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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소설 부문 심사평]

  • 작성일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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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182
김현지

  총 아홉 편의 소설을 읽었다. 작품 수준에 편차가 커서 세 편을 고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세 편의 순서를 정하는 데는 긴 시간을 들였다. 스타일이 달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었다. 제재의 차이는 일단 무시하고 빈틈이 적은 서사,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꼼꼼한 문장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게 해서 1등 「지렁이와 마법의 흙」, 2등 「수염, 그녀」, 3등 「이원소」를 뽑았다. 


  「지렁이와 마법의 흙」의 작가는 땅 밖으로 나온 지렁이의 모험이라는 단순한 모티프에서 출발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마법의 흙을 찾으러 떠난 지렁이의 모험 과정과 내면 갈등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짧은 생을 실체 없는 꿈에 허비하다 결국엔 허무하게 죽게 될 거야”라는 죽은 지렁이의 목소리를 반복한 것도 좋았다. 결말이 조금 아쉽지만 「지렁이와 마법의 흙」은 현재로도 충분히 좋은 소설이다. 󰡔수염, 그녀󰡕는 제재에 대한 선호를 떠나 흥미롭게 읽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롭다. 장황한 설명이나 묘사 없이 깔끔하게 전개되는 서사도 좋았다. 「이원소」는 소년소설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이야기가 될 만한 상황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전반에 잔잔하게 진행되던 서사가 후반에 갑자기 빨라진 듯해 아쉬웠다. 


  세 예비 작가 모두 입선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란다. 



한국언어문화전공 김한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