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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2 호 코로나19 시대가 지방자치에 대해 묻다

  • 작성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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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현

정기자 장아현 ahyeon_1230@naver.com



우리나라는 1991년에 지방의회를 구성하였으며, 그의 4년 후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의 형태를 갖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3할 자치,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사무는 실질적으로 높은 자율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의 자치 의식 또한 미흡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불편을 야기했으며, 일상을 바꾸었고, 다양한 질문까지 던졌다. ‘자치분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이유는 코로나 시대에 처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크게 대두됨에 따라, 한국 자치분권의 현주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위의 질문은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되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는 아직도 세계 각국이 보안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코로나19 시대 속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하였던 사태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감염병 대응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대되었다. 타지역으로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하여,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권한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당시에는 정작 지방자치 단체에 부여된 권한은 미미하였다. 더불어 지역 간 확진자의 이동 동선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기에, 초기 확진자 명단 발표에 큰 혼란을 겪었다. 작년 2월 2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방역 실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이후 지방자치 단체 단위에서부터 각종 대응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재난지원금 지급, 착한 임대료 운동 등이 그의 사례이다. 특히 작년 2월 26일부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사 시스템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시간 절약과 방역 측면에서 효과성을 보였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과정을 통해, 선제 대응과 지역적 재난관리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적 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는 각 정부 주체 간 활발한 정보 교류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관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적 대응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해외의 코로나19 대응 과정 속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충돌이다. 물론 이상적인 분권 체제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산출물이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응 조치도 마찬가지로 많은 국가가 정부 간 갈등을 겪었다. 중앙정부가 일정한 통제를 가하거나, 반대로 제한을 해제하는 것에 지방정부의 반발이 존재한다. 해외의 정부 간 갈등을 통하여, 코로나19 대응 속에 자리한 자치분권의 갈등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0월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은 잉글랜드 전역에 코로나19 단계별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것은 지역별 감염률에 따라 상이한 제한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단계별 시스템에 따라 맨체스터는 마지막 단계인 ‘매우 높음’에 해당함에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거부하였다. ‘매우 높음’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은 타지역으로 이동 자제 명령이 내려지고 술집, 음식점, 카페 등의 가게는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며, 또한 다른 가구 구성원과는 실내나 사유 정원에서의 만남이 불가하다. 맨체스터의 앤디 번햄 시장은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해당 계획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더불어 작년 9월 30일 스페인 중앙정부는 수도 마드리드 지역에 봉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지방정부는 이동 제한을 가하는 봉쇄조치는 과도한 대응이라며 반발하였다. 마드리드 주는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준을 거부했다. 결국 중앙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방역 조치를 시행하였다.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야기된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또한 중앙정부의 제한에 베를린 법원이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결하며 갈등이 일었다. 독일은 중앙정부가 코로나 통제 강화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자 베를린 외에도 많은 주가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와 반대의 양상을 보인 갈등도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에 반발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더욱 높은 방역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런던의 시장 사디크 아만 칸은 중앙정부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강력한 규정을 요구하였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견의 간극을 살피고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각 지방정부마다 요구사항이 다를뿐더러, 중앙정부 대응 체제와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은 지방자치제가 도입한 이래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정부 간의 갈등은 지방자치제의 숙명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계속하여 갈등 내부에서 분권 체제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32년 만의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개정


2020년 12월 9일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속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었다. 그리고 작년 6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다시 21대 국회로 제출되었다. 그 후 작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며 본회의에서까지 의결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특례시’ 설치이다. 100만 인구 이상의 대도시나, 기준에 맞는 시·군·구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된다. 특례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며 광역시급의 권한을 확보한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이다. 또한 광역의회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에까지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전문인력은 국회의원 보좌관의 성격을 지니며, 지방의회 차원에서 인사권을 통해 임용함으로써 의회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기존에 없던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해두었고, 주민 청구가 가능한 연령을 만 19세 이상 주민에서 만 18세 이상 주민으로 하향 조정시켰다. ‘주민조례 발안제’의 도입을 통하여 지방의회에 주민이 직접 조례안을 제정 및 개·폐 청구가 가능하게 하였다. 이렇게 지방자치제 주체로서 주민들의 권리 및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법률안 또한 개정되었다. 따라서 지방단위의 정책 결정 및 집행의 과정에 있어 주민의 참여권을 더욱 보장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지역의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우선 배분되는 법안이 추가되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업무 배분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이외에도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지방의회의원의 겸직 신고 공개, 지자체 관할구역 경계변경 절차 등이 개정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하여 행정 운영의 민주성, 효율성 등을 제고시키고자 하였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라는 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전부개정 후에도 지방자치법에는 많은 논의의 쟁점이 존재한다. 자치입법권과 재정 분권 미포함의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릴 뿐더러, 전문인력이 지방의원의 비서의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서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틀을 변화시키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의 개정법률안 도입 자체에 대한 논의도 존재한다. 



코로나19와 지방자치


코로나19 시대 속 진행된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방자치 차원의 코로나 대응 과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중앙정부로부터 하향식으로 조달되는 대응 방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지역적 특성에 기반하여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안을 착수하였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주도적으로 다양한 방역 대책안을 내세웠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도입 전, 작년 10월 지방4대협의체와 자치분권위원회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 등 자치분권”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주장에 대하여는 응답자의 70.2%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응답자의 80.1%는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했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하여 코로나19 방역 및 대응 과정에서 행정주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대두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은 나아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지역발전, 주민복지, 더 크게는 우리 사회 속 공동문제 해결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찰하고 시도해야 한다. 결국, 코로나19 시대는 우리에게 ‘지방자치’의 의의와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