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부문 심사평]
올해는 총 10편의 글이 상명대 학술상 평론 부문에 투고되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글이 작품 분석에 있어서 기본적인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총 10편의 글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두드러지는 글 하나를 즉각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좀 더 구체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작품 분석의 적절성 및 분석 내용의 논리적 전개, 글의 전체적인 가독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에 따라 응모작들을 다시 분류하였다. 그 결과 선정된 3편의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당선작인 <법과 정의, 동일시의 환상에 대하여-콜리니 케이스>는, 법적 관점에서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인 파브리치오 콜리니와 피해자인 한스 마이어의 관계가, 나치 전범들에 대한 단죄라는 역사적 정의의 관점에서 정반대로 뒤집히는 역설적 경우, 즉 ‘콜리니 케이스’를 주제로 한 영화를 분석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정의의 관계가 내포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측면, 법치주의의 근본적인 윤리적 원칙, 법치주의를 강요하거나 맹신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 등의 문제를, 이 글은 설득력 있게 풀어나갔다. 다만 영화에 관련된 역사적, 법철학적, 윤리적 성찰이 매끄럽게 작품 분석에 녹아들지 못하고 다소 사변적이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가작인 <내 손에 칼을 쥐는 공포 : 게임 마우스워싱>은, 분석의 적절성 및 문장의 정확성과 논지 전개의 수준을 고려할 때, 마지막까지 최종 당선작 선정을 놓고 심사자를 망설이게 한 좋은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은 기본적인 약점 하나가 좀 두드러졌다. 이 글은 짧은 글 안에 여러 학자나 이론가를 간접 인용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일방적이다. 가령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 개념부터 그렇다. 이 개념은 근대 미학, 나아가 정치철학의 영역에서 가장 기본적인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인, 매우 복합적인 함의를 내포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버크의 숭고 개념이 이 글에서는 굳이 버크를 끌어들여야 할 이유가 없는 평범한 심리학적 개념처럼 인용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용은 오히려 논지의 설득력과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선작인 <우리는 왜 끊임없이 괴물을 재창조하는가 -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중심으로>는, 원작 소설과 뮤지컬을 비교 분석하면서 인간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는 흥미로운 글이다. 분석의 설득력과 깊이를 보여준 글이지만, 당선작이나 가작과 비교해 문장의 정확성, 논지 구성과 전개의 유려함 등은 다소 떨어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랑스어권지역학전공 정의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