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5
- 작성자 이지영 (1995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3122
우선 교육학과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4년의 대학 생활이 제 인생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생각하고, 졸업 후 2년간 조교로 근무했기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어 교육학과 4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과 원고를 부탁하시는 선배님의 전화가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제 능력치는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면 도울게요, 선배님!’을 외쳤다지요. 타고난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살아갈수록 애정을 표현하는 말이 더욱 짧아지고 단순해져서 간단히 과거 재학시절과 현재 고민하는 점을 나눠볼까 합니다.
1995
교육학과는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습니다. 원하던 학교, 학과가 아니라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에서 입학했고, 고등학교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다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일 처음 맞닥트린 난관은 수강 신청이더군요. 매번 짜인 시간표에 맞춰 생활만 해봤지 내가 들을 강의와 시간을 정하는 게 무척 어색했어요. 한두 달 학교에 적응하고 나서는 다양한 배경의 많은 사람을 만남을 통해 경험합니다. 여대 특성상 전국의 대학교에서 미팅 신청하는 우편물 교육학과 우편함으로 날아들었고 과대는 쉬는 시간에 편지를 읽으며 미팅참석자를 뽑았습니다. 참고로 이메일은 4학년 때 처음 만들었어요. 즉, 이메일이 아닌 고전적인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말이죠. 지금 생각하니 꽤 낭만적이었네요. 학과 공부는 큰 흥미는 못 느꼈습니다. 개론 위주이기도 했고 예전 책은 쉽고 편한 한글을 놔두고 그리 한자를 많이 사용했는지 한자 찾느라 내용이해는 뒷전이었습니다.
1996
분명 여대로 입학했는데 남녀공학이 되어 남자 후배가 입학합니다. 여중, 고를 나와 여대까지 남자 구경을 못 하고 생활하다 학교생활이 갑자기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조용하던 캠퍼스가 남학생들로 시끌벅적해지고, 구성원이 달라지니 행사도 다채로워져 이는 기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문화부 학회 활동으로 동기와 후배들과 몇 달을 부대끼며 대본 읽기, 소책자 제작, 후원금 모금을 하고 마지막 공연 후 세트를 부수고 정리하는 경험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1997
교육학에 재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에 교육이라는 글자만 붙어 철학, 심리학, 철학, 행정, 평가, 통계,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고 분야마다 주된 관심사가 달라 내게 맞거나 맞지 않는 분야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많은 동기가 졸업 후의 진로를 결정해서 실행하는 시기였어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끼리 공부 모임이 운영 중이었고,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유학을 고려하고, 일반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말 IMF 외환위기가 닥쳤고 학비 문제로 휴학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사유 없는 휴학을 부정적으로 보던 사회의 시각이 IMF 이후에는 도리어 대학 시절 휴학 없이 졸업한다는 게 별다른 경험 없이 전공 공부만 한 거로 바뀌었습니다.
1998
재학시절 내내 과외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겨난 ‘교육’에 대한 자신감이 교생실습을 갔다 와서 겸손함이 되었습니다. 교무실에서 느껴지는 경직된 교직 사회, 수업 외 상당한 서류작업과 학생 생활 상담 등 교생실습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업보다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 학생들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임용에 합격한 들 실습에서 경험한 여러 돌발상황과 문제들을 교사가 되어 실제 수업 현장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없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수업 시 눈을 반짝이며 저의 시선을 따라오던 아이들의 눈망울과 웃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교사가 되길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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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사가 되길 결심하고 15년을 여러 길로 돌고 돌아 현재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재학시절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라는 문구를 통해 당시 교육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확실히 과거보다 교실 환경은 디지털화가 가속화됐고 아이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찾고 공유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전통 교육 방식으로 수학한 저는 현재진행형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제가 얼마만큼 변화에 발맞출 수 있을까요? 코로나를 계기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에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교육체계 속에도 제가 희망을 보는 이유는 제가 인간을 탐구하는 교육학을 공부했다는 점입니다. 슬프게도 지식의 전달자 역할은 AI에서 물려줘야 하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학생들의 앎을 삶으로 연결하는 건 아직 제가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 4년 동안 익힌 많은 교육학 이론과 지식은 옛것이 되었고 흐릿해졌지만, 교육은 이론과 함께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은 확실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변화가 진행 중인 저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실천하며 10년 후, 20년 후 얼마나 멋진 할머니 선생님으로 변화할지 기대하며,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현재(present)가 여러분에게 선물(present)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