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드는 길, 내가 나아갈 길
- 작성자 오유정 (2014 입학)
- 작성일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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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갔다. 연주회는 ‘유스’오케스트라에 걸맞게 엘 살롱 멕시코(A Copland - El Salon Mexico) 등 열정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주회를 감상하며 이렇게 자신의 꿈에 오롯이 집중하여 순수한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시기는 역시 대학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 없는 성인이지만 학업을 본업으로 하는 학생인 대학생은 꿈을 위해 필요한 내용은 전공 수업을 통해 깊게 배우고, 그와 관련된 실무는 인턴십, 동아리, 봉사 활동,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넓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4년은 교사가 되기 위해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으로, 포기 대신 도전으로 무장했던 열정적인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 열정적인 시기를 함께한 교육학과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교사의 꿈을 지원해주는 곳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다 보면 꿈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로 교육학과에 입학했던 내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사를 꿈꾸기까지,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교사가 된 지금까지 교육학과는 나의 정체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즉 교육학과에서 배운 내용으로 가치관을 내면화했고, 교육학과를 통해 쌓은 경험으로 실천의 원동력을 얻으며 나를 확립할 수 있었기에 나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교육학과는 토론·토의,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프로토콜, 다양한 보고서, 평가 문항 개발, 심지어 교수님 강의를 컨설팅하는 등의 다양한 과제도 주어진다. 이론을 바탕으로 정해진 답이 아닌 본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완성하는 강의와 과제 덕분에 4년 동안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힘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강의마다 가치관 형성에 미친 영향은 다르지만, 결국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한 점은 같다. 그리고 이는 내가 참여한 모든 활동을 의미 있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래서 교육학과에 재학하던 모든 순간은 의미가 있다. 그중 근본적인 전공 수업을 제외하고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는 활동을 간단히 추려보려 한다.
가장 먼저 1학년 여름방학 때 교육학과 선배, 동기와 한국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쏙쏙캠프’에 참가한 것이다. 쏙쏙캠프란 대학생 동아리가 전국 초·중학교를 찾아가 나눔·소통·배움·도전·재미·치유 학습을 진행하는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쏙쏙캠프는 4년 동안 끊임없이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교사의 꿈을 찾아내는 시발점이 된 활동이다. 특히‘명언 UCC 만들기’와 같은 중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프로그램 개발에 흥미를 느끼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중학교에 발령을 받아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을 맡으며 수월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인턴십을 통해서는 교사가 학교 안에서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와 맺는 관계를 넘어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청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2015년 당시 교육적 논의가 활발했던 학교협동조합 관련 포럼 개최를 도우며 학교 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공부했다. 이를 통해 공교육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교사가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를 준비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해 참여한 대안학교(푸른나무미디어학교) 인턴십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 결정적인 활동이었다. 평일에는 8개의 전공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심지어 집단상담 인턴십까지 병행하던 2학년 2학기는 지금 돌아봐도 살인적인 일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안학교 인턴십에서 학교 안팎의 청소년을 만날 때는 되려 힘이 솟았다. 이를 통해 나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아닌,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서게 되었다.
확신에 힘입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 우수사례 워크숍 참석, 학교 밖 청소년 아웃리치(outreach) 활동 등을 통해 대안학교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된 원인이나 학교 안·밖의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체계를 고민하며 교육적 시야를 넓혔다. 이렇게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안학교로 이어지는 인턴십은 일반적으로 꿈꾸는 학교 안 담임·교과 교사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학교 밖 교사의 역할까지 넘나들며 학교 안팎을 연결하는 교사를 꿈꾸게 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내가 꿈꿔온 교사로 살기 위해 교육학과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여전히 열정을 다하고 있고 이 열정을 바탕으로 맞이할 미래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후회할 수는 있지만, 미래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또 지나간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지만, 다가올 시간에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과거의 열정적인 나’ 덕분에 ‘현재의 행복한 나’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미래에도 행복한 나’를 기대할 수 있도록 내일이면 과거가 될 지금, 이곳 교육학과에서 열정을 다해보면 어떨까.
끝으로 이 글을 빌어 4년 동안 교육철학을 확립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가르치고 이끌어주신 정영근 지도 교수님과 졸업 후에도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장덕호 교수님, 늘 수업을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가르쳐주신 이현우 교수님, ‘나만의 지필평가 해설’이라는 수업을 만들어낸 계기를 마련해주신 이원석 교수님, 아이들과 진심으로 상담하고, 학부모와 협력하여 대화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어 주신 장석진 교수님, 아이들의 가정환경 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김효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교육학과의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