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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3 호 [사설]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의 회복탄력성

  • 작성일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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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115
김지현

  오늘날의 시대는 명실상부하게 디지털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나긴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 속에 있으면서도 지독한 봉쇄와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가상현실에 기반한 메타버스 기술을 발전시켰다든지 하는 일들은 이제 인류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신의 능력이라고 여겨졌던 생명체의 변형이나 가상세계의 창출 같은 영역에 인류가 접근하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인류를 호모 데우스라 칭했다. 


  이러한 현실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지능과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매뉴얼화된 작업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인간의 감정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 때문에 그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조만간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상당수의 사람이 직업을 갖지 못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미국의 704개 직업을 대상으로 컴퓨터의 대체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텔레마케터, 시계수리공, 스포츠 심판, 회계사, 택시기사, 프로그래머, 경제학자, 판사 등의 순으로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도의 전문직인 회계사나 프로그래머, 경제학자, 판사 직업의 소멸 가능성은 40% 이상이다. 반면 사람과 대면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교사, 사회복지사, 레크레이션 치료사 등은 소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의 특성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면,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어딘가에 취직하려는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직종 조차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면 도대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제시하는 미래 직업의 방향은 두 부류이다. 하나는 컴퓨터 기술과 관련된 미래 유망 직종을 권장하는 타입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필수적인 직업이나 모든 사람이 즐기며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관련 직업군을 권장하는 타입이다. 두 방향 모두 미래를 위해서는 필요한 방향이다.


  그렇다면 대학 생활에서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위에서 제시한 여러 직업군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전문지식이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전문지식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전문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적응력이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각 전공의 전문지식이라는 내용 자체보다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자들이 축적해 놓은 사고력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앞으로도 더 축적될 전문지식의 내용에 쉽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비단 한 분야의 전문적인 사고력에 그치지 않고 여러 전공들의 다양한 사고력을 습득해 스스로가 융합해서 자신만의 체계화된 지적 사고력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앞으로 변화될 미래사회가 단일 전공 지식만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융복합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손꼽히는 스마트팜 운영자, 신과학윤리학자, 나노의사, 멸종동물복원가, 시간 중개업자 등은 어느 한 분야의 전문지식으로만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미래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유발 하라리는 이를 회복 탄력성이라 불렀다.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상수라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변수들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