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상

[시 부문 심사평]

  • 작성일 2024-11-2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269
김현지

  이번 공모에 많은 작품이 접수되어 학생들의 창작 의욕을 보여주었고, 모든 작품이 각기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 저마다의 시선으로 삶과 세계를 탐구해준 만큼 어느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어 숙고한 끝에 당선작, 가작, 입선을 선정하게 되었다. 


  먼저, 김대현의 「겨울 숲」 등 5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전반적으로 김대현의 작품들에서는 감각적이고 시적인 언어가 돋보였고 내면적 성찰의 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겨울 숲」에서 "찰나의 고요를 붙잡는 저 수부의 울음"은 자연의 소리가 화자의 내적 울림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다시 단단해지”기를 원하며 복원력을 찾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어 울림을 주었다. "밀림 속 상생의 식물"과 "가장이라는 중심을 세우기 위해/ 생의 어둠을 껴안고 사시는 아버지"를 연결하며 보여준 「라피도포라」의 독창적 비유, “잎들은 각자의 속도로 말라갑니다”(「만추」)라는 표현 등 세심한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 신뢰가 갔고, 앞으로의 문학적 성장을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이지훈의 「새의 길」 등 9편은 전반적으로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이들 간의 관계를 성찰한다. '기억', '흔적', '소리'와 같은 추상적 개념들이 시적 이미지와 결합 되는 「일상」은 계절의 변화와 일상 속에서6 느껴지는 멈춤과 고요함을 탐구하고 있다. 시적인 깊이를 가진 비유와 성찰적 시선이 돋보여서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정민의 「하짓날」 등 5편은 내밀한 사유의 힘이 드러나 있어 입선으로 선정했다. 해가 지지 않는 ‘하짓날’의 설정은 한편으로는 희망과 기대로, 다른 한편으로 소진됨과 쓸쓸함의 이중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나는 그 어떤 무엇이 아름다워서 계속, 차곡차곡 웃는가"라는 구절에서처럼 희망을 품고 웃음을 이어가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자기만의 의미를 담은 구체적인 언어와 사색적 태도가 시적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순위에 들지 못한 다른 학생들도 각기 매력적인 아이디어와 개성 있는 표현을 보여주었으나, 선정되지 않은 작품들은 그 주제가 단순하거나 표현방식이 개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시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그로부터 독자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정서와 고뇌의 깊이. 자기만의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작품이라 해도,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며 자신만의 언어를 더 확고하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시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모든 참가자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언어문화전공 김지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