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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평론 심사평]

  • 작성일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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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839
송수연

정의진 교수 (프랑스어권지역학전공)


 올해 학술상 평론 부문에는 총 12편의 응모작이 투고되었다. 그 12편의 제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 평론 <블랙머니>’, ‘문화평론 <울트라맨 A>와 반(反)권선징악’, ‘괴물의 탄생, 그리고 자본-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읽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는 세상, 그의 영화’, ‘캐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 영화-코로나 19 시대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중점으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설명하는 외면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이제니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의미를 넘어서 리듬과 소리로’, ‘천재성과 그 대가에 관하여’, ‘조금 더 개운한 아침을 위해’,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역사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 이상 12편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론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시와 소설에 대한 평론도 각각 두 편이었으며, 주제와 문제의식 또한 다양하였다. 전체적으로는 현재의 한국 사회, 그리고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전개한 평론이 많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나 환경위기에 대한 평론들이 그러하며, 특히 페미니즘 및 성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룬 평론이 여러 편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개개인의 감수성과 가치관 및 삶의 태도, 서로 다른 자질과 특성 및 삶의 내력을 가진 개개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제기되는 인간관계의 문제, 이러한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사회적 윤리 기준 등에 대한 문제도 여러 편의 응모작이 직간접적으로 다룬 문제들이다. 한편 분석의 강조점에 있어서도 작품의 주제 의식에 집중한 경우와, 이를 풀어나가는 작품의 형식 및 방법론에 집중한 경우가 고루 있었다. 


 투고된 평론들이 모두 나름의 진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킨 수준 또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서 최종 수상작 3편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최종 당선작을 가려내야만 하는 심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심사는 악역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 기준의 핵심은 평론의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가이다. 평론은 학술적인 논문과 자유로운 에세이 사이에서, 필자의 주체적인 입장과 그 입장을 객관화하는 논리적 일관성이 모두 직접적으로 외면화되는 글쓰기이다. 또한 그 입장과 논리가 철저하게 평론 대상인 작품에 직접적으로 근거해야만 하는 글쓰기이다. 따라서 평론을 위하여 동원한 개념이나 이론을 작품분석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경우나, 역으로 필자의 주체적인 입장을 타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뒷받침하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일반적으로 평론적 글쓰기에서 피해야 할 주의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한 개념이나 이론 자체에 정확성과 명료성을 기하는 일도 평론에 필수적이며, 평론가의 주체적인 감수성과 입장을 불필요한 수사적 문장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맞춤법, 띄어쓰기, 비문 등의 문제는 말할 나위 없이 모든 글쓰기에서 최종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12편의 응모작을 재검토한 결과, 당선작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는 세상, 그의 영화>, 가작으로는 <역사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입선작으로는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가 각각 선정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는 세상, 그의 영화>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일본인들의 삶의 이면에 내재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를 과장 없이 찬찬히 직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세계를 잘 포착한 평론이다. <역사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은 구 소비에트 연방에 소속되어 있다가 독립한 조지아 공화국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사회문화적인 의미를,<소외된 자들에 대해서-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는 총기 난사 살인이라는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 사건을 통해서 성찰할 수 있는 사회적 소외와 인간관계의 문제를 잘 해명한 평론이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를, 아쉽게도 이번에는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지만 귀중한 글을 응모한 학생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