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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1 호 [사설] 새 학기를 맞으며

  • 작성일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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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830
김지현

  코로나가 아직 종식되지 못한 채 또 다른 새 학기를 시작한 다. 지난 2년간의 코비드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패러다 임을 생성해내고 변화시켰다. 2016년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 에서 등장했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다양한 담론 중에 가장 많 은 변화를 요구받았던 대학사회는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해 다 시 한 번 위기와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생 존을 위한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4차 산업혁명 담론과 함께 대학의 위기와 변화에 대한 사회 경제적인 요구는 각 대학이 교육과정 개편, 다양한 학사제도의 모색, 급변하는 테크놀로 지 환경구축 등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게 했다. 사상 유례없 는 급속한 기술발전을 따라가기 위해 대학교육 현장에서는 안 간힘을 쓰면서도 급속한 기술 변화가 우리 앞에 도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한 학기 만에 전체 교수자가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는 기적을 행하게 했다. 일반인들마저도 너무나 금방 언택트와 뉴노멀한 상황을 받아들였고, 우리의 교육현장은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코로나는 다양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과 함께 계절성 유행인 엔데믹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새학기 들어 많은 대학이 그동안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 대면수 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 다.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지난 2년간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변화 와 부작용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하는 것이 목전의 중요한 과 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사제관계, 교우관계는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력의 저하, 사회성 함 양능력의 저조, 네트워킹 능력의 결여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 로 지녀야 할 덕목을 갖추는데 심각한 저해 요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현실의 장에서 갈등하고 화합하고 문제를 찾 아가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현재 우리는 온라인 공간 안에서의 무례, 익명성의 뒤에서 갈등과 혐오를 내재하며 파국으로 치닫 는 인간관계가 더 심화되기 전에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각 대학이 코로나의 위험성이 상존하지만 어려움을 감 수하면서도 대면강의를 시작한 것은 그동안 누적되었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놓여 있는 시간은 이 전과는 너무나 다르다. 대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함 께 비대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의 가치를 다 경험했기 때 문이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과 소통하고 모든 것을 처리 할 수 있는 세상의 편리함을 다 경험한 세대가 아날로그적 가치를 위해 편리함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현 시점 에서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 하게 된다. 근대적인 대학교육의 도입과 함께 대부분의 대학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도제식 지식의 전수부터 기술발전에 대응 할 미래 사회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변신 을 꾀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하고 분화될수록, 기술이 발전 할수록 대학의 존재의미와 역할에 대한 질문은 집요하게 계속 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심각한 학령인구의 감소, 인간의 능 력이 더 이상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 이상 대학 은 이전의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대학교육의 소임을 다하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이후 대학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 위에 서있다. 너무나 급변한 세상이 그렇고 사유보다는 기술, 정의 보다는 이익,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 이해보다는 차별과 혐 오가 더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대학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근 원적인 질문 앞에서 학내구성원과 소통하면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