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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2 호 코로나와 세계분쟁

  • 작성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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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혁

편집장 임지혁 201710846@sangmyung.kr



‘코로나는 모든 것을 가속화시켰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 말은 지금으로서 옳은 말이다. 지난 2008년의 경제위기 이후로 침체되어 있던 주식 시장은 이제 대 호황을 이루고 있고, 코로나 이전에는 가끔씩 보이던 쿠팡 배송 차량도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언텍트 생활을 추구한 결과 전체적인 경기는 가시적으로 회복되었고, 언텍트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로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주가 지수를 상징하는 다우 존스 지수는 2021년 05월 기준, 펜데믹 이전인 2020년 01월 수치 대비 약 80% 성장하였고, 마찬가지로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25% 증가했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신 그것을 매개로 경제적으로 세계는 2008년의 체계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나마의 희소식이다. 그러나 과연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그 시점에 앞으로도 희소식만 들려올까? 가속화된 것이 긍정적인 것 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들은 코로나 이전에 어떤 큰 문제가 있었는지, 전 세계의 눈이 무엇에 집중되었는지 기억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4년의 크림 반도 사태와 최근 몇 년간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에 대해서 회상해보도록 하자. 2013년경, 우크라이나에서는 친 러시아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반발해 친 서방 정책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유로마이단’ 사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친 서방 성향의 정권이 집권하였으나,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한 동부에서는 이에 크게 반발하였다. 급기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 반도에 병력을 파견하여 실효지배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4년 3월 경 크림 반도는 러시아에 병합되었다.

이제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남중국해 일대는 물류량이 많고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 일대의 섬과 암초에 대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곳의 암초들을 인공섬으로 조성하여 군사 시설을 설치해,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 상으로 자유롭지 못하며, 특히 2016년 국제 사법 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에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해양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사건 당시의 서방의 대응은 한마디로 미적지근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의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대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구속력이 없다(nonbinding)’며 실천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이 있었을 뿐, 실제적인 군사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중국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방은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남중국해 공해 상으로 군함을 파견하곤 했으나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는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위와 관련된 놀라운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서방권에서 처분을 미룬 두 가지 사건은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을 이렇게 힘들게, 간절하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이미 (공식 발병인 2019년 12월 이전인) 11월에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으며,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된 천산갑 등 야생 동물에 의해 전염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 가운데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되었다는 것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긴 코로나 팬데믹의 책임은 초기 유출 방지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 정부에게 온전히 돌아갈 것이다. 초기에 이러한 주장은 일부 미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 후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뒤이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바이든 정부 마저도 이러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크림반도에서의 대립은 보다도 격렬하다. 지난 6월, 영국의 구축함 HMS Defender는 크림반도 부근의 해역을 통과하던 중 러시아의 군함, 전투기와 긴장상태 속에서 대치했다. 당시 러시아의 전투기는 폭탄을 투하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영국의 구축함은 전투 배치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혹여나 러시아가, 혹은 영국이 실수로라도 공격을 개시했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건 얼마 뒤인 7월, 서방권은 북해 일대에서 해군 합동 훈련을 벌였다. 그 후 반년 뒤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디펜더함 사건 당시 ‘3차대전’을 언급한 바가 있다. 이러한 대립의 결과로 세계대전이 일어날까?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그 누구도 세계대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것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지 싶다. 다만 명확한 것은 우리나라 한국이 저 두 사건과 간접적으로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두 개의 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중국, 러시아와는 사실상 국경을 맞닿고 있으면서 경제적, 군사적 접촉을 이어가는 반면 미국과는 한미동맹의 혈맹으로 이어져 있으면서 다방면적인 우호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다는 점이나 경제 성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동시에 한반도가 양 축이 대립하는 마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과거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띈 한국전쟁을 경험한 국가이기에 이러한 위협은 더더욱 현실적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 문재인 정권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임에도 남북 통신망 복구, 정상회담 논의 등 남북 평화를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는 점은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긴장상태의 불안요소를 비록 완화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억제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었고,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는 그 양상이 현실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무사할 지는 이 기사를 적는 시점에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긴장이 있었다고, 인류애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이상향은 없었다고, 그렇게 기록해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