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SPECIAL

제 3 호 지하철 사이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 작성일 2022-09-08
  • 좋아요 Like 4
  • 조회수 11418
정지은

지하철 사이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202210316@sangmyung.kr 수습기자 정지은


언젠가 한 번쯤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불편함을 겪는 그들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작년 12월 출근 시간대, 5호선 왕십리역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어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며 시작된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이다. 이는 2022년 현재까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시간대에 지하철 2호선, 4호선은 물론 다른 수도권 노선에서도 열차를 반복적으로 타고 내리며 열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일에 한 번, 지하철 승차를 지연시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을뿐더러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의견의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가 비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여 본인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이기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한편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표면적인 것만 보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남의 일이라며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001년 한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추락하여 한 명은 중상을 입고, 한 명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시위는 초반에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찾아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으나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18년간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총 17번 발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장연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21년째 자신들의 불편함을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그들은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직접 보여주며 기본적인 이동권 획득과 예산 보장을 위해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는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들은 불편을 야기하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하였다. 시민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맞지만 전장연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불편을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실제로 전장연은 기획재정부 건물 앞에서 87일간 시위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지하철 시위와 비교했을 때 그들을 향한 관심은 현저히 적었다. 그들의 선택은 어쩌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지하철을 점거하는 행위가 합법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과 사회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조금 더 미리 관심을 가졌다면 그들의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지하철 시위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주제로 대학생들 대상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장애인 시위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학생 중 59.5%가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40.5%는 불편함을 겪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장애인 시위 원인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에는 75.7%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13.5%는 모른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지하철 시위로 불편함을 겪은 대학생들은 과반수이었고 시위 원인을 알고 있는 대학생들은 그보다 더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문제와 이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무관심을 지하철 시위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약자의 주장은 소음 없이 주목받지 못합니다. 지하철 시위 또한 언론과 시민의 관심을 얻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제대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후의 수단과도 같은 시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시위 방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대학생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선택지가 시위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20년 전부터 꾸준히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호소해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시위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비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시위 방식이 이해는 가지만 이유 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이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옳다, 옳지 않다고 나누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 결론적으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았기에 옳지 않다고 결정하였습니다. ··· 그만큼 답답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였을까라는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시위하게 된 상황은 이해하나, 너무나 많은 비장애인이 피해를 받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가


전장연은 시위와 관련하여 시민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함을 전한다.”라는 말과 함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기재부가 비용의 문제로 장애인 삶을 짓밟아왔던 사회적 배제와 격리와 감금에 의한 차별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정말 정부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까. 정부는 지속된 시위로 인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첫 번째 정책은 새로 들여오는 버스는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상버스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에 저상버스 보급률 수치는 전국에 28.4%이고 2022년 이를 늘리겠다고 한 바가 있다. 두 번째 정책은 장애인 콜택시 지원 제도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승합차 또는 바우처 택시를 운행하여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겠다는 서비스이다. 이 제도는 2006년부터 운행을 개시하여 운영 중인데 이를 더 활성화하고 콜택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등장에도 시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앞서 통과된 법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상버스 제도가 도입됐다 하더라도 일부 신형 차종을 제외하고는 발판이 내려오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며 발판의 고장도 잦은 편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리는 버스회사의 책임이라 하지만 고장에 따른 불편은 오롯이 장애인의 몫이 되는 것이다. 또한, 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된 차나 높은 인도 턱과 같은 장애물이 있으면 경사판을 내리는 자리가 애매해 휠체어 이용이 불편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저상버스의 휠체어 레일 리프트는 자동으로 작동하며 레일이 땅에 닿기까지 20초가 소요된다. 휠체어석에는 승객석이 펼쳐져 있어 기사가 승객석을 접고 안전장치를 고정해야 휠체어를 놓고 탈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버스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심지어 장애인 콜택시는 대기시간만 1시간일 뿐만 아니라 도의 시군, 광역·특별시 단위마다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비교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외치는 움직임을 무조건 비판하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장애인 혐오그들이 비판받는 것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저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하였을까라는 사회적인 여론보다는 혐오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설문조사 중에 있던 내용 중에 있던 한 의견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온라인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온라인에서는 사회적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무리가 암묵적으로 만들어져 서로 혐오하고 비방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 구도까지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가 장애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감정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사회적인 반응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로 인해 많은 시민이 불편함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더라도 이것이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불편해하는 시민들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사회는 그동안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시간과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를 위해 한 노력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그들의 판단이겠지만 이번 시위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유연한 방식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지하철에서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의 생존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감히 그들의 생각을 단정 짓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신들의 삶을 자책하고 돌아봤을 그 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비장애인에게는 그저 편리함을 위한 일상의 한 부분 일진 모르겠지만, 장애인에게는 편리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곳임에도 불편함을 겪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다른 누군가는 그러한 현대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편함과 함께 느리게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서로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그 누구라도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러한 사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누군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존재하는 세상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인천교통공사(2020),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편의를, 인천교통공사 블로그, 2020.07.07.,

<https://blog.naver.com/iammetro/222023504813>

betterdaegu(2020), 함께 바라보는 세상: 체험과 공감]저상버스의 불편한 진실, 대구광역시 장애공감 서포터즈 블로그, 2020.10.23.,

<https://blog.naver.com/betterdaegu/222123999241>

이상현(2022), 전장연 지하철 4호선서 출근길 시위 예고...“시민께 죄송”, 매일경제, 2022.07.04.,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986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