)’이라는 교양수업을 통해 나에게서 힘듦의 원인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호모 엠파티쿠스(고통 받는 인간강의 수업 자료 중 박완서한 말씀만 하소서에서자식을 잃은 나의 고통에서 다른 사람은 위안을 얻는다강의 중 교수님은 이 부분을 설명하시며 남이 자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과의 비교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의 윤리적 문제에 생각해 보자는 말씀을 하셨다나는 이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며 나보다 더한 남의 고통과 비교해 위안을 얻는 것과는 반대로남의 고통에서 더한 아픔을 느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내 판단의 기준은 나보다 힘들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내가 힘들더라도 나보다 더 바쁜 사람도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더 노력하고 더 힘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다들 힘든데 나만 힘들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으로 비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내가 아닌 남에게 있어서더 힘든 것 같다겪고 있는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아픈 나를내가 더 옥죄지 말았으면 좋겠다아직은 힘들지만언젠가는 내가 나와 누군가의 아픔을 또 다른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힘들 때 내 아픔을 누군가의 아픔과 비교하며 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나의 아픔을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나의 아픔에 공감하고 싶다그저 힘듦을 이겨내는 방법을 잘 찾아낼 수 있었으면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비교보다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공감이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힘든 상황에 허덕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픈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그 자체로 소중한 우리들을 아껴주자.


이은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