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6 호 [기자석] 나의 아픔을 저울 위에 올려놓는 것
올해 들어 나는 정말 ‘고통받는 인간’이었던 것 같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들이 유독 많았고, 성격도 조금 변했다. 여러 일로 힘들었던 와중에, 우연히 듣게 된 ‘호모 엠파티쿠스(고통받는 인간)’이라는 교양수업을 통해 나에게서 힘듦의 원인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호모 엠파티쿠스(고통 받는 인간) 강의 수업 자료 중 박완서「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자식을 잃은 나의 고통에서 다른 사람은 위안을 얻는다. 강의 중 교수님은 이 부분을 설명하시며 남이 자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과의 비교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의 윤리적 문제에 생각해 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며 나보다 더한 남의 고통과 비교해 위안을 얻는 것과는 반대로, 남의 고통에서 더한 아픔을 느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내 판단의 기준은 나보다 힘들,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힘들더라도 나보다 더 바쁜 사람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더 노력하고 더 힘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다들 힘든데 나만 힘들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으로 비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내가 아닌 남에게 있어서, 더 힘든 것 같다. 겪고 있는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아픈 나를, 내가 더 옥죄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내가 나와 누군가의 아픔을 또 다른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힘들 때 내 아픔을 누군가의 아픔과 비교하며 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아픔을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 나의 아픔에 공감하고 싶다. 그저 힘듦을 이겨내는 방법을 잘 찾아낼 수 있었으면.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비교보다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공감이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힘든 상황에 허덕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픈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자체로 소중한 우리들을 아껴주자.
이은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