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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1 호 [자하교지의 역사-1990년대] 우리에서, 나 그리고 너로

  • 작성일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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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혁

이강현 명예기자



1.1990년대 자하와의 첫만남


그동안 '90년대'라고 하면 나와 내 또래 선후배들이 태어나던 시기이니 가까운 과거이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래서 90년대 대학생들도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90년대의 선배들은 오늘날의 대학생들과 다른 점이 정말 많았다. 오히려 90년대의 교지들을 읽다보니 우리의 문화나 가치관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었다.



2.1990년대 자하의 흐름


91년부터 93년(24호~27호)까지는 여전히 앞선 80년대 세대의 화두인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단결하여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했다. 94년부터 96년(28호~30호)에는 우리가 들어본 'X세대'로 세대가 교체되며 혼란스러워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 교지는 점차 단결과 투쟁보다는 개인의 권리, 다양성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시대 이행을 보이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또 세계화를 위해 나아가려는 모습들이 교지에 실려 있다. 97년부터 98년(31호~32호)에는 정보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때문에 정보, 컴퓨터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 실업 문제나 대학 구조 조정 등의 일들이 대두된다. 99년부터 00년대(33호~34호)에는 다양성은 물론이고 비주류문화,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 등 세상의 사각지대까지 구석구석까지 시선이 닿는다. 목차 또한 다양성을 담으려는 듯 주제별로 나눠놓는 획기적인 구성을 이룬다.



3.24 호 -27 호 (1991년 -1993년)


이시기 교지의 모든 도입은 '시 (詩)'로 시작된다. 특히 박진관 시인의 <안개시대> 나 문병란 시인의 <최루탄 반가>, 정태춘 시인의 <아, 大韓民國>과 같이 현실을 비판 고발하고 민주화를위한 염원과 의지가 담긴 시들이 주를 이룬다. 이 시기의 교지는 목차들 중 공통적으로 '이구동성'과 '말 소리 함성 ', 또 '이론과 실천 '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구동성 '은 주로 사회적인 이슈나 기자들의 개인 체험 기사 위주로 쓰였단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이론과 실천'은 당대 정권에 관한 기사들로, 또 '말 소리 함성'은 대학과 관련된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 매 부 만화 코너가 존재하고 문화평 등의 예술 논평이 실려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91년도 24호 자하의 '이구 동성'에는 지방 의회 선거, 언론의 기능, 선생님의 꿈, 각기 각층에 존재하는 '껍데기'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었다. 또 '말 소리 함성'에는 학원 민주화 투쟁과 사립 학교 법, 학생회 등에 관한 기사들이 있었고 이론과 실천에는 사회 성격론과 변혁 운동, 통일 문제, 토지 문제 동 다양한 시사 문제에 관한 논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지의 재정비를 위해 91년 다음 해 인 92년도에는 교지 발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93년에는 특이하게도 3 권의 교지가 발행된다. 92 년도를 회고하며 그때의 이야기를 담은 93년 25호와 93년 중반기의 내용을 담은 26호(여름호), 또 93년도 하반기의 내용을 담은 27호(겨울호)로 그 구성을 이룬다. 25 호에는 '이론과 실천'이 가장 먼저 목차를 이루고 있고 그 내용으로는 '92 년 대통령 선거와 진보 운동의 미래 '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때의'이구동성 '코너는 기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룬 개인 기사가 주를 이룬다. 또 '말 소리 함성'에서는 과학생회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등록금 문제도 대두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있다. 93년 여름호인 26호는 김영삼 정권으로 정권이 바뀌며 무엇이 달라 졌는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주는'무엇이 달라 졌는가 '코너로 시작된다.이시기 교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실었다는 것인데 특히 만화 '여성 이야기 주머니'는 오늘날 교지에 실어도 무방할만큼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또 이구동성에는 '신세대 연애관'과 '성문화'에 관한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93년 겨울호 인 27호에서는 '편집실 기획'이라는 코너가 새로 생긴 점이 특징적이었다.



4.28호 -30호 (1994년 -1996년)


94년부터 96년의 교지에는 이전과는 다른 이름 인 X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혼란과 과도기적인 모습들이 담겨있다. 이전 세대인 386세대엔 주로 개인의 자유와 안정보다는 민주화를 향한 단결의 모습들이 더 강조되어왔다면 X세대엔 그 초점이 개인에게로 돌아 간다. 28호 교지에는 이와 같은 변화를 비판적으로보고 성찰하는 내용의 만화가 실려 있기도하다. 28, 29 호 권두시가 각각 김남주의 <자유>, 전 무용의 <강의실에서>와 같이 스러져가는 개인의 의지를 비판하는 시라는 점으로 보아 그 시대상의 변화에 비판하며 성찰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29 호 교지에서의 이론과 실천 코너의 '세계화', '세계화의 현장', 그리고 자하 논단 코너의'쓰레기 종량제', '환경 운동 단체의 정치성 '등을 통해 세계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9호 교지엔 이전에 한국 문화 중심이었던 문화에서 벗어나 '일본문화', '애니메이션', '문화 탐방'등의 코너를 넣어 세계화로의 움직임을 증명했다. 96년도는 여러모로 자하에게 뜻 깊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우선 '상명여대'에서 남녀 공학 '상명대'로 변화 한 것의 영향력도 있었고 교지도 30 주년을 맞아 그 역사를 싣고 이전 두 해의 교지와는 다르게 빳빳한 컬러 사진을 대량 삽입한 모습을 보인다. (그 영향 때문인지 타 교지에 비해 그 두께가 현저히 줄었다.) 내용적인 측면도 '교육 개혁 !!!'이라든가 '서울대 동성애자 모임 탐방',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혁이다 ~ 신촌 공간의 정체성 모색'등과 같이 파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96년도에는 또 이전에 전적으로 싣다시피했던 만화 코너가 사라지기도한다. 



5.31호-32호 (1997년 -1998년)


97 ,98년 교지엔 정보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실제로 교지뿐 만 아니라 국내적인 분위기도 그랬다. 우리 학교 96 학번인 연상호 감독의 말에 따르면 군대 갔다 온 2 년 사이에 갑자기 컴퓨터가 상용화 돼서 놀랐다는 증언이 있다.) 인터넷의 사용이 일상화되기 시작하고 이전에는 소수만 가지고 있던 컴퓨터 역시 상용화되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 31 호 교지엔 아예 '정보 시대-정보 속으로 끼어 들기'라는 코너가 만들어져 그 변화를 입증한다. 이전에 '이론과 실천'의 주된 내용들은'학술 기획'과 '시대 읽기 '로 나뉘어져 전자에는 논문들이 후자에는 당대 정치를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이때 눈에 띄는 점은 'TV 토론'이 등장한 것인데 이를 통해 점점 TV와 컴퓨터의 시대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혼돈의 시기여서일까(?) 31호 교지의 구성도 혼란하기 그지 없다. 무려 큰 목차 만 13 개로 나뉘고 각 목차마다 두 개의 이름이있다. 예를 들면 '문화 기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반대편에 '<코드명! 상상력을 잠재워라>의 또 다른 이름이 붙는 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목차 아래에는 하위 항목들이 대략 2-3 개 씩 존재해 혼란함을 더한다. 또 '색인'을 넣어 보는 등의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 권두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펴내는 글로 시작되는 것도 혁명적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꽹가리 치는 잘 생긴 학생의 표지가 인상 깊은 32호 교지는 오늘날의 자하 교지와 가장 비슷한 목차 구성을 보인다. 전체 기획 등의 기획 구성이나 여러 분야의 사회 기사를 작성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구성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집글로는 '이 땅의 예비 실업자에게 고함', '여성 실업의 주류에 역행한다.' 등 실업, 특히 여성 실업에 중점을 두고 주목하는 모습을 보인다. 32호 교지에는 또 사라졌던 권두시도 다시 등장하게된다.



6.33호 -34호 (1999년 -2000년)


그러나 다시 99년과 00년도엔 목차가 주제별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별로 분류하는 목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을 이룬다. 예를들면 교육에 관한 이슈들을 다루던 '말 소리 함성'과 같은 코너가 '거꾸로가는 교육! 방향키를 잡아라!'(99년 교지) 라든지 '상명이라는 이름으로'(00년도 교지)와 같이 주제에 맞는 이름으로 바뀌게된다. 99년도는 아직 가상 공간, 사이버 등의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다원적 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NGO 단체에 관한 글들을 다수 싣는 등 다양성 존중의 시작을 보인다. 00년도에는 다양해진 목차만큼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시대의 이카루스 비 주 류'와 같이 아예 비주류에 관한 특집 주제가 있고 참여 민주주의라든지 비정규직, 에코 페미니즘 등 그 동안 많이 주목받지 못한 주제들을 싣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앞선 90년대 중반의 '나 ' 즉 개인의 권리에서 나아가 다양한 '너 '들을 존중할 수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7.1990년대 자하를 만난 소감


확실히 교내와 교외의 소식을 두루 전하는 교지의 특성 덕분인지, 90년대로 돌아가 우리학교와 우리나라의 10년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90년대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격동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90년대 초기엔 단결하여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려는 열망을 보였다면 중후반엔 개인에게 집중하는 모습들을 더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에는 개인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타인 개개인, 즉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단결을 중시하던 '우리'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나'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했고 후에 다양한 '너'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교지가 없었다면 영원히 잊힐 수도 있었던 그 수많은 열기와 함성들이 우리 선배들이 꾹꾹 눌러쓴 소중한 기록 덕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벅찬 감동을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 '웹진'이란 형태로 그 겉모습이 바뀌긴 하겠지만 후에 이십년, 삼십년 뒤 후배들이 우리들의 글로 오늘날의 모습을 기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