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새로움 그 사이에서
- 작성자 이지혜 (2019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1594
하고 싶은 것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잘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런 자기비판이라고 하기도 아까운 ‘자기 비난’ 정도의 생각들은 항상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자기 비난’으로 똘똘 뭉쳐 꿈도 없었을 것 같은 제가 이 길을 걸어온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찬찬히 되짚어보았습니다.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던 어린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집을 벗어나 처음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게 된 직업이라 할 만한 것이 선생님이었습니다. 누구나 가지게 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생각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이라는 것에 일종의 낭만을 가지고 자라왔습니다. 신념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도전하는 것도 싫어했던 저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교사라는 직업을 매년 3월마다 희망 진로 칸에 적기 시작합니다. 사실 교육은 낭만 추구의 분야가 아니라는 것은 몸과 마음이 자라면서 진작에 깨닫기는 하였습니다.
그렇게 교육학과에 왔습니다. 사실은 교사가 되려고 왔습니다. 교육학과가 어떤 학과인지도 모르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교육이라는 글자만 보고 왔다는 뜻이지요. 교육을 낭만으로 여겨왔던 저에게 교육학과에서 읽고 말했던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새로웠습니다. 새로움은 저에게 더 넓은 세상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어쩌면 그 새로움이 오히려 낭만적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교육이라는 두 글자만 바라보던,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는 차차 교육보다는 청소년을 좋아했고, 가르치는 일보다는 생각하고 대화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낭만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은 채 새로운 것들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아직 저는 ‘자기 비난’을 저버리지는 못했지만, 낭만과 새로움 그 사이에서 주저 없이 꿈꾸고, 하염없이 무너지고,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새로움은 낭만과는 달라 우리에게 많은 도전의 힘을 요구합니다.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새로움을 이길 수 없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을 때 새로움은 익숙함으로 변합니다. 교육학과는 제가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하며, 더하여 그 힘을 쓰도록 합니다. 조금의 ‘자기 비난’을 또 섞어 말해보자면,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런 긴장 없이 잘 말하지 못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여 말하는 것은 저에게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교육학과의 강의들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교육학과는 저에게 매번 도전하고 시도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마음과 같이 낭만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교육학과에서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들은 도전이었고, 그러한 경험이 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을 쥐여 주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낭만은 이상 추구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교육학과와 낭만은 상당히 극과 극의 사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 또한 교육은 낭만의 분야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교육에 대해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가 교육학과에서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교육 현장을 위해 이야기 나누고 시도하며 도전했던 모든 것들이 낭만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이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교육학도로서 항상 지금의 교육, 그리고 앞으로의 교육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열띤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교육학과가 가진 낭만과 새로움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무너지고 도전하는 힘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니까요.
처음 교육학과에 입학했을 때에는 많은 선배를 보면서 갓 고등학생 티를 벗은 저와는 달리 정말 ‘대학생은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쏜살같은 시간을 지나 3학년이 된 저를 보면 대학생이 어른인 게 아니라 선배님들이 대단한 분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와르르 무너지는 사람입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어린 듯합니다. 이러한 끝도 없는 ‘자기 비난’을 통해서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노력하고 또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육학도로서 교육학을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순간에도, 그리고 교육학과의 학생회장으로서 학과를 이끄는 모든 순간에도 저는 저의 결핍을 알기에 무엇이든 척척 잘 하는 사람은 못 되겠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서 살아보려 합니다.
교육학과는 저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준 곳입니다. 교육학과를 거치는 모든 학우들이 낭만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움 속에서 도전하면서 서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그리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온전히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중심에 언제나 교육학과가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교육학과가 걸어온 40년의 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앞으로의 밝은 길을 응원합니다.