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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3 호 Burnout Syndrome (燒盡)

  • 작성일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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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839
송지민

Burnout Syndrome (燒盡)


202110353@sangmyung.kr 정기자 송지민


“ …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좋아하는 것들에는 뭐가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잘하냐 물었을 때,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고 해도 떠올려낼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것이 있긴 한 걸까?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 맛있는 음식과 쉬는 것이라 대답하기에는 내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니, 오히려 개성도 없고 재미없는 건조한 사람 같달 까나. 그렇게 보이긴 싫은데...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문득,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항상 나눠주던 설문지가 생각난다. 나의 취미, 나의 특기, 나의 장래 희망 등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이 적힌 설문지 말이다. 그때에는 망설임 없이 적어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에게 그 설문지를 다시 준다면 나는 그때처럼 써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10년은 더 살아,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었는데도 말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모든 것들이 딱히 신나지 않고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며, '그 특별하지 않은 것이 결국 나 자신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내려 걸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였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 목적 없이 걷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걷다가 교보문고 간판이 눈에 띄었다. 평소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책을 읽지 않고 있었기에 '이참에 책이나 읽어볼까?'라는 생각으로 교보문고에 들어섰다. 계단을 내려가 교보문고 입구로 들어가니 매우 많은 책이 있었고, 그러한 책들 사이에는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그 많은 책 가운데에는 '베스트 셀러' 책들이 진열된 곳이 있었다. 그 '베스트 셀러' 목록에 진열된 책들을 보고 있자니, 모두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등등... 마치 그곳에 있는 모든 책이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너는 있는 그대로도 멋진 사람이야!',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살짝은 진부하게도 느껴지면서, '왜 이런 비슷한 내용을 말하는 책들이 이렇게나 많이 베스트 셀러를 차지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인건가? 모두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건가? 이런저런 궁금증들이 생겼다.


'번 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하다. '번 아웃', 1974년 정신과 의사 허버트 프로이덴버거에 의해 과로의 결과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 붕괴를 겪는 환자들에게 처음으로 진단되었다. '번 아웃'은 탈진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 탈진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는 걸 의미한다. 반면 '번 아웃'은 그 지점에서 며칠 동안, 몇 주 동안, 또는 몇 년 동안 더 나아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는 앤 헬린 피터슨의 책 '요즘 애들'에 나오는 '번 아웃'에 대한 정의이다. 대충 어떤 것인지 감은 오지만,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번 아웃 증후군' 증상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여러 개의 자가 진단 테스트들이 있었고, 훑어보니 대부분 나와 들어맞는 것 같았다. '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붙어 뭔가 대단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 별거 없어 보였다. 모두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문항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번 아웃 증후군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청년 번 아웃’, ‘20대 번 아웃과 같은 키워드들을 검색해가며 찾아본 결과, 동아일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령별 통계를 찾을 수 있었다. 통계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그림  한국인 얼마나 번 아웃(탈진)’ 됐나

출처 김재희(2017), 희망 잃어버린 20가장 지친 탈진 세대’, 동아일보, 2017.04.03.

그림 20대의 번 아웃 원인 및 해결 방식

출처 김재희(2017), 초중고부터 경쟁의 무한궤도 달리다… 지쳐 쓰러지는 20동아일보, 2017.04.03.




20~30대가 가장 많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모든 연령대가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에너지 저하를 느끼며 몇몇은 탈진 증후군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유를 찾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청소년도, 대학생도, 취업준비생도, 직장인들도 그리고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고충과 내면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이 왜 번 아웃 증후군을 겪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래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번째 통계, <번아웃이 됐을 때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20대의 번 아웃해결방식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하는 건 음주, 수면, 폭식 등 본능적 욕구 해결. 좋지 않아 보인다. 그 당시의 무료함은 잠시 없앨 수 있겠지만 지속해서 보았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그 외에 친구, 연인 등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행, 휴학, 휴직 등 장기간의 재충전 기간은 언뜻 보기에 건강한 방식 같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서 힘듦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도 없기에 적용할 수 없는 해결방안이다. 휴직 또한 경제적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므로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결정을 쉽게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취미 활동, 텍스트만 보면 간단해 보인다. 취미 활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고,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또한 밖에서도 할 수 있고,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다. 가장 건강하고 나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 같아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취미를 찾는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나부터도 내 취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미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고 한다. 나는 위 정의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구가 가장 와 닿았다. 누군가 취미가 무엇이냐 물으면, 마치 내가 잘하는 것을 취미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취미 활동을 시작하려 해도, 내가 잘하지 못할 것만 같아서 포기하는 것들이 많았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하찮고 귀여운 것들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캐릭터 스탬프나 마스킹 테이프, 놀이동산에서 파는 조그만 반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밤새 몰아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공간에서 편안한 자세로 밤새도록. , 비 오는 날에 창문을 열어 빗소리를 들으며, 마루에서 얇은 이불 하나 덮고는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적고 나니까 확실히 멋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취미라고 할 수 있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저러한 것들을 할 때 즐기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별생각 없이 무던하고 잔잔하게 지내던 내가 의욕이 생기고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많은 것이고, 또 나와는 다르게 자신이 잘하는 전문적인 일들을 할 때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그것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보자.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마음이 편해지는지 생각해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취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 지치고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계속해서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기에, 그러한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신은 바꿀 수 있다. 더 심한 무력감으로 더 깊은 우울로 빠져들기 전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며 그것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보려고 하자. 단번에 무력감과 우울함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지쳐가는 시간 틈 사이사이에 우리가 좋아하는 시간을 차곡차곡 넣어보면, 전과는 다른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김재희(2017), 희망 잃어버린 20, 가장 지친 탈진 세대’, 동아일보, 2017.04.0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70403/83654657/1>

김재희(2017), 초중고부터 경쟁의 무한궤도 달리다… 지쳐 쓰러지는 20, 동아일보, 2017.04.03.,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70403/83654822/1>

정예은(2018), 달리다 멈춰도 괜찮아,청년 번아웃, 덕성여대 신문, 2018.11.26.,

<http://www.dspress.org/news/articleView.html?idxno=1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