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와 나
- 작성자 임동규 (2008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2551
안녕하세요. 08학번 임동규입니다.
포천일고 임동규, 학생부 임동규, 국어과 임동규, 선생아닌 생선이라고 자기 소개하다가 오랜만에 08학번이라고 소개하니까 다시 대학생이 된 것 같아 설레네요. 근래 글쓰기라고 하면 공문 작성이 전부였는데, 교수님들과 선후배 동기들이 보게 될 문집에 오랜만에 글을 써야 하니 긴장이 됩니다. 학교에서 애들한테 ‘글 쓰는 걸 어려워하지 마라. 이래저래 후딱후딱 쓰면 되는 거다.’라고 잔소리만 했었는데, 반성하게 되네요.
교육학과 40주년을 기념하여 ‘교육학과와 나’라는 무지 어려운 주제로 글을 쓰라는 과제(?)를 받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동문들이 보는 글이니 아카데믹하게 써야 하나, 대학 다니면서 있었던 선후배 친구들과의 추억 이야기(=술 자주 많이 빨리 마신 이야기만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일 거예요)를 써야 하나, 대학 졸업하고 뭐하고 사는지를 써야 하나. 요즘 친구들이랑 자주 얘기하는 건강과 돈 이야기를 해야 하나. 재학생도 보니 이렇게 임용 공부를 했다는 걸 써야 하나.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쉽고 진솔하게 제 이야기를 남겨 볼까 합니다.
교육학과를 다니면서 제가 얻게 된 가장 소중한 건 친구들입니다. 요즘엔 직장이 다 떨어져 있기도 하고, 일, 육아, 연애(?), 학업(??) 그리고 악마 사냥에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지만, 학교 다닐 때에는 같이 술을 정말 자주 많이 먹었어요. 방학마다 놀러가서 많이 마시기도 했고, 저녁에 술집가서 마시는 건 당연한 거였고, 낮술도 학교에서 참 많이 마셨어요.
2012년 1학기 기말고사 시기였던 거 같아요. 시험이 다 끝난 저희 동기(=복학생 아재)들은 사대 건물 지하 로비에서 축제 때 쓰고 남은 술을 낮에 마시고 있었는데, 그때 옆에서 12학번 친구들은 교양 필수 시험이라고 공부를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공부하지 말고 같이 술 먹자고 해서 정말 미안해요. 사대 3층 등나무도 낮술을 했던 장소였어요. 좋은 건 함께해야 한다며 공부하고 있던 친구들을 하나씩 불러서 술을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5학년까지 다니면서 음주 능력을 갈고 닦은 결과! 교육학과 술자리에선 술 못 마시는 아이였는데, 학교 회식자리에서 잘 버티는 아이가 되었어요. 술 잘 마신다고 교장-교감 선생님이 참 예뻐하시더라구요.ㅠㅠ 코로나 덕분에 회식이 줄어서 다행이에요. 전 이제 초록색만 봐도 싫더라구요. 하하.
교육학과가 저에게 술 마시는 능력만 준 건 아니에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서 저의 안목을 넓힐 수 있게 해 주었어요. 포천에서 나고 자라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부족했었는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선후배, 친구들과 어울려 여기 저기 다니고, 여러 가지 이야기(주로 정치, 경제, 연애, 기술, 문화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걸 경험했어요. 이러한 경험이 수업관에 영향을 주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하는 교사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교육학을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쬐끔 더 다양하고 상세하게 배운 결과 학교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약간의 안목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직 과목만 들은 선생님들에 비해 조금 더 심도 있고 다양하게 교육학을 공부하다 보니 학교 정책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깊은 것 같아요. 왜 이런 정책이 나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고 하다보니 수월하게 일을 하고있는 것 같아요. 임용을 준비하면서 우리 과 커리큘럼은 임용에 도움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현장에 나오니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이 이야길 자세하게 하면 지루할 터이니, 궁금하시면 포천으로 놀러오세요 ㆅ.
서로의 흑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선후배 동기들을 만날 때마다 다시 20대 철부지로 돌아갑니다. 종로를 지나갈 때에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 시국이 해소되어 얼굴을 보며 서로의 근황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20대의 풋풋함과 열정이 담긴 교육학과가 50주년 60주년을 지나 번창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